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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떠나요

루레이 동굴을 아십니까? .. 미동부 여행기(2)

연못에 비친 종유석들의 모습... 한점의 바람도 없이 물은 움직임없는 거울과 같았다.

 

 

엄마는 여행을 떠나시기 전부터 "전에 다 봤던 곳"이라고 우리들의 김을 빼놓기 일쑤였다. 다 본 곳이지만, 너희들과 함께 있는 시간이 좋아서 따라나서 준다는 것이다. 북미에 사는 멋쟁이 할머니여서 그런지, 소리소문없이 다녀오신 곳도 많다. 젊은 우리들보다 더 본 것이 많다는 것이 당연할텐데, 웬지 인정하고 싶지 않은 삐뚤어진 마음이 다녀가곤 했다.

 

그래서 엄마를 놀라게 할 무언가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곤 했는데, 얼마 안가 엄마의 놀란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루레이 동굴(Luray Caverns).

 

이틀째 아침, 관광버스를 꽉 채운 56명의 일행은 5 반, 6 반, 7 반의 일정으로 움직였다. 이 말은 5시 30분 기상, 6시 30분 아침, 7시 30분 출발을 말하는 약자이다. 하루를 빼고는 매일 이와같이 움직였으니, 어디서 그런 정열이 솟아났는지 모를 일이다.

 

관광차를 이용해보기 전에는 버스여행객들을 이유없이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버스에서 확 내려서, 물밀듯이 이리저리 몰려다니다가 몇분 지나서 버스로 확 오르는 그들을 보면서, 여행을 저런 식으로 해서 뭘 보겠다는 말인가, 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나도 그 입장이 되어보니, 여기에도 그럴만한 사정과 이유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정해진 시간에 가야할 곳을 물색있게 다니기 위해서 낭비할 시간이 하나도 없다. 온몸과 맘이 무장을 단단히 하고, 신발끈을 확 조여매고 따라나서야 한다. 개인적인 이유들은 가능한한 무시하고, 전체의 규율에 따라서 정해진 일정을 마무리하는 것이 여행사의 1차적 책임이다.

 

여행사도 가는 거리 적고, 쉬는 시간이 많다면 경비면에서 훨씬 저렴할 수도 있고, 가이드도 덜 피곤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여행은 젊은 사람들에게 맞는 쨍쨍한 스케줄로 움직였다.

 

우리 일행은 노약자가 세명 - 왜냐하면 80살 엄마, 오랫동안 걷는 것이 힘든 60살 언니, 소아마비로 다리가 불편한 언니 - 끼어있어서 일정을 소화하는게 좀 버거웠다. 약자의 편에 서보니, 그것이 그렇게 눈치가 보이고 어려울 수가 없더라. 구경은 저참이고, 화장실에서 줄서다가 볼일을 다보게 되기도 하였다.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지고 있다. 루레이 동굴을 말하려고 했는데.

 

루레이 동굴은 미국 동부에서 가장 큰 종유석 동굴이다. 천장에서 자라는 것이 종유석이고 땅에서 자라는 것이 석순이라고 한다. 루레이동굴로 가는 길은 구비진 산길이었다. 존 덴버의 "올머스트 해븐, 웨스트 버지니아, 영거 댄 더 마운틴, 새낸도허 리버....."(가사가 맞는지 모르겠다)라는 노래의 배경이 이길이라고 가이드는 전해줬다. 하늘에 가깝다니...  그날 두어번 그 노래를 틀어줬는데, 아직도 내 입가에 그 음절이 맴돌면서 그 장면들이 떠오른다.

 

푸른 나무나 가을 단풍이 우거질때는 무척 아름다운 길이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 숲에 햇빛이 비치면 파랗게 보인다는 가이드의 해석. 어쨋든 계곡을 끼고 돌아서 내린 루레이 동굴의 확 티인 전망이 여행의 피곤을 잠시 녹여준다.

 

1838년 캠벨이라는 사람이 이 동굴을 발견했다고 한다. 얼마나 놀라왔을까? 그는 동굴이 있는 산의 임자에게서 "동굴"이 있다는 사실을 숨기고 이 산을 사게 된다. 어디서나 욕심이 문제.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런 큰 동굴이 있는데, 그냥 꿀꺽 삼키려 한 그 욕심은, 예나 이제나 비슷한 인간들의 행태이다.

 

전주인에 의해서 소송을 당해서 20여년 후 계약 무효로 판정이 났다는 이야기. 그 후의 이야기에 대해선 잘 모르겠다. 어쨋든 두 집의 후손들은 여전히 잘 살고 있을 것 같다는 정도.

 

종유석의 모양들이 제각각이다. 사람들은 알아서들 이름들을 붙인다고 한다. 거대한 공룡갈비뼈같은 것도 있고, 아름다운 커튼이 쳐진 것같이 늘어진 것도 있고, 사람이 서로 꼭 붙잡고 서있는 것 같은 모습도 있다.

 

 자, 이름붙여보세요!! 이건 뭘 닮았습니까?

 

저는 앞에 있는 이 석순들을 "가족들"이라 이름붙이겠습니다. 빌딩들은 그 뒤에

있군요.

 

짜장면집에서 국수가 만들어지는 도중 같은가요? 결이 얼마나 고운지, 석회

같아 보이지 않습니다.

 

일명 "계란후라이"라는 석순입니다. 흰자가 흘러내리고, 한참 요리가 진행중

이군요. 뒤편에 선 아이들이 계란후라이를 만들어놓은 것이 아니냐며 입씨름을.

자연이 만들어낸 것이 신비롭습니다.

 

우리나라의 다보탑같은 모양도 있고, 잘 지은 고층빌딩의 모습도 보인다. 나중에 빌딩숲에 발을 딪게 되는데, 그런 아이디어도 이런 자연에서 얻는 것이 아닐까 잠시 생각해 보았다.

 

사람의 손으로 지은 문명도 볼만하다. 그러나 자연이 생성해낸 것과는 비교가 안되는 것 같다. 엄마는 미국 동부에 자주 왔어도 이 동굴은 보지 못하셨다면서 좋아하셨다. "엄마"의 "기"가 조금 꺾였기를... ㅎㅎ

 

현재 이 동굴은  국립공원으로 누구든지 그 안의 것을 가져가면 안된다는 경고가 밖에 붙어있다. 사람의 손이 닿으면 그 자리에 자라던 석순이 성장을 멈춘다고 가이드는 주의를 주었다. 어떤 종유석은 말라서 부스러진 것도 있었다.

 

종유석이 1인치가 자랄려면 120년이 걸려야 한다니, 초단위로 살고 있는 현대인들이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세월의 무게이다. 몇만년 걸려서 지금과같은 모양이 되었을 것을 생각하면 놀랍다.

 

각종 크기의 종유석을 파이프로 이용해서 1956년 리랜드 스프린클씨(Leland W. Sprinkle)가 오르간을 설치했다. 이름하여 The Great Stalacpipe Organ, 대 종유석 파이프 오르간. 키보드를 누르면 그에 매달린 막대채에 의해 그 종유석이 건드려져 음을 낸다. 현재 37개의 종유석에 막대채가 달려있으며, 우리가 갔을때도 종유석 오르간은 연주를 하고 있었다.

  

자, 이번에 처음으로 동영상 파일을 올려본다. 끊기고, 상태가 좋지 않을 줄 알지만, 루레이 동굴의 맛을 보여주고 싶었다. 왼쪽에 달려있는 막대기가 종유석을 때리면 그 공명을 통해 소리가 나온다. 이런 장치가 37개가 되어있다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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