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번째 목욕은 아이들이 쫓아나서지 않았다.
토굴방, 불가마 찜질방이 갖춰진 사우나탕에 언니들과 들렀다.
사막의 온도체험같은 펄펄 끓는 곳에서 한5분 앉아있었고,
황토방에서는 목침을 베고 조금 누워보았다.
아이들은 옷을 모두 벗고 있어야 하는 목욕탕 문화를 이해할 수 없어했다.
아빠에게 이르겠다는 등, 스스로가 창피해서, 정신을 못차린다.
서산에 있는 동안 날이 별로 좋지 못했다.
전체 가족이 모여 모임을 가진 신두리 해수욕장에서는
태풍의 경고까지 있는, 비바람치는 해변에서
용기를 내서, 밖으로 한번 나갔다가는 흠뻑 적시고 들어오기도 했다.
그 날 이후로 멋있다는 안면도 꽃지 해수욕장에 간 날도,
우중충하고 서늘했다. 수영하고 싶어하는 아이들의 갈망에 못미치는
날들이 물가를 곁에 두고 계속됐다.
그러니까 어제,
바다를 막아 다리를 만든 대호방조제를 갔었다.
그 길을 건너가니, 다비도라는 곳이 나오는데,
전망좋은 바닷가였다.
마침 날씨도 좋고. 나는 혹시나 해서 아이들 수영복과 타월을 들고다녔다.
그러나, 그곳은 굴등, 패류 서식처인지 크고 작은 바위에
달라붙어 있는 굴을 캐는 사람들이 많았고 온통 날까로운 바위뿐으로 수영이 금지되어 있었다.
동행했던 언니는 해수탕에서 목욕하고 있겠다고 아이들과 나중 만나자면서
없어졌다.
아이들이 포식한 뒤끝이라 화장실 사용이 빈번했고,
마침 그곳이 언니가 들어간 그 해수탕이 있는 건물이라,
아이들에게 은근하게 물어봤다.
수영도 할수 있고, 뜨건물, 찬물탕이 있는데,
한번 경험해 보겠느냐?고.
공중목욕탕을 두고 "문화의 다양성"을 안되는 말로 떠들면서.
큰애가 솔깃하자, 둘째 막내는 언니가 하는대로 하겠다고 한다.
아줌마에게 수영복을 입어도 되냐고 했더니,
안된다고 한다. 모두가 벗었는데 어떻게 그렇게 하냐고.
수영복을 거절해서, 할 수 없이 아이들을 데리고 나오는데,
다시 부른다.
노천탕에서만 노는 조건으로 들어가라는 것이다.
요즘의 대중탕은 손님들이 많지 않다고 언니에게 들었는데,
그전에 내가 한번 가봤던 곳도 도심지인데도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의
사람들이 있었다.
설치비와 유지비가 상당할 것 같은 그곳이 사업이 안되는 것 같아,
내가 다 걱정이 됐었다.
마침 이곳도 사람이 많지 않은가 보았다.
그런데, 어느 사이 큰애는 마음이 다시 바뀌었다.
못들어가겠다는 것이다.
막내와 둘째는 "문화체험"과 동시, 수영을 조금 할 수 있다는 꼬심에
마음이 돌아섰는데.
할 수 없이 큰애를 로비에 남겨두고
우리끼리 들어갔다.
내 생전에 비키니를 입게 될지 몰랐다.
큰애가 새로 장만한, 내가 어떻게 그렇게 생긴 걸 입냐?고 했던,
아주 야한 옷이었다.
벗은 엄마 모습을 보기 어려워하는 아이들 때문에,
할 수 없이 그 비키니를 입었는데..
지금 생각해도 웃음이 나와 죽을 지경이다.
조용하게, 부끄러하면서 노천탕에서 노는데,
직원인 듯 보이는 어떤 아줌마가 온다.
"애들아, 옷 벗어야 돼."
"도대체 모두 벗고 있는데 옷을 입고 있는 이유가 뭐야?"
...
그간의 사정을 설명하고,
아이들이 조금 후면 벗게 될테니, 이해해달라고 했다.
"외국에서 와서...."
아줌마가 왔다간 다음,
하나씩 벗어서 모두 나신이 되었는데,
이 아이들,
물밖으로 나오지도 못하고, 설설 피해다니고..
그 나마 몇 사람 있지 않았기에 망정이지,
얼마나 보기에 역겨웠을까?
아이들이 물밖으로 나와서 옷을 입으면서 하는 말
"아, 이제 편안하다..."
이 아이들에게는 옷을 벗고 사람들 사이에 있는 것이 그렇게나 어렵게 느껴지나 보았다.
아이들 말에 따르면, 어떻게 나신을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문화가 좋은 문화냐며,
앞으로는 절대로 가지 않겠다고.
아무리 물이 좋아도,
수영이 좋아도,
안되는 것은 안되는 것임을 아이들을 통해 깨닫는다.
문화체험과 문화습득은 아주 큰 간격이 있음을... 느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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