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숙사로 들어가는 차의 행렬이 길게 늘어서있다. 인구 12만명의 도시 Guelph(구엘프)에 4천여명의 새로운 식구들이 들어오는 날이다. 우리도 그 긴 행렬에 줄을 섰다. 바야흐로 큰딸 나래의 기숙사 입주의 날이다.
나래는 원하던 구엘프 대학을 들어왔고, 이제 대학생활을 막 시작하려고 한다. 내가 한국에서 다녔던 모교를 생각나게 하는 대학. 수의과가 유명하다고 해서 그런지.. 아니면 넉넉하고 아름다운 캠퍼스여서 그런 연상이 시작됐는지. 나래가 어렸을때 학교앞을 지나면서, 잘 알지도 못하면서 높은 점수를 주고, 군침을 삼켰었는데, 그러니 불만이 없어야 하는데... 나래는 처음에는 이 대학 한곳에만 원서를 접수하겠다고 했었다. 잘 모르니 다른 대학에도 넣어보자 했고, 그 다른 대학에 붙으니, 저울을 자꾸 달아보는 내게 나래는 다른 곳은 이야기도 꺼내지 못하게 했다.
집을 떠나는 것부터 시작해서, 세상에 태어나서 가장 큰 변화의 첫걸음을 나래는 아주 호기롭게 걸어들어갔다. 나는 나래를 보내면서 "서운"해 질지도 모른다고 예상했었는데, 남은 두 아이들 때문인지, 그다지 허전하지 않다. 그저 그애가 갈때가 되었고, 나는 그애를 보낼 때가 되었나 보다 한다.
나래는 네명이 쓰는 기숙사에 들어갔다. 방세개와 화장실 하나, 그리고 옷장 두개.. 각방마다 책상과 침대, 책꽂이가 있고, 옷장에는 그밖에 다른 물건들을 둘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처음에 네명이 함께 쓴다고 했을때 얼마나 놀랬는지. 친한 친구의 의견이었던 것 같은데, 2인실을 쓰거나 독방을 쓰면 화장실을 6명 정도 같이 써야 하는데, 그것이 싫다는 것이 주요 이유랜다. 그래도 네명이 서로 티각태각하면 어쩌나 싶기도 한데, 이번에 기숙사를 방문해보니, 안심이 된다. 나래와 친한 친구가 둘이 가운데 큰방을 쓴다. 그방에 두개의 침대가 있고, 양쪽으로 작은방이 있어 그곳에 두 학생이 독방을 쓴다. 화장실은 나래방에 잇대어 있고, 옷장은 작은방에 속해있다.
너무 서로를 방해하지도 않고, 또 너무 막혀있지도 않은 그런 구조로 되어있다. 기숙사답게 벽은 회칠한 벽돌이 그대로 드러나있기도 하지만, 방앞으로 잔디밭이 널리 보이는 밝은 환경이다.
긴 시간을 기달려 기숙사앞에 짐을 부려놓자, 다음 사람을 위해 차를 주차시켜놓기 위해 남편은 갔다. 나래와 두딸은 기숙사 열쇠를 찾으러 사무실로 간 사이 이리저리 둘러보니, 작은 냉장고를 가져온 사람, 사진틀을 들고 나르는 사람, 학생과 그들의 가족들이 분주히 움직인다. 조금 있으려니, 짐을 날라주겠다며 남학생 몇명이 왔다. 딸들과 그들이 박스 하나씩 들고 떠나자 이제 몇가지 남지 않는다. 캠퍼스는 이사 보따리를 들고 들어오는 학생들에게서 흘러나오는 울렁거림과 이들을 도와주는 고학년 학생들이 뿜어내는 열기가 오락가락 얽혀있고 게다가 잔디밭의 햄버거 팟에서 피어오르는 진짜 연기와 아우러져 뭔가가 뭉개뭉개 피어오른다.
짐을 다 날라놓고, 가족들이 함께 나가서 식사라도 했으면 했는데, 나래는 일이 끝나자마자 식구들은 이제 그만 가라고 말한다. 밥도 먹고 싶지 않고, 더군다나 짐은 자신이 혼자 풀겠단다. 박스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모르는데, 짐을 풀 기회를 안주니, 여전히 어떤 것들이 날라져왔는지 모르겠다. 같은 방을 쓰게 되는 고등학교때 친구 매긴의 부모와 조부모를 만나고, 옆방의 학생과 인사를 하고, 잠시 머물다가 우리끼리 빠져나왔다. 어제부터 "엄마 괜찮아?" 물어대던 막내만 눈이 빨개지면서 눈물을 흘린다.
기숙사로 가기전 남편은 나래에게 매주 우리가 가겠다고 농담하곤 했는데, 그러면 딸은 "절대로 오지말라"면서 "전화도 자신이 할테니, 먼저 하지 말라"고 다짐하곤 했다. 그러면 남편은 "네가 나올 필요는 없고, 우리끼리 캠퍼스에서 어슬렁거리겠다"고 해서 우리를 매번 웃기곤 했다. 다행인 것은 집에서 1시간 30분 거리이니, 서로간에 무슨 일이 있을 때는 왕래가 쉽다는 것이다. 과연 누가 먼저 보고싶다고 할지, 두고볼 일이다.
학교 홈페이지에서..
