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집마다 장식해놓는 할로윈 호박램프. 어제저녁 방문했던 농장에서 촬영..
할로윈데이가 다가온다.
매년 조금쯤 갈팡질팡하는 맘이 된다.
할로윈이라는 것이 아이들이 귀신복장을 하고, 캔디를 얻으러 다니는 것이 주요 골자이지만, 그안에 숨은 뜻이 해석하기에 따라서 아주 복잡해지기도 한다.
오늘 교회에서는 그렇지않아도 보수적(?)으로 보이는 목사님으로부터 "할로윈데이"가 왜 비성서적인가에 대해서 말씀을 들었다.
사실 예수믿는 사람이라 하면서도 직접적으로 목사님께 그런 이야기를 듣기는 처음이다.
목사님 말씀의 요지는 "귀신들을 위하고, 잘보이려고 하는 그런 일을 하나님이 기뻐하시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할로윈에는 여러가지 유래가 있다. 오늘 들은 이야기를 중심으로 살펴보면 영국에서 시작된 일로, 죽은 영혼이 하늘로 올라가지 못하고 거리를 떠돌다가, 사람들을 만나려고 한다. 사람들은 이날이 되면 무서워서 집안에 있고, 귀신들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흉가처럼 꾸미고 집을 단장한다. 그날이 10월31일이다. 귀신들은 떠돌다가 추워서 호박같은 것에 램프를 집어넣어 추위를 이기고자 한다. 그것에서 호박램프가 등장한다.
이날이 발전해서 아이들은 귀신복장을 한다. 그리고 집집마다 호박을 파내고 그안에 불을 집어넣어 밝혀놓고, 아이들을 위한 캔디를 준비한다. 아이들은 바구니를 갖고 돌며 "트릭 오어 트리트"를 외치고 다닌다.
그러면 트릭(마술)을 보여줄 수 없는 사람들이 캔디를 집어주게 된다.
대단하게 장식하는 집은 집앞에 호박장치는 물론, 무덤도 만들고, 귀신들이 사는 흉가처럼 꾸민다.
호박으로 만든 허수아비. 아이들의 공연장인 농장입구에 세워져있었다.
학교에서도 이맘때가 되면 할로윈 파티를 한다. 모두 제 나름대로 카스튬을 입고 분장하고 캔디파티를 벌이는 것이다.
우리아이들도 매년 캔디를 얻으러 다닌다. 몇년전에는 큰애가 마귀 복장을 한다고 해서, 그애랑 오랫동안 싸우기도 했다. 천사나, 그밖에 조금 나은 분장을 하면 좋지않겠느냐고 하면서.
그래도 그 아이들을 그 행사에서 빼낼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저 친구들과 어울려 하루밤 돌아다니면서 캔디를 얻는다는 것에 그렇게 큰 기독교적 의미를 붙이면서 막을 수 있는 용기를 내지 못했던 것.
우선 내안에도 신념이 자리잡지 않았으니 아이들을 이해시킬 수도 없었을 것이다.
재작년엔가 이곳 교회목사(캐네디언)에게 물어봤다. 할로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그는 그저 "재미"로 생각한다고 했다. 내가 이해한게 정확하다면 그도 어떤 다른 복장을 하고 아이들과 즐긴다는 것이다.
교회 재단에서 운영하는 청소년들을 위한 쉼터로 "드라이 리자드"라는 곳이 있는데, 그곳에서도 할로윈파티를 한다고 한다. 그것도 교회에서. 그러니 해석하는 사람(단체)에 따라서 아주 큰 차이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일부 한인교회에서는 이날 밖으로 나가는 아이들을 제어하기 위해서 다른 종류의 프로그램을 준비한다고도 들었다. 심지어는 이름을 "할렐루야 파티"라고 붙인다고도 한다.
그렇게까지 하는 것은 좀 너무한것 같은데(마치 하나님과 마귀의 싸움으로 만드는 것 같아서) 어쨋든 아주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까닭이 있기도 할것이다.
어제는 큰애와 "Fright Night"를 다녀왔다. 뭐냐면 "할로윈 시즌을 맞아 이 학교 8학년 아이들이 마련한 공포스런 밤" 프로그램이다.
좋은 추수를 얻기위해 영혼을 마귀에게 팔아버린 한 "농부"의 이야기를 연극으로 만들었다. 밤에 농장을 빌려서 각자 맡은 배역을 한다. 구경꾼은 건초더미를 실어나르는 트랙터에 앉아서 넓은 농장을 돌면서 깜깜한 곳에서 연극하는 아이들을 만나게 된다. "살아있을때의 농부" "죽어서의 농부" "마귀할멈" "저승사자"등이 나온다. 트랙터에 있는 사람들을 최고로 무섭게 하는 것이다.
부모와 함께 구경나온 아이들이 매번 트랙터로 가득찼고, 다음주에도 한번 더 공연하니 온 동네사람 다 한번씩은 보게 될 것 같다.
큰애는 "저승사자"로 출연했는데, 한밤에 여섯번씩, 이틀간 10번 이상 같은 대사를 했다. 트랙터가 한번 지나간 다음과 다음 공연까지의 공백과 추위를 모닥불을 보면서 달래고.
어제밤은 비도 오고, 바람도 불고 을씨년스러워서 딸애를 도와서 함께 있어주면서 여러가지 생각도 든다.
저승사자 분장을 한 큰딸. 공연할때는 불앞에서 서서 깜깜하여 얼굴을 안보여주고 실루엣만 보였다. 아주 음산한 목소리로, 구경꾼들에게 착하게 살것을 경고한다.
공연전에 한장.. 가장 무섭게 분장한 마귀할멈. 빨간색 마스크와 빨간 얼굴이 섬뜩했다.
비까지 오는 농장의 한구퉁이에서 우리를 뎁혀준 모닥불.. 3시간 내내 이렇게 활활타올랐다.
이와같이 할로윈을 즈음해서 텔레비전의 프로그램도 많아지고, 각종 물건들은 상점에 쌓이고 집집마다 장식은 더해지고, 아이들의 관심도 식을 줄 모르고..
그런 와중에서도 하나씩 깨닫는 기독인들이 그 열기를 조금씩 누그러뜨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도 인다.
단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큰애는 올해는 "캔디얻으러 가는 일"을 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그건 가봐야 알일, 둘째와 막내는 여전히 그날을 기다리고 있다.
목사님은 모양으로라도 "악한 일"에는 빠지지 말라고 하셨는데, 올해부터 조금씩 세뇌를 시켜서 점점 별것 아닌 것으로 만들어야 할 것 같다.
이 사회가 주장하고, 아무런 자각없이 행하는 일을 거역하기 쉽진 않겠지만, 무서운 복장을 입은 아이들을 보는 것이 그렇게 기분좋은 일은 아니니까.
그러고보면, 이런 일들이 한두가지는 아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만화를 보면 귀신과, 사람과 동물 중간의 몬스터들도 많이 나온다. 그냥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수준이라면 얼마나 좋은가. 그러나, 알게모르게 나쁜 영향이 있지 않을까. 나는 만화를 아이들과 끝까지 보지 못한다. 교육적인 의미에서라도 같이 보고 제동걸것은 걸고 싶지만, 그러고 싶은 마음이 안든다(만화를 참고 볼 수가 없다). 잘 모르면서 아이들에게 뭐라 할수도 없고.
어쨋든 쉽지않은 일이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을, 그냥 감만으로 막을수도 없고.
매년 할로윈데이가 오면 이런 종류의 고민을 하게된다. 지혜를 구하는 수밖에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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