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을 떠나요

기다림..플로리다 여행4

여행 전체를 통틀어 무엇이라고 말할 수 있겠느냐고 누가 묻는다면, "기다림"이라고 말할 것 같다.

 

모든 것은 줄서기에서 시작된다. 비행수속을 할때도, 작게는 몇십분부터 많게는 2시간 넘어까지 차례를 기다려야 하는 일은 정말 힘든 일이었다. 그것뿐인가? 올랜도에서도 구경거리 앞에는 영락없이 사람들이 줄을 서있다. 차례기다림의 어려움을 겪을데로 겪고왔다.

 

그러나 그것은 단지 아주 작은 기다림에 불과한 것이었다. 마지막에 메가톤급 기다림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올랜도에서 비교적 짧아보이는 줄에 섰는데, 그게 잘못된 줄이어서 다시 줄서서 수속하느라 비행기 이륙 15분전에 간신히 뛰어서 들어가게 됐다. 가슴을 쓸어내리며, 여행의 내용을 머리속에 정리하며 아틀란타 공항에 내렸다.

 

이곳에서 델타 에어라인을 타고 토론토로 들어가게 된다. 다음 비행시간인 12시50분까지는 한시간 넘게 여유가 있어서 다행이었다. 갈아타는 곳에서도 티켓확인을 해야하는데, 비행이 취소됐다는 것이다. 토론토의 날씨관계로. 이럴 수가. 지연도 아니고, 취소라니.

 

어쨋든 다시 티켓을 확인받으라고 해서 줄을 서서 다시 받은 시간은 5시12분 비행기였다. 자리는 없고 Stand by라고 찍혀있다. 11시30분부터 5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그래도 기다리면 길이 있겠지 하면서, 점심도 먹고, 마음을 느긋하게 잡고 기다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기다리면서도 게이트가 자꾸 바뀐다. A-33라고 했다가, 다시 A-28이라고 했다가, 그럴때마다 피난행렬처럼 모두 움직인다.

 

스탠바이는 모두가 타고, 남는 자리를 주는 것이라, 자리를 받기 위해 줄설 필요는 없다고 들었다. 그러나 마음이 급한 나는 어떤 방법이 있나하고 모두들 서는 줄에 표를 갖고 서서 기다린다. 1시간 이상을 기다려서 직원에게 가니, 당치않은 사람이 와서 귀찮다는 듯이 당신은 무조건 기다리라고 한다. 그렇잖아도 제시간에 비행기를 못타서 기분이 엉망인데, 직원이 아주 우습게 취급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안좋다.

 

전광판에 스탠바이 사람들의 이름이 나온다. 66명중에 우리는 18번에서 22번까지이다. 이만하면 앞에 있다고 생각하고, 희망을 갖는다. 그런데 5시가 지나도 우리뿐이 아니라 제 시간 표를 가진 사람도 움직일 생각을 안한다. 한참후에 비행이 연기되었다고 방송해준다. 한 대인가가 떠나고, 다음 비행의 스탠바이 리스트에 올리라고 한다. 비행할지 안할지도 모르는 그런 표를 받기 위해서 또 1시간 이상 줄을 서야 한다. 어쨋든 7시 50분 비행기인가 다시 등록했다.

 

같이 기다리던 한 젊은 아기엄마하고 이야기하게 됐다. 자기는 아침부터 이곳에서 기다리는데, 모든 짐을 부쳤고 아이 먹을 것도 입을 것도 없다고 울상이다. 자기가 알아본 바에 의하면 일단 제대로된 표를 가진 사람을 다 태우고 나서도 클리어 리스트에 올라있는 중복 발급된 사람들을 해결한 다음에 스탠바이 사람들을 태우는데,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자기는 스탠바이 1번인데, 탈 수 있을 것으로 생각지 않는다며 아이를 힘없이 쳐다보았다. 아이가 없으면, 이런 일 견딜 수 있지만, 아이 음식이랑 모든 걸 다 장만해야 한다며, 자리를 떴다.

 

우리도 그날 무작정 기다리다가 결국 10시가 넘어서 더이상 비행기가 없다는 방송을 듣고 새로 자리를 예약하러 줄을 서야 했다. 우리같은 많은 사람들, 끝도 없는 줄에서 2시간 이상 걸려서 그 다음날 4시30분 에어캐나다 비행기표를 받을 수 있었다. 담당 직원은 내일 2시경까지 오면 될꺼라고.

 

호텔을 어떻게 잡아야 하나, 택시를 타야 하나 하면서 직원에게 물어보니, 회사의 호텔 이용권을 준다. 물론 지불은 개인이 해야 한단다. 날씨는 회사책임이 아니라면서. 어쨋거나, 호텔측에서 운용하는 버스를 타고 12시가 넘어서 주변 호텔로 갔다.

