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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떠나요

설레임..플로리다 여행1

아무래도 살만해지긴 했나보다.
여행 생각이 때마춰나고, 실천에 옮기는데 그리 큰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다.
(물론 앞뒤 재지 못하는 푼수기질이 한몫하지만.)
이번 여행도, 이런 "자기 과시욕"이 가장 밑바닥에 자리잡았고,
아이들을 위해서 떠난다는 표면적인 명목이 앞에 있었다.


남들이 다 노는 휴가시즌이 되면, 가게를 지키고 있는 우리들에게 손님들은 여행계획을 묻곤 한다. 그러면 우물쭈물... 그들의 넘어가는 질문에도 조금 속이 상하게 되기 십상이다.

 

앞치마를 두르고, 기름냄새를 풍기며 우리 가게서 계란, 빵, 우유를 사가면서 장사를 하는 옆집 식당의 꼬조조해보이는 아줌마는 때만 되면, 식당을 일하는 사람들에게 맡기고 남쪽 나라로 몇주씩 여행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기도 한다. 가까운 지인들도 동토에 눈밖에 볼 곳없는 겨울의 이 지방을 떠나, 훌쩍들 잘들 떠난다.

 

아마 이런 것들에 대한 부러움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 저런 환경에서 우리들이 한번쯤 가봐야 할 곳으로 꼽은 곳은 미국 플로리다주였다.
여름같은 날씨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온갖 첨단도구들이 보여주고 태워주고 느끼게 해주는 곳이니, 디즈니월드가 있다는 이곳은 아이들과 함께 가볼 필수의 장소가 되어갔다.

 

몇년전 읽은 뉴스에서 보니, 이 지역의 한 남자가 복권 5만불이 맞았는데, 무얼 할거냐는 기자의 질문에 아이들을 데리고 봄방학에 "디즈니 월드"를 갈 것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 기사를 읽으면서 같은 부모된 입장으로 그가 측은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러면서 같은 신세인 우리들을 대입해보기도 했나 보다.

 

아이들이 적당히 자라있었다,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은, 최대한의 조건이었고, 여름동안 열심히 일한 남편이 가족과 함께 먼곳으로 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또다른 내 맘속의 이유들이 되어있었다.

 

어쨋든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가족의 유대감을 위해 우리는 인터넷 탐색을 시작했다.
맘먹을 때는 그랬지만, 막상 인터넷을 뒤져서 가고싶은 날짜를 집어넣으니, 비용이 만만치 않게 나온다. 이 지역 여행 경험이 많은 친구에게 조언을 얻어서 다시 탐색을 시작했다.


식구가 많고 오랫동안 있을 것이니, 호텔보다는 콘도미니엄이나 빌라가 좋을 것이라고. 아이들이 방학한 다음날인 18일로 날짜를 바꿔서 다시 찾아보니, 어쩐 일인지 같은 조건에 싼 가격의 팩케지를 찾을 수 있었다.

 

4시간 걸리는 비행기를 한번 갈아탈 수 있는 것으로 바꾼 것이 가격 하락에 도움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모양이 근사한 2베드룸 빌라를 빌렸으니 음식을 직접해먹을 수가 있으니, 또 경비절감이 될 것이다.

 

어쨋든 우리는 넙죽 그 표를 인터넷으로 예약했고, 항상 실수가 많은 우리들이 그렇게 좋은 가격에 5박6일 여행을 저렴하게 잡은 것에 대해서 대단히 뿌듯했다.

그곳에 도착해서 빌릴 차도 인터넷으로 뒤져서 가장 싼값에(하루에 미화 30불) 예약을 하고나니, 큰 부담없이 며칠간 즐길 수가 있게 됐다.

 

가게는 남편이 일하는 사람들을 한달전부터 훈련시켜 우리들 없이도 꾸려갈 수 있도록 조치해놓았다. 두 가게를 운영하고 있으니, 그것 또한 쉬운 일은 아니었다.

 

어쨋거나 우리는 떠나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sis

 

남편과 두딸 : 토론토공항에서 여유롭게 책을 보며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여유로운 기다림은 아마도 이 장면에서 끝, 그 다음부터는 지루하고, 짜증나는 기다림들이 많았던 걸로 기억된다.

 

<스타일>

 

여행을 시작하면서 보니, 참으로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각색 인종, 차림새도 각각..

