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곰곰 생각해보자. 지난번 금쪽같은 친손자가 장가갈때, 이를 악물고 한국 여행권을 포기했었다. 왜냐구? 돈 때문은 아니었다. 큰애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서였지. 미국, 한국 또 이곳 캐나다에서 아이들이 전화를 걸어와서, 엄마, 왜 한국 안가? 하며 물었을때, "집 떠나는 것이 어렵게 느껴져서..." 등등으로 둘러댔지만, 내 속 마음은 그게 아니었다.
왜 그런지 모르지만, 큰애와는 자주 "앙숙"이 된다. 그런데 내가 한국에 따라나가면, 여러 사람 골치아픈 일 만들 것이 아닌가?
제 엄마가 말하면 좀 숙여서 들어도 되련만, 언제나 딴지를 걸고 나선다. 내가 여느 노인네처럼 얌전하지 않고, 잘난체한다는 게 큰애의 주된 타박이다. 그렇다고, 내 입을 닫아놓고 살 수도 없는 일이고, 큰애 앞에서만 나대지 않도록 조심하고 있다. 큰애를 빼고는 누구나 나를 "좋아하는 것" 같은데.
그랬기 때문에, 이번 여행에서 또다시 누락될 수는 없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렇다. 요즘엔 그래서 그런지 무릎아픈 것도 좀 견딜만하다. 다른 사람 폐만 끼치지 않으면 되지 않을까?
이리저리 아이들 의향을 떠봤다. 엄마가 원하시면, 함께 가자고 한다. 큰애와는 별 문제가 없을 것이다. 내가 참으면 되니까.
풀
여행은 기회있을 때 해야 한다는 걸 느낀다. 이번에 엄마가 밀어줘서 한국을 갔다온지 며칠 안됐지만, 나를 이해해주는 가족간의 나들이에 별다른 일도 없는데 빠질 수는 없다. 엄마가 가끔씩 마음에 들지 않게 말하시지만, 서로 조심하면 될 것이다.
20년전에 처음 이땅을 밟았을 때는 모두 아가씨였던 동생들이 북미땅에 잘 정착해준 것이 언제나 생각해도 대견하다. 그애들과 있을 때는 시름을 잊게 된다.
직장생활로 뼈가 굳은 우리와는 다른 방식으로 이민생활을 해나가고 있다. 어떤 때는 동생들이 더 여유로와 보이기도 한다. 에이, 그만두자. 내가 다니고 있는 직장도 엄청 좋지 않은가? 지난 한국방문때 5주 휴가를 낼 수 있었고, 크리스마스 시즌에도 언제나 유급 휴가를 보낸다. 돌아오는 날부터 3일간 휴가를 더 신청했으니, 충분히 기력을 회복한 후에 일을 나갈 수 있을 것이다.
휴가에, 파티에, 주식이윤 분배에 배운 것 많지 않은 내가 이만한 직장을 잡고 살았다는것 자체도 뿌듯하다. 건강에 적신호가 오기 시작했다. 더 나빠지지 않아야 할텐데. 어쨋든 여행은 기회있을 때 다녀야 한다.
물
"꽃"이 여행이야기를 꺼냈을 때부터 "나는 간다"고 호기롭게 말해 놓았었다. 그런데, 내게서 암초가 걸릴 줄이야.
딴은 조금 마음이 꺼름찍하기도 했다. 지난번 한국방문으로 교회일을 빼먹을 수밖에 없었다. 말이 전도사지, 모든 일은 목사님이 다 하시니, 그다지 마음의 부담이 없긴 했었다. 그런데 그정도에서 끝났으면 좋으련만, 여행갔다온지 1달 보름이나 지났을까, 다시 한번 모든 교회일에 불참하고 "놀러가는 것"은 좀 말이 안되는 일이었나 보다.
목사님께서 "권면"의 말씀을 해주셨다. 주일을 빼먹는 것은 "신앙"과는 큰 상관이 없지만, "조직"의 입장에서 보면, "득"이 될수가 없다는 말씀이셨다. "혹시" 했던 것이 "역시"로 발뒤꿈치를 물어댔다.
죽어가는 소리로 동생에게 전화했다. "야, 괜찮으면 내것 취소해라.."
