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좀 우울하다.
신문에 나는 경제불황 기사들 때문인가? 그 기사가 남일같지 않아서 인가.
신용카드 빚 줄이는 법에 대해서 자세한 설명이 나기도 하고, 절약하는 생활습관을 전문가들이 짚어주기도 한다.
큰 공장이 문을 닫고, 그 주변의 비지니스들에 미치는 영향을 르포식으로 다룬 기사도 보았다. 왜 꽃집이 안되는지, 꽃배달부에게는 어떤 일이 생기는지. 세탁소, 식당, 미용실이 모두 매출이 떨어지고, 풀타임 직원들은 파트타임으로, 파트타임 직원들은 그나마 시간도 줄어든다. 말하자면, 잔잔한 호수에 돌덩이 하나 던졌을때 수면에 파문이 이는 것같이, "공장폐쇄"는 길고 긴 파장을 그 동네에 깊게 드리운다.
언제나, "한숨"을 쉬면서 장사를 해왔지만, 이번의 "한숨"은 조금 깊고, 폭넓게 생각된다. 나 혼자만 쉬어대는 것이 아니고,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같은 어려움이 처해있다는 생각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안좋은 소식들이 많다.
그래. 내게 반짝이는 웃음을 준다고 얼마전에 말한 "릴리" 그 꼬마의 부모 이야기를 해보자.
젊은 커플이 식당을 사서 마을에 들어온지는 5년이 훨 넘은 것 같다. 남자가 주방에서 일하고 여자는 웨이트레스로 열심히 일했다. 그 식당을 잘 키워서 다른 사람에게 판 것이 또 벌써 3년전쯤 된다.
젊은 커플들이 만났다 헤어지는 빈도수가 많아서, 나는 얼마전에 남편에게 물었다. 릴리네 엄마 아빠 잘 살고 있는 거야? 그런 식으로 그들에게 대한 내 관심을 나타냈다. 그저 붙어있기라도 하면 그 둘은 잘살고 있다는 것이니, 대견해서 엉덩이라도 두드려주고 싶은 마음은 그 다음에 든다.(그들은 질겁하겠지만서도)
그 둘 사이에 릴리라는 아이가 태어난다. 예쁘고, 깜찍한 요정같이 생긴 아이다. 그저 가게에서 보여지는 것만으로는 큰 문제가 없어보였다. 그랬는데, 지난주 가게에 갔다가 큰 뉴스를 들었다. 릴리의 아빠가 "자살했다"는 것이다.
이 소식을 전해준 아줌마에 따르면, 오랫동안 동거하다가 작년 겨울 결혼식을 올렸단다. 최근 릴리 엄마와 아빠가 별거를 시작했고, 그 아빠는 직장을 잡아 이사하기로 되어있었단다. 고등학교때부터 "문제학생"으로 유명했던 그 둘은 이제 세상을 알만큼 알 나이인 30대 초반이 돼, 이 세상의 기성세대가 되어가나 했는데, 그 남편의 죽음은 작은 동네를 술렁이게 한다.
전날 술을 많이 마셨고, 목욕탕에서 목을 매어 죽었단다. 소방대원으로 일했는데, 동료인 다른 소방대원이 자살현장을 발견했으니, 그것 또한 충격이었을 것이다.
남편의 자살사건이 있은후 가게에 온 릴리 엄마를 봤다. 약간은 하이패션인 릴리 엄마는 마치 한꺼번에 10년은 늙은 사람처럼 보였다. 그 귀여운 "릴리"의 삶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되려나 안타깝기만 하다.
어제 저녁에도 또 한건의 "불행한 장례식"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전해들은 이야기를 종합하면, 50대 후반의 린다와 로이. 린다는 최근 몇년간 우울증을 앓아왔다. 이 우울증으로 말미암아 자살시도도 해보고, 여러가지 어려운 상황들을 연출했다. 로이와 사이가 벌어지기 시작한다.
그런 로이에게 암이 찾아왔다. 둘의 관계는 회복되지 못한다. 로이는 부인을 떠나서 자신의 누이집으로 거처를 옮긴다. 그리고 부인의 방문을 거절한다. 작년 겨울부터 시작된 일이다. 엊그제 로이가 암으로 죽었다. 부인 린다는 남편 얼굴을 지난 몇달간 한번도 볼 수 없었다. 시댁 식구들과는 이미 등진 사이이다.
장례식장에서도 남편측과 린다측이 따로 앉았고, 장례가 끝난 다음 다과 나눌때도 두팀으로 나눠서 했다. 시댁 식구들은 회관에서, 린다는 자신의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했다. 린다는 그 와중에 친정엄마와도 의가 상해, 그녀를 따로 부르지도 않았다. 어려서부터 린다와 로이의 친구이던 이들도 두팀으로 나뉘어야 했던 참으로 민망하고, 불행한 장례식이었다고 그 자리에 참석했던 이가 내게 들려준다.
어떤 사람들은 병들어 죽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지난 겨울 정말 살벌했다. 허술했던 구조물들이 부서지고, 이곳저곳 손봐야 할곳들이 많이 있다. 그런데 부서진 것은 비단 건물들뿐 만이 아닌가 보다. 긴 겨울동안 쌓인 미움들이 폭발해서, 서로를 뒤흔든다. 서로의 마음에 낸 생채기가 아물지 못하고, 상처는 부풀어오른다.
인간관계의 깊은 데는 경제적인 것이 스며있기가 쉽다. 위에 불행한 두 가정 이야기를 했지만, 그들의 문제가 무엇이었는지, 밖에 있는 사람들로는 알기 어렵다. 다만 요즘같이 불황의 구름이 둔중하게 누르고 있을땐, 그런 것들이 문제를 만드는 소지가 되기도 한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우리집에서 일하는 두분의 일하는 시간도 줄였다. 대신 나와 남편의 일하는 시간이 늘었다. 일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지난 3월31일부로 기본급이 9달러 50으로 늘어서 반가운 일이지만, 이렇게 소규모 가게에서는 매출이 줄어드는 현재같은 상황에 그 돈을 다 감당하지 못해 시간을 줄이는 수밖에 없다. 그러니, 자영업자 입장에서 생각해본다면, 기본급 인상은 오히려 고용주와 고용인 모두에게 좋지않다는 결론이다.
그러나 정부는 앞으로도 기본급을 계속 올릴 작정이란다. 기본급을 올려놓으면, 이제 소자영업자는 죽으나 사나 가족의 힘으로 사업을 꾸려나가는 수밖에 없다. 월마트 같은 대형마켓은 저가정책과, 쇼핑의 편리함을 위해 모든 물픔을 구비, 고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큰 것은 더 크게, 작은 것은 더 작게 만드는 게 정부시책은 아니어야 하련만.
인간관계든, 경제든, "출구가 없다"고 여겨질 때가 있다. 그러나, 이보다 더큰 위기에 직면한 사람도 얼마든지 있다. 그리고 본인도 그런 위기가 다시 찾아올수도 있다. 그렇게 생각하면, 지금의 위기는 이겨넘길만한 것일 수 있다. 우선 마음을 맞춰야하는 사람들(가족들)끼리 돈독하게 해놓고 팔걷어부치고, 경제속으로 들어갈 때가 아닌가싶다. "생존"해내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렇다고 "경제"에 눈이 가려 "마음"을 잃어버려선 안되겠다.
다시 한번 추워진다는 위협도 있지만, 어쨋든 오늘은 완벽한 봄의 날씨이다. 땅에서 솟아오르는 작은 꽃들이 활발하게 피고 있다. 인생살이에도 겨울이 가고, 봄이 올때가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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