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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루스 카운티 산책

이 여름에 특별했던 일

이번 가족들의 토픽중 특이한 것은 단연 "위트니 가족"에 대한 것이었다.

한국에서 언니가 방문온 것을 계기로 또 한번 온 가족이 뭉쳤었다.

오랫동안 오지못했던 시카고의 언니부부도 오고..

그래서 우리집에는 6명의 자매와 그에 딸린 부록들로 시끌벅적했었다.

밤이면 밤마다, 혹은 붙어있게 될때면 차속에서나, 어디서나

그 많은 가족이야기들로 입안이 마를정도로 열들을 냈었는데,

이번에는 화제가 하나 더 는 것이다.

 

"휘트니" 가족은 여기서 나와 함께 살았던 유학와있는 조카가 사귄 집안이다.

우선 휘트니는 남조카와 한학교 한학년의 여학생이다.

그 여학생과 오랫동안 친하게 지내더니, 그 집에 방문하기 시작한 것이 몇년 되었다.(한 1-2년)

어느때는 그집 엄마가 숙제를 도와준다고 자고온다고 해서,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허락했었는데, 조카가 그집과 친해지는 정도가 차츰 강해지더니, 주말에는 그곳에 머물 때도 많게 되었다.

 

처음에는 염려도 되고, 의심도 되고 그런 날들을 거쳐서,

차츰 조카 민욱이가 주목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내가 깨닫기 시작했다.

학교에서도 학생들에게 인기가 있고,

교회에서도 친구들을 잘 사귀고.

 

그동안 공부를 잘 못한다고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그것도 아닌 것이 성적이 많이 향상되고 있었다.

 

우리들이 민욱이 보기를 달리하는 그 때에

휘트니 가족이 민욱에게 쏟는 애정이, 전연 근거없는 것이 아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급기야는 이번 여름, 한국에 가기를 포기한 민욱이에게 그집에서

제안이 들어왔다.

농사를 짓는 집인데, 민욱이가 가끔씩 일하면 어떻겠느냐고.

직접 온 가족이 찾아와서 공손하게 부탁을 했다.

우리는 사회를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그리 허락을 했고,

내가 한국에 나가기전 마지막으로 휘트니 가족을 초청해서

중국 뷔페 식당에서 함께 저녁을 나눴다.

 

그때 만난 그 가족들은 농부 가족이라지만,

참으로 밝고, 따뜻한 사람들이었다.

 

내가 한국에서 전해듣기로,

하루 이틀 그집에 가서 돕기로 하다가,

그집에 들어가서 방학을 지내고 그 가족과 함께 여행도 가기로 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그러다가 신학기부터 아예 그집에서 하숙을 하기로 이야기가 되었다.

 

민욱의 엄마(나의 언니)하고도 이메일도 하고,

서로 선물도 그동안 주고 받고 하였는데,

이번에 그 민욱의 엄마가 아들이 보고싶어서 이곳에 오게 된 것이다.

 

그래서 그집을 방문하게 됐다.

그들이 가족중창단으로 교회를 돌면서 찬양을 한다는 것은 미리 알았었다.

음반도 내고, 그집의 두딸은 탭댄스를 잘추고 바이올린과 피아노에 일가견이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었다.

 

어쨋든 방문했던 그집을 표현한다면,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집중의 하나"로 불릴 수 있을 것 같다.

 

20여년 전에 장인과 그집의 아저씨가 함께 지었다는 집은,

본인이 직접 만든 각종 캐비넷이 있고,

어느 한 군데, 소홀히 다뤄지지 않았다.

 

우리가 가장 좋아한 곳중에 하나는 화장실이었는데,

부드러운 카펫이 깔린 그곳에는 벤치도 있어서,

마치 작은 공원에 마련된 쉼터처럼 보여졌다.

 

처음에 방문했을 때는 민욱이가 쓰던 방은 지하실에 꾸며지지 않은 곳이었다.

1층에는 세개의 침실이 있어서 두딸과 부부가 쓰고,

그런데, 언니가 방문한 그날, 우리들에게 공개한 민욱의 방은 정말 많이도 달라져있었다.

 

그 사이에 온 사방을 푸른색 페인트를 칠하고, 민욱이가 좋아한다는 나이키 모양을 상단에 새겨넣었다.

옷장이 없던 그곳에 큰 옷장을 짜넣어서 걸옷과 개어놓는 옷이 함께 들어가고, 신발과 모자를 넣을 수 있는 곳까지 있었다.

 

언니가 감격하던 모습...

 

언니는 그집에 가는 차속에서 영어를 연습해서 갔다.

"나이스  투 미트 유"를 배우고,

그 다음에 그 언니가 가장 하고 싶은 말...

그걸 민욱이가 알려준 것이 이러했다.

 

"I will never forget what you have done  for minuk and me"

-당신이 민욱이와 저에게 해주신 것을 평생 잊지않겠습니다.

 

그 말을 하기 위해 언니는 몇번이나 연습했고, 마침내 그 말을 해야할 때가 왔을때 노트를 꺼내들고 그 글을 읽었다.

그랬더니 위트니의 엄마는, 자기도 그럴 거라면서 민욱이처럼 "좋은 아이"는 없다고 칭찬했다.

 

그집에 다녀온후 우리는 그들을 초대했다.

집안 꾸미기에 젬병인데다, 기본 골격조차 볼품이 없는 내 집에서

그들을 맞기가 나보다 언니들이 더 힘들어했다.

 

그래도 그전부터 청소하기 시작했어서 우리는 거실을 우선 페인트를 칠하기로 했다. 집안을 충충하게 보이게 하던 소파를 걷어내고, 다른 방에 있던 것을 옮겨놓고.

민욱과 언니들이 도와서 가장 문제되는 부분들을 닦아내고 치우고 하니, 그럭저럭 우리 마음에 흡족함이 있었다.

 

그들을 초대한 날...

우리 모두 참 즐겁게 보냈다.

 

우리가 그집에 갔을때

거실에서 가족 중창을 선보이고,

휘트니는 제 방에서 바이올린을 켜고,

지하에서는 구두를 신고 탭댄스를 추어보이고, 그랬어서

우리도 언니 거실에서 우리들의 노래를 선보이기도 했다.

 

휘트니의 아빠 부루스는 큰 농장을 경영하는데,

그의 손은 뭉툭하고 크고 흠집이 많고 단단한 것이

정말 농부의 손 다왔다.

 

부루스는 집에 가기 위해 문을 나서면서

나에게 말한다.

우리가 서로 언어는 달라 의사소통은 안되지만,

너희가 얼마나 아름답고 좋은 가족들인지,

그를 느끼고도 남았다고.

다른 가족들에게 그 이야기를 꼭 해달라고 당부했다.

 

짧은 영어로, 내가 중간에 통역을 한 것이 충분하진 않았겠지만,

언니와 그 가족들이 그 마음과 마음이 오고가는 것을 나는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토론토에서 함께 와있던 큰언니는 그 가정을 "명문 가족"이라고 불렀다.

그러면서, 부루스가 나에게 해줬던 말을 전해줬더니,

그러면 우리도 "명문가족"이란 말이구나 해서 웃었다.

 

어쨋든 이번 여름은 우리 가족 모두에게 특별한 은혜가 있는 나날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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