 

그 다음날 시간이 있었지만, 다른 할일도 없었으므로 11시가 조금 넘어서 공항에 도착했다.

 

우선 유나이티드 에어라인에 먼저 가보라는 직원의 말이 있었기에 그곳에 갔다. 공항이 얼마나 큰지, 어디 한곳을 찾아가려면, 기차도 타야하고, 에스칼레이트도 타고, 걸어서도 한참이다.

 

 

 

공항에서 기다리며.. 끌고갔던 인형이 다 나오고, 나름대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둘째와 막내. 큰애는 집에서처럼 놀지말라고 동생들에게 찡그렸지만, 나는 그냥 두었다. 그렇게라도 해야지, 그 긴 시간을 어떻게 다 때우겠나!!

 

유나이트디 에어라인에 가니, 자기들에겐 올 필요없다면서 에어 캐나다로 바로 가라고 했다. 에어 캐나다에 도착해서 4시30분 비행기표를 보여주니, 자리가 없다고 한다. 자리가 없다니? 그때부터 또다시 정신이 혼미해진다. 저녁 7시50분 스탠바이 자리를 줄수는 있지만, 그전에 갈 수 있을 지 모르니, 우선 모 항공사인 델타 에어라인으로 다시 가서 표를 받으라고 한다.

 

델타 에어라인이 좀 이상했다. 아무리 날씨로 비행기가 취소되었다 해도, 잘못된 비행기표를 남발하지 않나, 게이트가 이리저리로 마구 바뀌고, 새 비행을 편성하지 못하는 것도 그렇고, 계속 실수 투성이다. 비행손님을 도와줄 직원도 많이 보이지 않고, 뭐 하나 물어보려고 해도 우선 줄부터 서야 하는데, 그게 장사진이다. 제대로 된 해답을 주지 못하니 한사람 한사람이 오랜 시간 끌기도 하고 말이다.

 

어쨋든 우리도 줄을 섰다. 바야흐로 직원앞에서 새 티켓을 물어보는데, 오늘 비행기표는 없다는 것이다. 스탠바이에 올려놓을 수도 있지만, 그것은 확신할 수 없는 일이고. 아이들이 거진 울고 있고, 이미 하룻밤을 보냈는데, 또 그래야 한단 말이냐면서 동정을 구했지만, 그 직원은 "정말 안됐지만, 이런 비상사태에선 어떨 수가 없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다음날표라도 알아보라고 했더니, 다시 뒤적거리더니(컴퓨터를) 두명 세명씩 떨어져서 가는 것은 어떠냐고 한다. 그럴수는 없다고 했더니, 오후 5시12분 비행기표를 만들어줬다. 스탠바이가 아니고, 자리가 있는.

 

하루 더 이곳에서 머물러야 한다는 말이었다. 정말 대책이 서질 않는다. 내일 표를 가지고 오늘 떠나는 비행기에 스탠바이 할 수 있느냐고 했더니 그렇단다. 그래서 우리는 비행 스케줄표를 얻어서 토론토 가는 비행기마다 스탠바이를 해보기로 했다.

 

첫 비행기 5시12분것은 우리 번호가 또 중간쯤 있다. 5시가 넘어도 비행기가 뜨질 않고, 계속 지연된다. 6시30분까지 기다리다가, 에어캐나다에 가서 스탠바이 하기로 하고, 다시 그쪽으로 갔다.

 

에어 캐나다의 남미 계통의 직원의 인상이 아주 좋다. 이렇게밖에 말할 수 없는게, 그가 우리가 도착하니, "럭키"라고 손짓을 한다.

 

그가 여권과 비행기표를 받아들고 새표를 만들어서 부르겠다고 기다리라고 한다. 그가 비행기표를 만드는 몇분이 마치 1시간 이상으로 느껴졌다.(실제로도 30분 이상은 걸렸던 것 같다) .

 

처음에 그가 말했던 7시50분 비행편인줄 알고 그 시간에 다른 사람처럼 줄을 섰다, 제지를 당하게 됐다. 다음 비행기라는 것이다. 나는 이번 일도 그렇지만, 때만 나면 줄을 서고, 물소처럼 고개를 디미는 아줌마근성을 여기저기서 발휘해, 아이들에게 놀림감이 되기도 했지만, 나도 나를 제지할 수가 없었다. 어쨋든 우리의 비행기는 9시경 이륙했다.

 

나중에 들으니, 에어 캐나다에서는 200여대의 비상비행을 편성해서 운행했다고 했다. 우리가 탔던 비행기도 "제트기"로 겨우 50석이 구비된 "귀여운" 비행기였다.  미국 항공사에서 구박받다가 캐나다 항공사에서 구조되니, "애국심"이 무럭무럭 솟기도 했다.

 

토론토에만 가면 모든 것이 끝날 줄 알았다.