 

그중에서 눈에 띄는 젊은 여성이 있다.
얼굴은 조막막하고 날씬한 몸매에 달라붙었다 약간 퍼지는 흰색바지에 흰색 와이셔츠를 입고, 검은 가죽 양장을 위에 덧입었다. 남미계통에 백인의 피가 섞인 것 같아 보인다.

남자친구와 여행을 떠나는 모양인가 보다.

우리 앞쪽에 섰던 그들은 바로 앞에서이기 보다, 둘 다 뛰어난 스타일로 사람들의 시선을 잡았다.
나이든 아줌마의 눈으로도 그런데, 우리 아이들이야 어땠을까?

그 젊은 여성의 머리 스타일이 긴 머리를 꼬아서 집게 모양의 두꺼운 핀으로 고정해서 머리카락끝이 분수모양 퍼지는 모양이었다.

출국수속 때부터 눈길을 끌더니만, 몇번의 헤어짐과 만남에서도 영락없이 우리 눈을 끈다. 그래서 스타일이 그렇게 중요한가 보다 하고 나는 생각한다.

 

한 스타일하는 우리 둘째, 한참 후에 보니 머리를 꼬아서 핀을 꽂느라고 야단이다. 나는 우스워죽는다. 언제 그런 핀은 가져왔는지..

평생 내 스타일을 찾지못한 것으로 유명한 엄마밑에서 그런 딸이 나온 게 신기하다.

 

 

sis

 

스타일 만들기에 여념없는 둘째 : 제발 눈화장만은 하지 말아라 라고 주문하는 엄마에게 엄마도 화장좀 해야 한다고 권하는 둘째딸. 6학년이 되면서 키가 하루가 다르게 크고, 제법 숙녀티가 나기 시작하니, 나참, 어째야 될줄 모르겠다.

 

스타일하니, 말이지만 나에게도 스타일이 있긴 있다.

 

얼마전에 친구들과 맘먹고 유명 브랜드 가게가 많은 곳으로 쇼핑을 갔었다. 그곳서 쇼핑하는데, 내 눈에 드는 옷들의 브랜드를 살펴보니, 그 많은 브랜드중에서 한두곳 찾을 수 있었다.

 

아울렛몰이라는 하는 그곳에서 쇼핑을 끝낸후, 유명제품을 한곳에 놓고 싸게 파는 곳에 갔는데, 그곳은 전시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옷걸이에 틈도 없이 무진장 걸어놓았다. 재고품이거나, 싸게 들어온 옷들이어서인지, 유명 브랜드같지 않고, 싸구려 시장물건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곳에서도 나는 몇개의 겉옷과 웃도리 등을 골랐는데 나중에 보니, 그 많은 제품들중에서 처음에 내가 찾아냈던 그 같은 브랜드였다. 런던포그, 그리고 리즈 클레이본(Liz Claiborne, 유명제품인지는 모르지만)등이었다.

 

내가 고른 런던포그에서 만든 겉옷을 같이 간 친구에게 보여주니, 입는 건 좋은데 한 70대쯤 가서 시도하라고 한다..ㅎㅎ 점잖고, 단순한 내가 보기엔 정말 편안해 보였는데.

 

남편을 소개받던 날, 엄마가 입던 겉옷을 빌려입고 나갔던 생각이 났다. 나중에 남편에게 첫 인상을 들으니, 좀은 할머니 같았다고.

 

내 스타일은 그저 할머니 스타일인가 보다.

 

어쨋든 말이 샜지만, 우리는 여행에서 온갖 스타일을 구경할 수 있었다. 나도 유심히 우리 딸들과 다른 사람들을 보았다. 모자를 사야한다고 반드시 그 가게에 가야한다고 큰애가 주장해서 들린 곳이 있는데, 그곳에서 아이들은 모자가 닳아서 천이 부스스 일어난 그런 모자를 쓰겠다고 한다.

남편은 얼굴부터 찡그리고, 왜 이렇게 낡아보이는 걸 쓰느냐고 하는데, 스타일을 이해하기 시작한 나는 아이들을 그냥 두라고, 괜찮지 않느냐고 역성을 들었다.

 

아직 9살인 딸도 어떤 모양의 모자라도 쓰고 싶어서 같은 걸 사길 원했지만, 언니들이 극구 말려서 사지못했다는 것을 나중에 들었다. 동생이 쓰면 "스타일이 구겨지니까" 못쓰게 한 것이라는 걸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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