지난 여름 고등학교에 성적표를 찾으러 갔다. 아이들 학교는 여름방학이 되면, 학생들 성적표를 부모가 직접 찾아가게 하는데, 둘째것은 주고, 큰애(나래)것은 줄수 없다는 것이다. 이유인즉 "나래가 18살이 넘었기 때문에 본인에게 직접 줘야 한다"는 것이다. 혹 부모가 찾고 싶으면 그애의 사인이 들어있는 쪽지를 가져오란다.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학교행사의 모든 일에 부모사인이 필요해서 그것이 나의 권위를 세워줬었는데, 이제는 딸의 사인을 받아오라니.. 고등학교 마지막 성적표를 본인이 찾게 되면서, 아마도 스스로 "성인"이 되었구나 처음 느꼈을 것이다.
대학에서 보내준 부모들을 위한 도움책자(Handbook for Parents and Families)를 보면서, 대학생활을 그려볼 수 있었다. 그중 가장 중요한 단어는 "책임과 의무". 부모의 그늘 아래서 보호받던 아이들이 스스로의 인생의 주역들이 되어가는 그 첫발.
이 안내서에는 "당신 딸의 성적이나 학교생활에 대해서 부모가 묻더라도 대답해줄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부모를 학교생활에서 제외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이제는 당신의 딸(아들)도 성인이니, 불필요한 간섭을 하지 말라는 의미였다. "independent"란 단어가 아주 중요하게 그들 어깨에 올려지면서 부모들은 자녀들과 "성인대 성인"의 관계를 형성해가야 한다는 조언이 들어있다.
대학 초년생과 부모들이 명심해야 할 조언들
*만 19살 미만의 학생들은 "알콜금지"이다. 그러고보니, 고등학교 학생들도 모이면 술을 마신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데, 이것이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다는것. 이제 18살인 나래가 명심해야 할텐데. 19살이 된다고 해서, 술을 마시는데, 재미 들리지 않기를 바란다.
*책임과 권리라는 단어의 의미를 정확히 숙지해야 한다.
*수업은 "must" 수강해야 한다. 친구노트를 빌려본다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 누구나 자신의 머리속에서 한번 걸러내서 노트에 기록하기 때문이다. 한번 빠지면 고충이 크다.
*수업 끝나고 비는 시간에 바로 공부하면 효과가 두배가 된다. 신선한 정보가 바로 머릿속으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학기초 시험은 대체적으로 멀티플 초이스, 빈킨 채우기, 단답형이 주를 이루지만, 학기말이 되면 에세이, 오픈북, 집에서 공부해 오는것 등으로 넓혀진다.
*"later"(나중에)라는 단어는 없다. 해야할 일을 그때그때 해버릇해라.
*자연과학쪽 학생들은 실험이 많고, 문과계통의 학생들은 읽어야 할 책의 분량이 많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공부하라. 50분에서 90분정도 공부하면 10분에서 15분정도 휴식시간을 가져라.
*학생들은 집을 떠나오면 가정의 소중함, 가족들의 지원과 조언에 대단한 감사를 표하게 된다.
*기숙사 생활은 그동안 학생들이 겪지 못했던 특별한 경험들이다. 혹, 기숙사내에 어떤 문제가 생기면 다각적으로 그문제를접근하게 된다. 문제가 풀리지 않을 때는 대학조정위원회까지도 갈 수도 있다.
*학생들이 homesickness에 걸릴수도 있다. 자녀의 그런 증상에 무관심하지 말라. 대부분 쉽게 지나가지만, 그당시로서는절실한 감정일수 있다. 많은 학교행사에 참여하는 것이 도움이 될수 있다.
*성적이 60점 이하면 카운슬러 프로그램등을 이용하여 문제를 해결하라.
*우리 대학 도서관은 그 개념이 기존 도서관 개념과 완전히 다르다. 컴퓨터실, 개인공부실, 그룹공부실, 음식을 먹으며 친구들 만나는 곳.. 도서관을 잘 이용하라. 아침 7시부터 새벽 2시 오픈.
*썸머잡은 경쟁이 치열해지기 전, 1월부터 찾기 시작하라. 다음 학년에 거주할 아파트 찾기는 봄쯤에 하면 된다.
이밖에도 안내서에는 1년간 어떤 학생들이 어떤 과정을 거치고, 어떤 어려움을 당할 수 있는지, 그럴땐 어떻게 대응하는지에 대해서 소상이 밝혀놓았다.
큰딸에게는 항상 미안하다. 그애를 가슴깊이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완벽주의적인 것이 내게 답답하게 보이고, 겁이 많은 것이 또한 소심하게 보인다. 그래서 가끔은 어이없이 소리를 높이기도 했었고 말이다. 그래도 제길을 찾아서, 한걸음을 크게 내디뎌준 것이 어디냐 싶다. 지금은 문과계열로 들어갔고, 2학년때 전공과목을 정하게 되는데, 처음 생각했던 Psychology(심리학)를 택하든지, 아니면 공부하면서 관심가는 분야를 잘 찾아서 나아가면 좋겠다. 아직은 혼자 생각하고, 결정하는데 약해보이지만, 학교생활이 그녀를 단련시켜 주기를, 그리고 18살 "성인"이라는 사회의 인정이 주는 어떤 파워가 그녀의 생각을 끌어올리는데 좋은 작용을 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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