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함의 극치를 자랑하는 노틀담 성당 내부.
캐나다를 좋아하는 이유중에 "물"이 많다는 것도 있다. 바다같은 호수들, 조막만한 작은 연못까지, 정말 물이 지천이다. 온타리오만해도 호수와 강의 숫자가 15만개를 헤아린다고 한다. 유명 관광지가 아니어도 물가는 마을마다 있고, 그곳에 가면 으례 볼만한 꺼리가 한두개는 있게 마련이다. 가령, 등대라든지, 물가를 산책할 수 있는 길이라든지, 좀 수심이 깊은 곳에는 수많은 배들이 매어져있어, 떠나는 뱃사람의 심정을 그려보기도 한다. 민물이지만, 어떤때는 바람에 실려 비린내가 퍼진다. 민물고기들이 내는 냄새일수도 있고, 강을 타고 흘러온 바닷물들의 소리없는 아우성일 수도 있겠지.
온타리오를 떠나 퀘벡으로 가는 길에 물은 그다지 많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토론토의 온타리오 호수물이 퀘벡주에 들어서면서 세인트 로렌스라는 강물로 변한다. 세인트 로렌스 강은 넓어졌다, 좁아졌다 하면서 흘러 캐나다 동부 대서양과 만난다. 캐나다 서쪽으론 태평양, 동쪽으론 대서양 두 큰 대양을 사이에 두고 캐나다가 존재해 캐나다 국기 메이플잎사귀의 양쪽이 두 대양을 뜻한다. 그리고 하얀 바탕은 평화를 상징한다. 평화중립국으로의 캐나다의 역할이 그런 철학적인 국가이념에서 기인하나 보다.
차창밖으로 보이는 도로의 나무들은 모두 헐벗어서 그 본모습을 그려보지 쉽지 않았지만, 대부분의 나무들이 단풍(메이플) 나무들이다. 메이플나무에서 흘러나오는 수액은 몇번의 정제과정을 거쳐 메이플 시럽으로 생산된다. 메이플 시럽은 아침에 먹는 팬케� 위에 뿌려먹는데 달콤한 맛을 낸다. 한국의 조청처럼 달지는 않지만, 맛을 비교한다면 그것이 가장 적당할 것 같다.
차창밖에는 메이플 나무 대신 갈대밭이 끝도 없이 펼쳐져있다. 키 큰 나무들이 위용을 뽐낼 때는 전연 눈에 안띄었을 그런 약한 나무들이 볼만한 것이 없는 도로를 장식하고 있다.
몬트리얼은 예전 캐나다 수도였다. 경제, 산업의 중심지였으니 그 규모가 상당하다. 화려한 명성뒤로 도시가 가난해진 동기가 있다고 한다. 1976년 열렸던 올림픽에서 몬트리얼은 상당한 빚을 지게 된다. 캐나다 정부가 "지원"을 제안했지만 프랑스인들의 자존심으로 이를 거절, 독자적으로 올림픽경기장을 짓게 된 것이 주 이유.
올림픽경기장은 시간에 맞춰 공사를 완료하지도 못했고, 그 당시 미국과 소련의 냉전무드가 격화돼 많은 동구권의 불참으로 사상초유의 적자운영을 하게 됐다. 지금도 그 경기장은 도시의 흉물로 남아있다. 우리는 밤에 경기장을 방문했는데, 우리들의 운동화 먼지만 털고 왔을뿐 경기장에 일푼도 보태주지 않았으니, 이곳이 몬트리얼의 애물단지임이 분명해 보인다.
다음 두 성당을 방문했다. 첫번째는 노틀담 성당. "노틀+담"은 "우리들의+여인" 이란 뜻으로 성모마리아를 상징한다고 한다. 꼽추가 나오는 노틀담 성당만 있는 것이 아니라 동명의 성당이 이곳저곳에 많은 이유가 그런 것이란다.
이 성당은 1642년에 단순한 목조건물이었다가 1824년부터 본격적으로 건축되었다. 무척 화려했다. 정교한 조각작품들, 꼼꼼하게 배치된 조명등, 장엄하고 웅장한 파이프 오르간이 설치된 성당 미사실 뒷벽. 이 오르간은 1891년에 설계되어 만들어졌는데, 무려 7,000개의 파이프를 간직하고 있다.
아름다운 성당 내부. 천장 가까이 설치되어 있는 파이프들이 보인다. 모두 어디 숨었지? 안내문에는 7,000개의 파이프라는데..
