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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떠나요

평생을 두고도 갚지못할 사랑...여행6

제목에 저의 전 마음이 있습니다.

이번 여행은 사람찾은 여행이었습니다.

간 곳이 많고 본 것이 많아도,

사람을 찾아 다녔습니다. 그리하여, 어느 곳 하면, 어떤 사람을 떠올리게 됩니다.

그들이 3명이나 되는 말만한 딸들을 끌고 다니는 저에게 해준 사랑을 생각하면,

제가 어떻게 다 갚을 수 있겠습니까?

 

떠나는 날까지 전화를 넣어준 친구들,

공항까지 배웅해주고, 또 환송해준 시골의 언니와 조카들.

우리를 위해 휴가시간을 맞추고, 새벽같이 인천서 올라왔던 사촌오빠 언니 그리고 동생..

 

하나하나 간단히 짚어내기에도 이미 숨이 차 오릅니다.

5주간의 하루하루가, 매시간 시간이,

그들의 배려와 정의 시간들이었습니다.

 

15년간 무뎌져서 반 케네디언이었던 제가

한국사람으로 완전히 깨어져서 왔습니다.

 

받은 것의 조금씩이라도 베풀면서 살아야겠습니다.

그것이 사랑을 갚아나가는 아주 간단한 방법이겠지요.

 

전편에 이어서 우선 있었던 일을 훑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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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에서 아이들에게 "욕심많은 엄마"로 지탄을 받고나서,

그 다음날은 내가 짜장면을 샀다. 친구와 친구아들과 함께.

아이들에게 보란듯이 돈을 내고.

식당아줌마들이 우리 아이들을 유심히 본다. 생긴 것이 조금 다르다는 소리들을 들었다.

 

떡 벌어진 어깨, 까만 피부, 그리고 말없이 소곤소곤하는 모습이

아마 그런 느낌이 들게 하는지도.

 

속초에서 둘째날은 권금성에 올랐다.

케이블카에서 내린 다음에 바위산에 오르니, 시야가 확 트인다.

사방팔방에 빈틈없는 아름다움이 있다.

바람은 초고속으로 불어서 사람들 손에 들려있던 휴지들이 산밑으로 나르고.

바위산에는 작은 우물이 있었는데, 그곳에 올챙이들이 살고있었다.

그 올챙이와 함께 놀면서, 내 가방을 바람으로부터 보호한다는 생각으로 이리저리 끌고다니던 둘째가 그 우물에 가방을 빠쳐버렸다.

 

그 바람속에서 안엣것을 다 내놓지 못하고 대강 닦아냈는데,

나중에 집에와서 보니, 핸드폰이 물에 닿아 못쓰게 되어있었다.

첨단인간이 되었던 한국에서의 며칠간이 그날로 종을 치게 되었다.

 

권금성을 다녀온 다음에 속초의 대학 동기집에 전화를 넣었다.

이쁜 목소리. 그집에 가서 또 하루를 묶게 된다.

 

친구와 새벽까지 두런거리며 이야기했다.

대학졸업한지 20여년만에 만났어도, 그녀는 정말 새초롬한 새벽꽃같아 보였다.

 

속초를 다녀온 다음날, 작은 만남을 점심시간에 가졌다.

칼럼에서 알게된 세자매 엄마와의 만남.

이쁜 딸내미에게 반하고, 생각보다 훨씬 낫다는 그녀의 내 평에

뿅 간다.

영국에서 삼년간 살다온 그녀가 새 보금자리를 튼 구리시의 한 아파트에서,

우리 애들과 세 어린 자매들이 상봉식을 가졌다.

그집의 큰애와 우리집의 막내가 헤어지기 직전에 친해지더니,

마지막에는 굿바이 인사를 하지 못한다.

배웅차 왔던 아빠를 잠시 기다리게 하고, 5분 동안 아쉬운 만남을 가진채,

기약없는? 이별을 했다.

 

그런 다음 무슨 일이 있었나?

인터넷 친구들을 보았다. 해외 아줌마들과 한국의 아줌마들이 함께 모인,

카페 친구들.

모두가 다른 연령층이지만, 글로 친해진 것이 벌써 몇년째이다.

그중에서는 서로 얼굴을 보기도 했고.

이날 모임은 외국에서 방문온 아줌마들이 세명이나 끼어있었다.

한국아줌마들의 국제화를 이곳서 발견한다.

 

이제 거진 되어간다.

 

인천이야기를 해야겠다.

막내이모의 "계란찜" 이야기는 우리 자매들에게서 유명하다.

계란이 귀하던 그때, 막내이모집에만 가면 우리들은 밥솥에 맛있게 쪄낸 계란찜을 얻어먹을 수 있었다.

우리 자매들 모두가 그런 것을 보니,

이모는 조카들이 오면 언제나 그러셨나 보다.

그 이모의 자손들이 거진 다 인천에 모여산다.

인천집에 놀러가니, 온 식구가 한곳에 모여서 한상을 나눴다.

밤늦도록, 술도 마시고.

