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 언니집에 있을때 사촌오빠가 찾아와서
밤늦게 오빠와 같이 술집에 가서,
"내 일정"을 점검했다.
그때만 해도 여행 초기라,
한것 보다는 안한것이 많아서,
날짜를 현명하게 배치하는 것이 중요했다.
하나하나에 깃든 이야기들이 많지만,
기회가 되면 정리하기로 하고 간단히 짚고 넘어가자.
서산서 올라온 다음날 대학 동기들과 만남이 있었다.
조금 살이 불었네 했지만, 더 보기좋아져다는 말도 들었다.
20년만의 만남이었는데,
남자동기들까지 낀 조금은 흥분된 자리였다.
그날 아이들은 우리집에 공부차 방문왔던 저이들 친구집에서
하루를 자기로 한 날이라, 나는 맘놓고 늦은 시간까지 친구들과 있을 수 있었다.
그 다음날은 아이들이 가장 좋아했던
"롯데월드" 탐험의 날.
하룻밤새 만리장성을 쌓은 그집 엄마와 두 아이,
그리고 우리 네식구가 함께했다.
아이들은 즐겁게 노는데,
나는 온갖 현란한 쇼와 소음속에서
기회만 있으면 짧은 잠에 빠져들었다.
피곤이 조금씩 누적되고 있는가 보았다.
그리고 그 다음날,
조카가 출연하는 어린이 뮤지컬을 보러 수원으로 향했다.
이제 대학1학년생인 조카는
나와 캐나다에서 함께 살았었다.
이해할 수 없는 사춘기 소녀같았던 그애가,
제 자신을 온몸으로 보여주는 연극에 출연하는 것이
그렇게 대견하고, 훌륭하게 생각됐다.
그날 우리를 태워다주었던 분과
피자헛을 갔는데,
우리 아이들, 자유분방함을 보고는
"야생동물"같다고 해서 서로 웃었다.
도시에 전연 길들여지지 않은 것 같다나 뭐라나.
우리 아이들이 아저씨가 뭐라고 그래 해서,
엉겁결에 "와일드 애니멀"어쩌구 했더니
자신들을 비하하는 발언이라고 싫어했다.
나는 이해하는데, 그 부분을 설명하기 어려웠다.
그리고 그 다음날
남편의 고향인 전북 부안을 시동생과 다녀왔다.
우리를 위해서 차를 빌려서 그곳까지 운전해준 그에게 감사한다.
부안의 일개 면 마을인 그곳은 정말 개발이 거진 안된 전형적인
농촌마을이었다.
내가 자랄때의 시골마을처럼.
아이들은 한국의 본모습을 보는 것처럼 좋아했다.
작은 지붕들, 마당의 평상들, 그리고 아귀가 안맞는 대문들...
개발의 강풍을 비켜간 것이 그 마을에게 좋은 일이었는지는 모르겠다.
손질이 잘 되지는 않은 시아버지와 조상들 묘를 참배했다.
시동생이 묘 앞에 오징어와 참외등을 진설하고 막걸리를 뿌리는 동안,
우리들은 함께 서서 잠시 묵도를 드렸다.
그리고 이박삼일 동안 제주도를 다녀왔다.
제주도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칼럼에서 알게 된 친구를 만난 일이었다.
세 아이를 데리고,
두 아줌마와 여섯 아이가
전망이 아름답고, 아이들의 부산함이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생음악이 나오는 아름다운 식당에서 장장 3시간을 보냈다.
우리들은 글로 만난 친구들이라,
마치 작가들처럼
글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 ㅎㅎ
제주도에서 올라온 다음날
시집 식구들이 모두 모이기로 한 시이모님집에 갔다.
아이들은 그곳에서 조금 달랐다.
보다 많이 까불고, 많이 웃고...
"음, 핏줄이야..."라고 말할 수 있는 반응들을 보여줬다.
시댁 가족과는 정말 뜨겁고 진하게 놀았다.
노래방에 가서.
시어머님은 "나는 집볼께 다녀들와"하시더니
얼마나 노래를 여러곡 열심히 부르시던지...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한방을 차지하고 놀고.
어른들은 의자에 앉을 기회가 없이 모두 몸을 흔들고,
어깨동무하고 난리였다.
나는 그 밤을 "광란의 밤"이었다고 부르고 싶다.
시댁식구들과 남자들은 방에서, 여자들은 거실에서
거하게 같이 잠을 잤다.
자고난후 아이들은 또다시 친구집으로,
나는 대학 여자동기들을 만나러 모교로 향했다.
약간씩의 변화,,,,
장장 6시간에 걸친 수다....
그래도 이야기가 바닥나지 않았다.
바람이 잘 드는 앉을 곳을 찾아 작은 동산을 배회했던 기억들..
그날 저녁 선배의 집에 들렀다.
대학 졸업하고 이민가기 전까지 가장 친밀한 관계를 가졌던 그들..
집에서 해물탕을 시켜서 비전문가적으로 담근 술과 함께,
조금 수준높은 이야기들을 했다.
문화지킴과 문화열림등에 대한 것이었을까?
그 다음날 속초로 떠나기로 되어있었다.
인터넷에서 만난 친구를 찾아서.
고속버스를 타기로 했었는데,
이세상에 없을 듯 싶은 정많고 행동빠른 또 인터넷에서 만난 언니가
속초까지 운전해주셨다.
그날 저녁 작은 일로 싸우는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너희들은 그럴 수 있니?
한번도 본적없는 친구를 위해서 4시간 운전해서 데려다주고,
또 올라가야 하는 아줌마와,
이렇게 안방까지 내주고 우리를 재워주는 아줌마들 처럼 할 수 있느냐"말이다.
"너희들은 작은 불평가지고 싸우고,
너희들이 그들에게 보답하는 일은 재미있게 놀아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랬더니 큰애가 벌떡 일어나 하는 말,
"엄마는 어떻게 그런 호의를 그렇게 다 받아들이느냐?
음식을 먹어도 돈도 내지 않고. 그러면 안된다"고 질타한다.
맞는 말,
아이들에게는 욕심많은 엄마로 보여지고 있는 중이다...휴우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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