말이 많지 않은 동생이 그렇게 쉽게 물러나지 않고 꼬치꼬치 따진다. 그래서 모든것을 이야기해야 했다.
동생의 지론은 "다른 사람의 이목을 생각해서, 행동을 바꿀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특히나 오웬사운드 교회 교인들은 그런 일에는 단련이 되어가고 있는 중이라는 것이다.
전도사가 어떤 행동을 하건, 목사가 어떤 행동을 하건, 혹은 얌전한 성도가 어떤 행동을 하건, 본인들의 신앙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아야 하지 않느냐는 말인데. 듣고보니, 일리가 있다. 그리고 동생은 교회도 "조직"이라면, 이번 여행팀도 작은"조직"인데 이것도 큰 타격을 받는다고 말한다.
두 "조직" 사이에서 헤매다가 한 조직을 잠깐 배반하고 미리 약속한 "작은조직"에 합류하기로 했다.
꽃
무슨 일이 있어도 이번에는 떠날 것이다. 나는 입을 앙 다물고 결심했다.
혹 아무도 안 움직이더라도 홀로 여행이라도 할 것이다. 많이 참고 기다렸다. 두 언니 한국에서 돌아올때까지, 그리고 동생의 시어른들이 떠나기까지.
언제 한번 제대로 북미대륙의 흙을 밟아봤던가? 이곳을 방문한 횟수로 따지면 누구에게 뒤지지 않지만, 나는 한푼을 아껴서 아이들 학자금에 쑤셔넣었었다. 그리고 이제는 아예 이곳에 둥지를 틀고 살러 왔다. 나의 삶은 그전보다 더 바빠지고 각박해질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모든 일들이 내 앞에 벌어지기 전에 한번의 떠남은 나를 위한 위로잔치가 될 것이다.
뉴욕을 꼭 가보고 싶다. "멋"의 최정상이라 일컬어지는 그 장소에 한번 서보고 싶다.
달
휴, "물" 언니가 갑자기 "손"을 놓겠다는 바람에 시껍했다. 하나님 일을 더 생각하는 언니를 기어코 인간의 일쪽으로 끌어들인다는 게, 좀 뭐했지만 그 언니가 빠지면, 영 기분이 별로일 것같았다. 입바른 말을 너무 잘해서 문제를 일으키긴 하지만, 그점이 매력적인 언니가 아닌가?
아이들에게 남편을 부탁했다. 물론 남편에게는 아이들을 부탁했다. 크게 걱정이 되진 않는다.
올해 "여행복"이 있다는 생각을 한다. 우리 가족끼리, 또 시댁식구와 이번에는 친정식구들과.
어떤 여행이 가장 재미있을까? ㅋㅋㅋ
대답을 보류하자. 이 글을 관계자가 보면 서운할테니..
별
미국사람이, 캐나다를 와서 일행을 만나, 다시 미국행에 오르다!!
이게 나를 지칭하는 말이다. 좀 비경제적이고, 푼수처럼 보이지만 엄마와 언니들과의 여행에 이 정도의 출혈은 감수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적극적으로 밀어준 남편이 너무 고맙다.
그러고보니, 아이들을 떼놓고 집밖에서 잔 적이 한번도 없다. 아마도 이번 여행길에 어디로 훨훨 날아오르지 않을까 걱정된다.
결혼 10년, 남편과 심각했던 적도 있고, 특별난 아들 키우느라 허리가 휘청했던 내게 남편의 선물인 것 같다. 시부모님도 며느리의 출타에 적극적으로 환영해주셨으니, 그간 헛살아온 것은 아닌 것 같다.
엄마와 언니들... 내가 사랑하는 이들과의 이번 여행은 뭐 별다른 걸보지 않더라도, 괜찮을 것 같다.
이렇게 해서 여자 여섯명의 여행팀이 형성되었다. "혹"이 달리지 않은, 알짜배기 이씨집안 여섯여자들이 여행기.... 기대할 것은 별로 없다나!!!
워싱턴 미국 국회의사당앞에서 별, 물, 나무, 꽃, 풀, 달 순서로 포즈를 잡다.(왼쪽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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