같은 곳에서 잠도 함께 자고. 이불 한조각만 있으면 되는 더운 여름이었던 것이 다행이다.

 

그 식구들과 설악산 오색약수터로 캠핑을 다녀왔다.

어마어마한 준비성. 입만 가지고간 나는 내내 너무 부끄러웠다.

좋은 장소에서 이틀간을 지지고 볶고 지내고.

나는 낮술에 취해서, 기어이 일을 한가지 저지른다.

그런 다음, 하나님께서 이 여행에 나를 동반시켜주신 의미를 깨닫는다.

캐나다로 가기전, 신데렐라처럼 들떠있던 나를 가라앉혀주신다.

 

바닥으로 내려오고, 낮술뿐 아니라, 밤술까지도 끊기로 생각한다.

 

인천을 다녀온 다음에 천안에를 갔다.

그곳은 사촌언니가 사는 곳이다.

천안시외버스 터미날에 내렸는데, 정말 많은 사람인파에 놀란다.

명동거리가 이렇지 않을까, 생각될만큼.

깨끗한 거리와 빌딩숲도, 천안이 예전의 호두과자만 팔던 그런 촌스런 도시가 아닌 것 같다.

 

옷수선과 맞춤을 하는 언니집에서는, 아이들이 너무 좋아했다.

저이들이 키우는 기니픽과 토끼 옷등을 만들었다.

사촌언니가 재봉도 해주고, 재단도 해주고.

 

왕언니와의 만남은 나의 한국방문이 거의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이다.

그분은 나이를 짐작할 수 없을 만치 단정하고, 품위가 있으셨다.

전주식의 한식정식을 나눴다.

서산언니까지 함께. 언니는 "그렇게 인품있어보이는 분을 만난것에 기쁨"을 느낀다고.

 

두번째의 공식 대학 동기들 모임이 서울을 떠나기 이틀전에 있었다.

이어령씨의 부인인 강인숙 교수를 모시고서.

학계에서는 어떤 평가가 있는지 몰라도,

그는 수학여행을 함께 갔던, 목소리 카랑카랑했던 우리들의 스승이었다.

연세가 70을 넘어섰고, 대학에서도 은퇴했지만, 여전히 기념관을 만들어 활동중이셨다.

교수를 먼저 보내고, 우리들끼리 이차를 땀나는 여름날, 경복궁 근처 야외공원에서 한동안 앉아서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누다가, 적당한 음식과, 편한 의자를 찾아서 헤매다가, 결국 KFC에서 마무리 모임을 가졌다.

 

참말로. 아줌마들이 결국에 자리잡은 게 케이 에프 씨였다는 게 우습다.

 

캐나다에 있을때 적어도 이런 교회는 가고 싶었다.

우리가 공부하는 다락방 교재가 발간되는 옥한흠 목사의 "사랑의 교회"

두레공동체를 창설한 김진홍 목사의 "두레 교회"

칼럼에서 만난 왕언니의 "영동교회"

중고등학교때 다녔던, 지금은 무진장 커진 청파동의 "삼일교회"

 

그랬는데, 그동안 교회도 방학하고 놀러만 다녔었다.

 

마지막날, 정신을 차려서 "사랑의 교회"를 방문했다. 우리집에 방문왔었던 장선생님을 따라서.

아이들은 이날, 친구 은비네를 따라서 롯데월드에 놀러갔다.

강남에 있는 그 교회는, 교인들이 많았지만 질서가 있고 감동어린 찬양이 있는 곳이었다.

우리 사는 곳에 와서 작은 교회를 탄생시키고 귀국한 분을 그곳서 만났는데, 그분은 정말 하늘서 내려온 천사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하얀 모시 드레스.

나도 안팎으로 하나님앞에 쓸만한 사람이 되면, 그런 고운 옷을 해입어야겠다..

 

아 그러고도 남는 이야기가 있다.

그동안 일정에 밀려서 교보문고 나들이를 못했었다.

그런데 강남에 교보문고 지점이 있다는 것이 아닌가.

장선생님과 함께 교보문고에 들렀다.

 

잘 모르는 작가들, 책들 속에서 그럭저럭 몇권을 뽑아왔다.

남편을 위해서 한방에 관련된 책도 선물로 사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보아와 베이비 박스 씨디도 사고.

또 캐나다에 있는 조카에게 줄 아코디언도 골랐다.

 

이날 저녁, 짐을 싸는데, 나를 배웅하기 위해 서울서 묵으며 기달려준 서산언니가

마지막 저녁을 먹자고 한다.

도움을 준 사람중에서 인사를 하지 못한 한분이 생각났다.

그분 이야기를 하니, 서울 언니가 그렇잖아도 한번 만나고싶다고 한대나.

그분을 불러내서, 대접을 해줘야 하는데 그분이 우리 세자매와 먹은 모든 것을 계산했다.

이렇게 마지막까지 정중한 대접을 받았다.

 

이젠 다 했다.

가도 된다.

모든 걸 다 했다.

그렇게 나는 한국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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