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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루스 카운티 산책

오랜만에 돌아온 감각

뭐랄까?

글을 쓰게 해주기 위해서 누군가가 나를 깨우고 있는 걸까?

오늘의 일들 말이다.

 

새로운 공간이 생겼고, 무언가 낡은 것을 걷어내고 새로운 것을 입히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그게 어떻게 자연스럽게 우러나올지, 반신반의했다.

 

그것은 오랫동안 교회에 가 있어도, 감동이 없었던 지난 몇주간과도 맞아떨어지고, 일상적인 일들은 하되, 눈을 게슴츠레 뜨고 있었던 것같은 또 지난 며칠간도 나에게 그런 의기소침함을 주었다.

 

그런데, 오늘 교회에 가서, 예전의 그 정서를 찾을 수 있었다.

 

존경하던 존 베이커 목사가 은퇴하고, 우리교회는 옆마을의 여자목사님이 임시로 돌보고 있는 중이다. 언젠가 내가 푸념했듯이, 내 마음은 한인교회로 떠나있고, 아이들도 그쪽에 적응시키느라 무던히 애쓰던 중이어서, 가끔 참석을 하지만, 영 형식적일뿐이었다.

 

(기도중에... 이말이 맞기를 바란다) 아이들을 영어교회에 보내기로 하였다. 마음끓이지 말고, 그 옛날처럼, 아이들을 독려해서 준비시키고, 타박타박 걸어서 교회에 간다.

 

오늘 말씀은 대강 두가지 내용이다.

교회에는 많은 가지가 있고, 그들의 주장과 하나님을 섬기는 형식은 모두 다르다. 그렇다면 어디에 하나님의 뜻이 있는가? 믿음일 것 같다,,

아시아의 재난에 모두가 마음을 쓰고 있는데, 그것은 비단 기독교뿐이 아니고, 종교적인 단체나 비종교적인 개인까지 모두 그렇다. 그런데, 지금 주목받고 있는 아시아에 비해, 세계에서 가장 열악한 환경에 처해있는 아프리카를 돌아봐야 한다는 월드 비전을 소개하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보았다. 아시아와 함께 아프리카로도 눈을 돌려야겠다. 하나님의 자녀들의 고통에 나눔을 주어야겠다,,는 지극히 평범한 설교였다.

 

그런데, 영어설교가 잘들리고, 나에게 감동을 준다. 아프리카 아이를 돕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가 최근의 재해때문에 아시아 아이를 지속적으로 후원하는 쪽으로 마음을 돌렸었는데, 아시아는 한두번 성금을 보내고, 매달 같은 금액을 보내는 것을 아프리카로 다시 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김혜자씨의 책을 읽을때부터 생각해오던 것을 이제야 실천에 옮기려고 한다.

 

어쨋거나, 갈팡질팡하던 마음이 정리되고, 아이들에게 기대하던 것도 줄이고 보니, 내 마음에 평화가 온다.

 

그 평화는 한인교회를 갔다오면서 더 커졌다.

 

시장을 봐서 집에 오는 길에 눈무리를 만났다. 저녁 어스름이 깔리는 시간, 모든 것이 숨을 죽이고 침착해지는 이 시간에, 소리없이 내리는 눈이, 거의 황홀함을 가져다준다.

 

눈올때, 미끄러운 길때문에 조심하고, 어느때는 인상을 무진 쓰곤 하지만, 나홀로 차를 타고 돌아오는 흰들판은, 자연이 주는 최고의 선물처럼 보였다.

 

20여분 눈길을 뚫고 나니, 눈온 흔적이 없는 시골길이 나온다. 한편은 두껍고 한편은 엷은 구름속으로 바쁘게 하루를 마감하는 저녁노을의 잔영을 잡을 수 있다.

 

다른 것들이 필요하지 않음을 느낀다.

 

자연을 깊이 흠향하면서 사는 것, 그것이 그 어떤 보약보다도 더욱 소중하단 걸 오늘 또한번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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