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릴리(lily)는 가게를 지키는 내게 반짝이는 웃음을 주고갔다.
제 엄마의 뱃속에 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말도 할줄 아는 2살배기 꼬마숙녀가 되어간다.
감시 카메라의 화면안에 들어가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고, 텔레비전에 나온다고, 손뼉치면서 기뻐한다.
릴리처럼 누군가의 자식으로 건강하게 태어난다는 것은 누구한테나 오는 행운은 아닌가 보다.
왜냐하면, 선천적 이상을 지닌 아이들이 예상외로 많기 때문이다.
작고 옆으로 벌어진 눈,
얇은 웃입술,
평평하고 희미한 인중
이런 특징에다, 성장장애와 감정기복이 심하고, 대인관계가 원만치않고, 학습능력이 떨어지는 아이들이 있다면 태아 알코올 스펙트럼 장애(Fetal lcohol Spectrum Disorder, FASD)인지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나도 이병에 대해선 처음으로, 토론토 스타지 3월2일자 뉴스에서 접할수 있었다.
FASD를 앓고있는 두 손녀를 키우는 할아버지 인터뷰가 들어있는 기사에선, 산모가 음주했을 경우, 엄청난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케이른(Caitlyn, 8세)과 크리스탈(Chrystal, 10세)은 각각 8개월, 2살때 그의 아버지에 의해 조부모에게 맡겨졌다. 자매의 엄마는 임신중 보드카를 마신 것으로 보여진다. 케이른은 알코올 중독증세를 갖고 태어났으며, 언니 크리스탈은 FASD를 앓고 있다. 크리스탈은 동생보다는 상태가 양호하다. FASD는 정상적으로 보이기도 해서, 태어난지 수개월후, 혹은 몇년후에 발견되기도 한다. 때로는 그저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문제자"로 분류되어, 어른세계로 편입되기도 한다.
이들의 친할아버지인 더그 뉴전트(Doug Nugent, 57세))씨는 "아이들이 집에 들어오던 6년전부터 제대로된 사회생활과 직장생활을 할수 없었다"며 아이들을 돌보는 것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뉴전트씨에 따르면 이들은 감정기복이 심하고, 사회적응 기술이 떨어져 학교생활도 원만하지 않고, 학습능력 부진함을 보인다. 이 아이들은 언어훈련, 심신훈련뿐 아니라, 감각통합훈련등을 따로 받고 있다.
뉴전트씨에 따르면 두 아이들 모두 호흡보조기를 사용하고 있으며, 면역력이 떨어져 질병에 쉽게 노출되며, 특별히 구강상태가 좋지못해, 수차례 치과에서 수술과 치료를 받아야 했다.
캐나다에서 FASD 환자는 현재 어린이 100명당 1명꼴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 숫자는 캐나다 전체인구중 23만 3천명이 질환자라는 사실을 상기시켜준다. 이들은 저체중 출산, 성장장애, 정신, 육체 지체장애를 갖고있으며, 때로는 심장에 문제점을 보이기도 한다. 임신중 음주에 의해 발생하는 이병으로 인한 지출은 매년 50억 달러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보고서(canadian journal of Clinical Pharmacology, 1월호)는 밝히고 있다.
할머니(왼쪽)와 함께 앉아있는 크리스탈(10세)과 케이른(8세), 케이른은 알코올 중독증세를 갖고 태어났으며 크리스탈은 FASD질병으로 고통받고 있다.
이 보고서의 공동저자이면서 토론토 세인 마이클 병원, FASD Clinic에서 일하는 브렌다 스테이드(Blenda Stade) 의사는 "어느 정도의 음주량이 이런 질병을 일으키는지 정확하게 알려진 바가 없다. 임신중에는 한잔의 술도 금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부담은 이미 상당하며, 앞으로 더욱 큰 지출을 눈앞에 두고 있지만, 혜택을 받는 입장에서는 항상 부족할뿐이다. 뉴전트씨에 의하면 보조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이번 인터뷰에 응하게 됐다고 응답했다. 그는 정부에 두차례에 걸쳐서 "치과보조"를 신청했지만, 거절당했다면서 보다 깊은 관심을 촉구했다.
그는 정부관계자들이 이런 아이들과 함께 생활해보기를 소원한다며, "이들과 함께 지낸다는 것은 단단한 벽돌에 내 머리를 부딪는 것과 같은 고통"이라면서, "이들에게는 도움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어떤 실수중에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들이 있기 마련이다. 산모가 임신중 음주를 하는 것이 그런 예의 하나가 될것이다. 물론 알코올 중독자가 아닌 이상 임신중 약간의 음주가 태아에게 그리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을까 의심이 들기도 한다. 현재, 몇잔 혹은 몇 리터의 알코올이 태아에게 영향을 미치는지 검증된 바가 없다고 한다. 그러니, 임신중에는 알코올을 일절 끊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옛날 어른들의 산모 교육방법이 다시 생각나기도 한다. 언제나 좋고 바른것만 먹고, 좋은 것만 생각하고, 행동을 올바르게 했던 것은 산모와 태아의 건강을 위해서, 흘려듣지 말아야 할 교훈이다.
임신한줄 모르고, 마신 몇잔의 술이 그런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으니, 가임 가능여성은 언제나 스스로를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독한 술"은 결국 치명적인 "독"이 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것이며 아이의 부모가 된다는 것은 "내 한몸만 책임지는 상황에서 벗어나는 것"임을 이런 사례들을 통해서 확실히 깨닫게 된다.
그런데 한가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아이 아버지의 음주는 언제나 면죄부인지 말이다. 아직 내가 모르는 밝혀지지 않은 사실이 있을 것만 같다.
"술"처럼 여러가지 얼굴을 가지고 있는 "무생물"은 없을 것 같다. "대화" "자유" "털어놓음" "교제"등등의 여러가지 좋은 이름도 갖고 있지만, "중독" "정신잃음"에서 기인하는 여러가지 폐해에 대해 우리는 귀에 딱지가 앉을 만큼 듣고 있다. 이번 보고서는 "술" 해독이 한 인간의 생애를 걸쳐 관통하는 "치명적 장애"가 됨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 우리는 술에 의존하지 않고, 인간관계를 깊고 넓게 하는 방법을 배워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것이 어른된 우리가 해야하고, 우리 아이들에게도 그렇게 가르쳐야 할 것이다.
(참고, Toronto Star, 3월2일자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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