 

네개의 가방이 먼저 토론토에 가 있으니 도착하면 델타 에어라인에 알아보라는 직원의 말을 듣고, 터미날2에 도착해서 터미날3로 가니, 델타 회사앞에 사람들이 많이 서있다. 줄서기에 진력도 나고, 또 짐만 찾으면 되니 나는 옆에서 잠시 물어보기로 했다.

 

그랬더니 이 직원, 내 말을 못 알아듣는척 하면서 왜 줄을 서지 않느냐고 한다.

나도 이때쯤부터는 조금씩 화기 나기 시작하고 있었다. 델타에서 우리에게 해준 게 뭐가 있는가, 겨우 짐 하나만 찾아가겠다는데, 우리를 이렇게 박대해도 되는가, 이틀이나 공항에 묶어둔 사람들이!! 이런 마음이 내 안에 있었다.

 

나는 신경질적으로 비행표를 예약하려는 것이 아니라, 짐을 찾으려는 것이고, 이곳에 있다는 데 왜 줄을 서야 하냐고 물었다. 이 직원 하는 말이, 미안하다. 다른 Song씨 가족과 내가 헷갈렸다. 너희들 짐은 이곳에 있는데, 우리 직원이 내려가봐야 한다. 한명이 짐을 담당하고 있는데, 그가 지금 너무 일이 많아 일일이 도움을 줄 수 없다. 우리들도 지금 바빠서 도와줄 수 없다,하고 말을 끝낸다.

 

그래서 내가 기다리라는 말이냐고 하니까, 그렇단다.

 

그러는 중에 몇 팀이 짐을 찾기위해서 도착했다. 멕시코에서 방문온 부부와 딸, 우리와 같은 비행기를 타고 왔다. 그리고 백인 부부. 너무 갑갑하여 짐이 있다는 곳에 내려가서 헤맸으나, 우리들끼리 들어갈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다시 올라갔다.

 

그러는 사이, 짐을 찾는 사람들이 한곳으로 내려가기 시작하고 있었다. 직원이 워키토키로 누군가에게 무전을 치고. 우리는 그들을 따라서 같이 내려갔다. 그곳에서도 다른 두 팀의 짐이 다 찾아졌는데, 우리것은 나오지 않는다.

 

그때 나의 순발력이 나왔다. 남편에게 짐표가 붙어있는 티켓을 그 직원에게 줘야 한다고 빨리 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것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짐을 관리하는 것같아 보이는 그는 우리표를 보더니, 이것이 마지막이라고 말한다. 이 짐은 내가 본 것이라고. 더이상 자신에게 페이저 하거나, 사람을 보내지 말라고, 다른 직원에게 주지시킨다. 그래서 우리짐을 찾게 됐다.

 

짐을 찾는 동안 토론토공항의 직원과 이야기를 하게 됐는데, 우리 애들을 보고는 애들이 힘들겠다, 이 애들은 착하다, 어떤 아이들은 울고 말도 아니었다. 지금 공항에 묶여있는 짐만도 엄청나게 많다. 아침부터 짐만을 찾기위해 지금까지 기다리는 사람도 있다, 어떤 사람은 소리치고, 엄청 소란하게 했다 등등, 우리를 위로하는 것인지,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는지 동조를 해줬다.

 

나도 목소리를 높여서 우리가 당한 것을 이야기하니, 델타 직원들은 소용없고, 높은 라인에 메일을 넣어보라고 조언해준다. "한번 편지를 써볼까"하는 생각도 한다.

 

토론토에 도착해서 짐 찾는데만 2시간 이상이 걸렸다.

 

전체 기다리는 것을 종합해서 보면, 아이들은 훌륭했다. 정말 너무 힘들었었는데, 그걸 몇번의 눈물머금음외에 잘 참아줬다. 막내가 힘들다고 해서, 어떤것들인지 한번 나열해보라고 했더니, 피곤하다, 배고프다, 목이 아프다, 집에 가고싶다, 집에 있는 동물들 다 보고싶다, 어지럽다 등등 장장 17가지가 됐다.

 

그들은 기다리는 중간중간 랩탑을 켜놓고 타이핑도 하고, 책도 읽고 했는데, 나는 그중에 한가지도 할 수 없었다. 아무리 많은 시간이라도 내가 따로 활용할 만큼 내 마음이 편하지 않았던 가 보다. 둘째는 열심히 글을 썼으니, 아마도 장편소설 하나는 끝냈으려나 모르겠다.

'여행을 떠나요' 카테고리의 다른 글

2주간의 휴가..토론토에서  (0) 2005.07.19
남는 이야기들.. 플로리다 여행 끝  (0) 2005.01.04
구경..플로리다 여행3  (0) 2004.12.31
긴장.. 플로리다 여행2  (0) 2004.12.30
설레임..플로리다 여행1  (0) 2004.1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