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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루스 카운티 산책

실패한 관광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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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되면 각 동네마다 "Fall Fair(가을축제)"를 합니다. 그동안 수확한 농산물과 키운 가축들, 손으로 만든 여러가지 작품들 모두 전시되고 우열을 가리게 됩니다. 이날은 이 동네를 대표하는 "홍보대사(엠바사도)"가 출현하기도 하지요. 홍보대사는 주로 20살 내외의 아가씨중에서 각 동네의 독특한 방법으로 선출됩니다. 이런 동네 대표들이 계속 경쟁해서 캐나다 최고의 미인을 선발하게 되지요. 어떤 마을은 올해 처음으로 남학생을 선출했다고 하는 뉴스도 있더군요. 아참참 사진은 티버튼 마을에 열리는 "폴 페어"를 선전하느라 만들어놓은 인형들인가 봅니다. 호박머리를 한 "엠베사도"들이 서있군요.

 

 

매주 월요일의 성경공부시간은 그 자체보다도, 공부후와 전의 수다가 더 달콤할 때도 많다.
요한복음 26과를 공부했으니, 그동안 26주를 모였었다는 것인가 보다.
휴일이 겹치거나, 날이 안좋아서, 혹은 서로의 사정을 봐주면서 모였으니, 근 1년이 되어가는지도 모르겠다.

어쨋거나, 우리집으로부터 30분 거리에 사는 한인친구들이 모인다. 

어제도 "포트엘긴"에 사는 언니가 가져온 파스타와 과일에다 항상 준비되어있는 따뜻한 차, 금방 만든 호박전을 먹으면서 공부후 수다에 돌입했다.

 

이야기가 침을 튀길때는 주로 한국방문의 경험담등이다. 얼마나 “멍청”했는지를 증언하다보면, 새록새록 그때의 일들이 떠오르기도 하나, 이미 어떻게 “멍청”했는지조차 다 잊고 말았다는 생각도 든다. 좀더 현장감있는 증언을 위해 세세히 기록해둘 것을.

그렇게 삶의 다른 양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우리가 살고 있는 시골에 대한 말도 나온다.

 

<얼마나 토론토에서 먼지, 한번 찾아온 사람은 아무도 다시 오려고 하지 않아.
오면 뭐 보여줄 것이 있어야지. 변변한 쇼핑몰이 있기를 하나, 광관시킬만한 곳이 있나. 친구들이 온다고 하면 심심할 작정을 하고 오라고 해..>

 

언제나 내가 사는 곳을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나에게도 그런 경험들이 있다.

 

시카고의 언니 형부가 이곳에 다니러 오셨다.
짧은 시간을 내서 오는 것이라, 주로 가족들 만나고 좋아하는 골프치는 것으로 만족하시곤 하셨는데, 아무래도 내 맘이 그렇게 되진 않았다.
그래도 먼곳을 오는데, “무언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숙박하지 않는 짧은 관광을 위해 그전날 인터넷을 뒤졌다. 우리가 매일 가는 오웬사운드라는 작은 도시를 가기로 하고, 그곳의 갈만한 곳을 찾아보자는 생각으로.


운전사로 안내자로 막중한 짐을 어깨에 지긴 했는데, 엉덩이부근이 아픈 큰언니와 간난아이가 딸린 막내동생과 그의 조그만 두 아이들까지, 감내할 수 있는 육체적 수준이 고르지 않아, 어떤 사람들을 기준으로, 어떤 일정을 잡아야 할지 난감하기도 했다.(생각같아서는 긴 하이킹 코스를 잡고 싶었지만)

 

두개의 폭포가 인터넷에 그럴싸하게 떠서 우선 그곳에 가자고 마음먹었다.

맨 처음 간곳은 “인디언 폭포”라는 이름이 붙은 곳이었다.

 

정오가 되기전의 촉촉한 아침바람이 선선하게 느껴지는 수풀 초입에 차를 대고 걷기 시작했다. 조금 올라가니, 다듬어지지 않은 돌길이 나온다.
길을 따라 내려오던 늙은부부가 앞으로의 길이 조금 더 험해지고 계단이 나온다고 일러준다.

 

큰언니와 막내동생 일행은 그정도에서 그만 포기하고, 나머지 식구들이 내처 올라갔다.
가는 길은 그럭저럭 운치가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 폭포였다.

입장료도 받지않고, 관광객도 많지않더니만, 그 폭포는 웅덩이처럼 고인 곳에서 바위를 타고 물이 줄줄줄 흐르는 듯이 쏟아지고 있었다. 형부 표현에 의하면 소낙비도 아니고, 가랑비처럼 흘러내린다나 뭐라나.

 

모두들 그 폭포의 “볼품없음”에 하품을 하는데 이를 볼거리라고 데리고 온 나는 아주 낯이 뜨거워 죽을 지경이었다.

 

그런 다음 그 지역의 안내센터에 들렀다. 구경거리를 찾는 나에게 지도를 펼쳐놓고, 몇가지 추천해준다.