강대상과 그 위의 조각들..
현재는 성당 본연의 임무와 각종 음악회등으로 공간이 이용되며, 1999년부터는 입장료를 받고 관람객을 유치하고 있다. 대형 건축물에서는 언제나 인간의 위대함을 느낀다. 이 건물에도 생애를 바친 많은 건축가들이 있었음을 눈으로 읽을 수 있었다.
노틀담보다 더욱 규모가 큰 성요셉 성당을 찾았다. 성요셉 성당은 높은 언덕에 위치하고 있었다. 밤이 시작되는 찰라, 은은한 조명을 받으며 우뚝 서있는 원형 건물이 묘한 기운을 느끼게 한다.
성요셉 성당은 그 규모로 북미 최대라 한다. 안드레 수사의 치유은사에 힘입어 성장한 성요셉 성당은 수많은 촛불과 지팡이가 인상적이었다. 성화나 조각상밑에 유리잔에 담겨 초가 비치되어 있는데, 그 밑에는 촛불을 붙일 수 있는 도구가 비치되어 있다. 누구나 초에 불을 붙이는 것이 아니고, 기도를 하기 원하는 사람이 하는데, 불을 붙일때에 헌금 명목으로 돈을 낸다. 작은 초에는 1불, 큰초에는 4불 이런 사인을 봤다. 흐음... 돈을 내며 하는 기도라니.... 자 종교적인 논쟁거리는 건너뛰기로 하자.
그리고 지팡이들을 전시해 놓았는데, 그건 안드레 수사와 관련이 있다. 안드레 수사는 특별히 "다리병"을 고치는데 은혜가 있었다는데, 치유를 받은 환자들이 집에 돌아갈 때는 지팡이를 놔두고 갔다는 것이다. 그 지팡이들은 각 코너마다 넘치게 전시되어 있어, 그 숫자를 도대체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이다. 신령한 가톨릭 교회에서 이런 것들을 거짓으로 하진 않겠지만, 역시 고개가 저어짐을 막을 수 없다.
증설하고 증설해 북미 최대의 크기로 자리잡았다는 성요셉 성당은 내부는 무척 검소했다. 안드레 수사의 유언에 따라서 옛날 철제식 의자를 그냥 쓰고 있었다. 안드레 수사는 존경의 대상을 넘어서있는 것처럼 여겨졌는데, 그의 관과 동판 인물상을 보관한 "무덤"이 성당안에 있었고, 안드레의 생전 모습을 기념한 작은 박물관도 한편에 있었다. 사람들은 안드레 수사의 인물동판에 손을 대고 소원을 빈다. 동판은 닳고 닳아 매끈매끈하였다.
수많은 촛불들.. 간구의 내용에는 어떤 것들이 들어있을까?
성 요셉 성당을 장식하고 있는 지팡이들. 다리치료를 받고 돌아간 환자들이 남겨놓은 지팡이
들이라고.
몬트리얼은 가톨릭이 종교의 대세를 이루고 있어 길가다가 삐죽삐죽 솟은 건물들은 모두 성당이었고, 1,300여개의 성당이 있다고 한다.
이밖에 몬트리얼에서 특별했던 것은 -가이드의 설명으로 알게 됐지만 - 캐나다 다른 주처럼 차 번호판이 앞뒤에 있지 않고, 뒤쪽에만 있다는 것이었다. 프랑스 사람들이 번호판이 달린 차를 보니, 차의 멋이 없어지는 것 같아, 한두명씩 떼어버려 지금과 같이 되었고 정부가 이를 허락하게 됐단다. 겨울이 무척 추워 지하도로와 지하철이 발달했는데, 몬트리얼의 지하철은 고무타이어를 달고 있다. 왜냐하면 소음을 싫어하는 주민들 때문에 소음을 줄이는 고무타이어를 쓰게 됐다는 것.
자존심을 있는대로 살리고 멋스러움을 추구하는 프랑스인들이 "잘먹고 잘살자"식의 다른 도시들과 조금 다른 기분이 느껴지는 것은 당연한 것 같다. 예전에 몬트리얼, 퀘벡을 방문했을 때 나의 느낌은 "죽어가는 도시"같다는 것이었는데, 그건 경제가 죽어간다는 것이지, 그 안의 문화들은 살아넘치고 있다는 것을 간과한 나의 판단 착오였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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