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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나, 그리고 우리

위안부 "나비" 토론토공연을 기대하며

 

나비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는 가을의 종반에 나비를 회상하려니, 생뚱맞다. 아름다운 빛깔이나, 비행하는 모습의 현란함이나, 가녀린 몸짓등은 싹이 오르고, 꽃들이 봉우리를 터뜨릴 때 어울렸던  모습들이다. 현실은 그렇더라도, 나비라는 단어가 갖는 이미지를 축소시킬수는 없다. "자유"의 대명사로 소리없이 낮게 날아다니는 그들은 소근소근하고 친근함이 새들에 앞선다고 해야할까?

 

나비는  완전변신을 거치는 곤충중의 하나이다. 애벌레에서 아름다운 나비가 된 모습은 많은 문학가들의 상상력을 자극해, 은유적으로 인용되곤 한다.

 

 

 

 

                                                                                                    꿈틀거리던 애벌레에서 나비가 된다

 

그런 면에서 이번 연극공연 "나비"는 우선 내게 제목에 대한 이해부터 해야할 것처럼 여겨졌다. 우선 나비의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는 종군위안부 할머니들의 이야기라는 점이 그렇고, 그런데도 굳이 제목을 "나비"로 하게됐던 제작진들의 의도를 가늠해본다.

 

"나비"는 종군위안부 할머니들의 날개짓을 표현한 말일 것이다. 번데기속에 숨어서, 세상밖으로 나올수 없었던 부끄럽던 그들이 안간힘을 모아 고치를 뚫고, 밖으로 나온다. 그런데 그들은 더이상 애벌레의 추한  모습이 아니라, 새로운 삶으로의 비행을 앞둔 화려한 날개가 달린 아름다운 나비의 모습들을 하고 있다.

 

여성의 최고 미덕으로 여겨지던 정절과 순결을 강탈당하고,  육체적인 고통과 정신적인 모멸, 수치감 등 그 모든 것을 겪어내야 했던 그들의 삶을 상상해보라. 그것은 적진에서뿐 아니라, 전쟁이 끝난후에도 발설할 수 없는 고통이 되어 얼마만한 무게로 그들을 짓눌렀을 지 짐작조차 할수 없는 일이다.

 

전쟁의 많은 상흔중에서, 종군위안부들의 문제는 언제나 골방속에 숨겨진 문제로 치부됐었다. 당사자들이 입을 열기 어려워했던 것이 그중 큰 요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용기있는 몇몇 할머니들의 증언과, 그들을 도와주는 관계자들의 열심으로 이제는 세상에 확연히 일본의 치부를 열어보이고, 그에 대한 정당한 배상을 요구하게 되었다.

 

이런 와중에 기획된 종군위안부 "나비" 공연은 지난 2004년부터 시작, 세계를 돌며 공연중이고, 뉴욕의 브로드웨이 공연도 성황리에 마쳤다 한다. 종군위안부는 비단 한국뿐 아니라, 필리핀, 중국등 아시아 여인들이 동원됐으며, 일본군의 성노예였던 그들의 숫자는 자그만치 20만명에 달한다 한다.

 

 

 

 

자신을 감추고 살아온 윤이 할머니가 같은 경험을 가진 친구들을 만남으로 내면으로 침잠시키려했던 고통스럽던 과거가 드러내지게 된다. 실화에 바탕을 둔 김윤이 할머니의 회상이 토론토 하늘하래 펼쳐질 예정이다. 이 공연을 통해, 피해자임에도, 입에 재갈을 물린 채로 살아왔던 가엾은 할머니들의 권리찾기가 앞당겨지기를 바란다.

 

11월 13일(목), 14일(금) 양일간 하오 7시 30분 토론토 한인회관에서 공연되며, 15일(토)에는 하오 2시 리치몬드 힐의 코스모 뮤직스튜디오에서 열린다. 14,15일은 중국어 영어 자막이, 15일에는 영어 자막이 제공되어, 현지인들도 함께 관람할 수 있다.

공연수익금은 "여성과 전쟁 박물관"에 기부될 것이라고 한다. 티켓은 한국식품 각지점을 통해 구입할 수 있으며(25달러) 연락처는 416 569-2062로 하면된다. 이 공연에 대한 정보는 토론토 알파(Toronto Alpha)에서 코디네이터로 일하는 조현주씨로부터 받았다.

 

나는 토요일 공연에 갈 예정인데, 그곳에서 한두명이라도 아는 이들을 만난다면 아주 반가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