두번째 간 곳은 “물고기 사다리”라는 곳. 공원 안에 있었는데, 연어가 제집을 찾아가는 철이되면, 그 사다리를 이용해서 올라가는 가 보았다. 그러면 몇천마리의 연어떼를 감상하는 것도 흥미로울듯. 그러나 우리가 간 날은 그저 다리 밑으로 물안에 설치되어있는 사다리를 바라보는 것으로 그쳐야 했다.

 

“그냥 가자구요!!”하면서 또 일행을 데리고 또하나의 폭포로 향했다.
그 와중에 멀미가 나기 시작한 형부는 얼굴빛이 안좋아지기 시작한다.
그곳은 첫번째 폭포보다는 보다 폭포다운 곳이었지만, 어쨋든 입을 벌리며 감탄하기엔 뭔가 질이 떨어지는 곳이었다.

 

그런것을 보여준다고 가족들을 모두 끌고나온 나는 정말 몸둘바를 몰랐었다.
매번 오웬사운드를 가게 되면, 물가를 돌면서 개성껏 꾸민 아름다운 집들과 물비늘이 일어서는 것만 보아도, 그 물속에 배라도 있고, 수상스키를 하는 사람들만 봐도, 나는 운전하면서 눈길을 떼기 힘들었다.

 

그러나, 그날은 드라이브하기전에 이미 관광의 흥미를 모두 잃어버린 사람들뿐이어서, 그 입맛을 찾아줄 수가 없었다.

 

멀미하던 형부가 회복하면서 마지막 비장의 카드로 저녁식사를 위해서 “킨카든”이라 불리는 동네의 중국집으로 데리고 갔다.
뷔페식이었는데, 그 주인이 1층의 어느곳으로 인도하려고 해서, 내가 재빨리 “물이 보이는 곳”으로 안내해달라고 했다.

 

손님들이 모두 1층에서 식사를 하는데 2층으로 가니, 넓은 홀에 오로지 우리 가족들뿐이다.

그곳의 창가에 앉으니, 저녁햇살에 붉게 흐르는 서녁의 물을 바라볼 수 있었다.
그때서야 가족들의 얼굴에 노을처럼 화기가 도는 것같다.

 

이날 일정을 분석해보면, “나이아가라”처럼 엄청난 규모의 폭포를 수번 본 사람들에게 그런 작고 초라한 “가랑비오는 것같은 폭포”는 큰 감흥을 줄 수 없었으며, 물가도 바람을 맞고 햇빛을 쪼이며 걷는것보다는 창 너머로, 그저 은근한 빛을 즐기는 것이 좋은 노년의 세대들이 많이 있었다는 것이다.

 

식사가 끝날때쯤 되니, 해가 한 30여분 있으면 물밑으로 가라앉을 것 같이 보였다. 나는 그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았고, 누구 하나 그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있었으면, 차를 돌아서라도, 혹은 호숫가에서 차를 대고 조금 잡담하면서 시간을 보냈으면 좋으련만, 아무도 더이상 남은 해에 대해 관심을 두지 않았다.

 

장난끼가 많은 형부는 “인디언 폭포 굉장했어!!”라고 말해서 오며가며 우리를 너무 웃게 만들었는데, 나는 제발 그 폭포를 그만쯤 해서 잊어주기를 간절히 바랬다.

 

그러나 나는 아직도 우리 동네와 주변을 소개하는데 바닥이 났다고 생각진 않는다.  보석같은 곳이 곳곳에 숨어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 내가 찾아내야만 하는…

 

지난번 조카가 왔을때, “우리집에 새로생긴 전통”에 대해 소개했다.

 

<우리집에 오는 사람들은 이제 저녁에 한차례씩 걸어야 하거든?
좋은 산책로가 있어. 운동도 되고.

지난번 네 엄마와 이모들 왔을때도 이곳에 데리고 나왔는데, 너무 오래 걸어서 모두들 얼굴이 하얘졌었다.
사실, 뚝방밑으로 새로 발견한 풀숲에 가려 안보이는 비밀도로를 보여주려고 했었거든.>

 

그런데, 한번 걸은 사람을 그 다음에도 걸릴 수 있을런지, 아무래도 조금 더 팡팡한 스케줄을 준비해야 할듯싶다.

 

큰언니를 보니, 농장에 직접가서 손으로 따는 옥수수, 오이, 호박, 그리고 푸대에 담아서 파는 감자를 사온 것이 좋은 경험이었던 것 같은데.
그리고 또하나, “앤틱(고가구, 장식물)” 가게 쇼핑하는 것 아주 좋아했는데,,

 

나이든 사람용으로 관광스케줄을 하나,
젊은이(마음이) 대상으로 하나,

그렇게 두개의 스케줄을 마련해야할까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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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나무가 있는 골프장--이곳은 조경으로 사과나무를 많이 심었어요.

골프를 치는 것이 아니라, 땅에 떨어진, 혹은 매달린 사과를 따먹느라

정신이 없었지요. 가지치기를 해주지 않아서 아주 작은 파란색,

혹은 빨간색의 사과들이 향긋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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