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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떠나요

긴장.. 플로리다 여행2

여행에는 반드시 이놈이 쫓아다닌다.

우리의 첫 긴장은 올랜도 공항에 내려서, 차를 빌리려고 줄을 선데서 부터 시작됐다. 줄서기는 여행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우리를 쫓아다녔는데, 우리가 예약한 "카 렌탈 회사"의 줄만 길게 늘어서있을 뿐, 다른 회사들은 개점휴업이다시피 했다.
어쨋거나, 남편은 줄을 서고 나는 아이들에게,
"저곳이 왜 그렇게 줄이 긴줄 아니? 바로 돈 때문이야. 저 회사 차가 가장 쌌거든?"하면서 의기양양했다.

다른 회사 차보다 월등 싸니, 우리같은 사람들이 인터넷에서 복사한 종이 한장 들고 줄을 서 있는 것이었다.

한시간도 족히 넘어서 남편이 다가왔다.
우리가 예약한 차는 소형차로 다섯명의 안전벨트가 없어서 우리가 사용할 수 없다고 해서, 등급을 업그레이드해서 빌렸다고 했다. 얼마냐고 물으니, 미화 350불이 넘었다는 것이다.
미화 150불이었던 것이 2배 이상 앉은 자리에서 뛰어오른 것이었다.
남편을 혼자 보내서 일을 처리하게 하니, 이런 일이 생긴 것 아닌가, 하는 의심도 한구석에 들었지만 어쩌겠는가, 이미 끝난일.
어쩌면 그 차 회사는 처음에 예약할때 그런 조언을 주지 않고, 현장에서 그렇게 하는지, 정말 두고두고 기분나쁠 일이긴 하지만, 여행초기부터 너무 투덜댈 수 없어서 궁시렁거리다가 참는다.

 

sis


매직킹덤 앞에서의 아이들 : 아이들이 쓰고있는 모자가 전편에서 언급한 그

모자이다.


주차장으로 가서 마음에 드는 차를 고르라고 해서, 흰차를 선택해서 탔는데, 이미 시간은 11시가 넘어가고 있다. 초행길에 공항을 빠져나갈 때부터 긴장이 되기 시작했는데, 미국은 톨 게이트가 많아서 동전이 상비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폐는 미국돈을 바꿔왔지만, 경황중에 미국 동전을 챙기질 못했는데, 한참 가다보니, 톨 게이트가 나온다.

첫번째 두번째는 1달러로 사람이 지키고 앉아 있어서 별 무리없이 지불했는데, 세번째 톨 게이트가 나오면서 50센트를 넣으라고 한다. 우물쭈물 하면서 그 게이트를 빠져나오니, 알람이 울리고 난리다. 캐나다 동전도 넣어보았지만 다시 튕겨져 나오고.

지나가는 차도 없고,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어서 그냥 지나쳐왔다. 아이들은 뒤에서 감옥에 들어가면 어떻게 하냐는등, 정신사납게 수군수군 댄다.

게다가, 가면서 보니 차가 좀 이상했다. 죄회전 하려고 하면 신호음이 빠른 속도로 울린다.
쫓아오던 뒷차가 신호를 줘서 잠시 서서 기다리니, 그 운전자가 오더니 차에 불이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가 서는지, 좌회전하는지 알수가 없다는 것.

아직 제대로 된 길도 못찾았는데, 남편은 좌회전할때마다 차창을 열고 손신호를 보내며 달려야 했다. 그날 도착한 후 알라모라는 자동차회사에 전화를 걸었고, 그 다음날 아침 다른 차로 바꿀 수 있었다.

두번째 큰 긴장은 셋째날 밤에 일어났다.
매직 킹덤은 볼 것이 많았다. 아침부터 밤까지 많은 시간을 기다림으로 보내고 이리저리 돌아다녔던 아이들이 피곤해지기 시작했다.

매직킹덤의 유명하다는 퍼레이드가 시작되기 전에 우리는 그만 가기로 하고, 차가 주차되어 있는 곳을 찾아가기 위해 모노레일을 타야 했는데, 타고보니 잘못된 방향의 것이었다.

항상 멀찍이 떨어져서 따라오던 남편이 웬일인지, 마지막엔 길잡이가 됐는데, 결국 그 인도가 잘못된 차를 타게 된 것이었다.

큰애는 그 다음역에서 내려서 걸어가는 것이 낫다고 하고, 나는 앉아있다 보면 제자리로 갈 것이니, 그렇게 가서 다시 타도 될 것이라며 큰애의 주장에 동조하지 않았다. 다리도 아프고, 다시 내리는 것에 대한 확신이 생기지 않았던 것이다.

이놈의 매직킹덤이 얼마나 넓은지, 모노레일을 타고 도는 시간이 꽤 되었고, 막내는 너무 힘들어서 거의 울뻔한 것 같았다.

그래도 아줌마 근성이 있는 나는 9시에 시작된다는 퍼레이드를 아이들이 보고갈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아서 내심 좋아하기도 했다.

다시 제자리에 내려서 보니, 퍼레이드를 한다고 사람들이 둘러앉아있고, 시작하기 몇분전이었다.

그냥 가자는 큰애와 막내의 의견을 무시하고, 조금만 보고가자고 우겼다. 남편은 처음에 기차를 잘못 탄 죄책감도 있고 해서 기분이 별로 안좋았고, 의기소침한 아이들에게 핫 초코렛을 사줄 의향이었는데, 큰애가 매몰차게 거절했다. 뚱한 표정으로, 가고싶은데 가지못하고 있는 아이처럼 아빠 기분을 상하게 하고 있는 중이었다.

아빠와 큰애 사이에 팽팽한 신경전이 벌어졌다.

남편은 급기야 참지못하고, 다음에는 이런 가족여행은 오지도 않겠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퍼레이드가 시작됐다. 사람들에 가려서 우리 애들은 제대로 보지도 못한다. 기분이 이렇게 저조한데, 어떤 화려한 것이 펼쳐진다해도 뭐 그다지 흥미가 있지도 않았다. 나도 마음을 고쳐먹었다. 아이들에게 보지말고 갈까 물으니, 그런 의견들인 것 같아서, 우리는 퍼레이드 초반에 자리를 뜨게 됐다.

차타고 오면서 어른인 우리가 참아야지 어쩌겠느냐고 남편을 다독였다.

 

sis

스위스 페밀리 트리 하우스: 대형 인공나무에다 추리하우스를 만들어놓았다.

나무로 지어진 것 같은 모든 조형물들은, 철물에다 나무색을 입힌 것이 대부분이었다.

 

집에 와서 큰애를 불러 왜 그랬느냐니까, 핫 초코렛을 먹지 않으니 아빠가 그렇게 화냈다고 해서, 아빠는 그것 때문이 아니라, 길을 잘못 찾은 것에 대해서 미안해서 너희들 기분을 풀어주려고 하는데, 네가 받아들이지 않아서 그런 것이라고, 네가 시간있을 때 사과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지금 이 시간까지 큰애가 사과했다는 말을 아직도 남편으로부터 듣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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