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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래 루미 미리.

대학1년차 송나래양

졸업식이  있어서 지난주 나래가 왔었다. 전통적으로 고등학교 졸업식은 매해 이맘때쯤 하는 것 같다. 고등학교때 친구와 기숙사를 함께 쓰는데, 그친구는 자신의 차가 있어서 집에 올때는 나래가 그 차를 얻어타고 오니, 이렇게 수월할 수가 없다. 개스비를 챙겨주는 정도로 고마움을 표시하지만, 지난 추수감사절과 이번 졸업식 모두 친구와 함께 와서, 덕을 많이 봤다.  

 

나래는 운전 필기는 마쳤고, 운전학교에서 교육도 받았는데 아직 실기를 보지 않았다. 주차 기술등, 부족한 것을 보충한 다음에 보겠단다. 시험에 떨어지는 것을 두려워해서 라고 말하는데, 어릴때부터 그런 경향이 있었다. 이모가 어린 나래를 앉혀놓고 노래를 가르쳐주곤 했는데, 단 한마디도 따라하지 않고, 그저 이모를 쳐다보기만 했었다. 그런데, 그애가 1년 6개월쯤(기억이 정확한지는 모르겠다) 되었을때 이모가 가르쳐주었던 노래를 2절까지 하나도 틀리지 않고 부르는 것을 보게 되었다. 그때의 놀라움이라니.

 

누구의 조언도 듣지 않는 것처럼 보일때가 많다. 스스로의 확신이 필요할때까지 시간이 걸린다, 그렇게 그애의 성격을 나름 정리하고 있다. 주행시험도 일단 한번 해보고, 떨어지면 다시 시도하면 되지... 그런 말도 했는데, 마침, 나래가 "떨어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고 고백했던 것이다. 떨어지면 다시 돈을 내고, 재등록해야하는 것도 싫다면서. 어쨋든 준비될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졸업식은 우리 둘만 갔다. 그야말로 크게 기대할 건 없기 때문에, 주변에 광고를 낼 필요가 없었다. 그런데 고등학교 졸업식이라 그런지 상이 대단히 많았다. 우리 모두가 잘아는 나래 학교의 톱 학생은 거의 8개의 상을 받은 것 같다. 영어톱, 수학톱, 대학입시사정에 소용되는 12U 아카데미상과 캐나다총독상까지.. 그애는 페이슬리 시절부터 나래와 함께 다닌 친군데, 언제나 공부만 하는 "공부벌레"여서 모든 점수가 만점에 가까왔다고 들었다. 나래는 "질투"인지는 모르겠지만, 언제부터인가 그녀를 좋게 이야기하지는 않았다. 선생님들이나 친구들 모두 그애에게 좀 쉬면서 공부하라고 권면했다는 소식. 그런데 웃긴 것은 그런 학생이 이번에 대학진학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전해들은 이유인즉슨, "아직 무엇을 공부할지 모르겠다"는 게 그 이유. 1년 더 고등학교에 다니면서 무엇을 공부할 것인지 생각해본다는 말에 고개 갸우뚱이다. 그야말로 어느 학교에서나 전액 장학금을 받고 갈만한 성적일텐데, 하면서.

 

이번 졸업생들을 보니, 꽤 많은 학생들이 고등학교로 다시 돌아와 학업을 받는단다.  졸업생들은 한명한명 호명되어 무대로 올라오는데 그때 학생의 현재 상황에 대한 설명이 이어진다. 대학이나 칼리지에 진학한 아이들이 몇 %인지 정확하지는 않으나, 졸업생 100여명 중에 감잡기로는 대충 30-40%가 학교에 남는 듯싶다. 위에서 언급한 이 학교의 톱인 학생도 학교에 남는 걸 보니, 각자의 사정과 형편에 따라서 자유롭게 결정하는 가싶다. 말하자면, 졸업생들도 학교에 남아서 공부를 계속하는 학교 제도가 흥미롭다. 고등학교는 졸업했지만, 대학입학에 필요한 학점이 미비한 경우도 있겠고, 점수를 더 올리려고 재수강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혹 경제사정이 안되어 공부하면서 돈도 모을 수도 있고. 이미 취직한 아이들, 부모의 농장에서 일한다는 아이들도 간혹 볼수 있었다.

 

졸업식순이 적힌 안내서를 빠르게 훑는다. 그 많은 상들중에 나래의 이름이 있나 찾아보는데, 마음이 떨린다.  이름이 한군데서라도 발견되어야 좋지 않겠는가. 애나 어른이나 상 좋아하고, 인정받는 것 좋아하고.. 뭐 더 할말이 없다.

 

나래는 "Award for Academic Excellence and Participation at W.D.S.S." 상과  "W.D.S.S. Music Participation Award"를 받았다. "학업우수와 학교 일 참여도 상"은 3명이 공동수상했는데 그동안 나래가 "학생회"의 일원으로 열심히 일했으며 게다가 성적이 우수한 것을 표창한 것인가 보다. 이 상은 워커튼 로타리 클럽에서 상금으로 300달러를 주었다. "음악 참여도 상"은 밴드부에서 열심히 일했던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다. 대학진학용 6개 과목 평균 80점 이상인 학생에게 공동으로 주어지는 온타리오 스칼라쉽도 수상했으니, 그저 마음에 차지 않게만 보였던 나래에게 고마운 마음이 든다. 음악상에 200달러, 그리고 어느 정도 돈이 주어질줄 알았던 온타리오 스칼라쉽은 겨우 50달러였기에 이번 졸업식에서 550달러를 만들었으니, 대학 들어갈때 장학금 한푼 받지 못해서 부모 마음을 헛헛하게 하던 것을 달래주는데 아주 적당했다. 그러고보니 입학 허가를 받았던 다른 두 대학에서는 약간의 장학금을 준다고 했었는데, 가지 않은고로 받을 순 없었어도 이것이 약간의 자존심에 도움이 되긴 했다.(정말 쓸데없는데 열중하는 부모 모습이다)

 

 

 

동생을 기숙사에서 며칠 데리고 있겠다고 해서 이틀전에 루미를 학교 기숙사에 떨구고 왔다. 대형강의에는 함께 청강할수도 있을 거라 해서, 아이들이  P.D.데이로 학교가 쉬는 틈을 타서 3박4일 여행을 보낸 셈이다. 티각태각 싸우기도 심하게 하더니, 이제는 밤새면서 이야기하고싶은 것들이 쌓여있는지, 그 담날 시험 때문에 공부해야 한다는 나래말에 실망을 나타내는 루미를 보면서, 내 아이들도 우리 자매들처럼 밤새면서 하고싶은 이야기가 있구나, 하면서 별걸 다 신기해한다.

 

심리학 과목 중간고사를 60몇점을 받았다는 살떨리는 소식을 주더니, 이번에 갔더니 같은 심리학 페이퍼 점수가 98점이 나왔다고 자랑이다. 수강생 300명중에 최고의 점수라고. 좌충우돌 하면서도 제 길을 닦아나가고 있는 것이 분명한 듯 보인다. 저녁 10시쯤 학교에 도착, 먹을 곳을 찾아다니다가 분위기 좋은 음식점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비싼 집이었지만, 경제관념이 부모보다 일견 나은점도 있어보이는 아이들의 지혜로 서로 나눠먹기로 시켜서 도시가 아니면 만나기 힘든 고급레스토랑에서 분위기를 잡을 수 있었다. 예전엔 모두 좋아하는 음료수로 시작하더니만, 아빠를 빼고는 모두 "물"을 주문하는 것을 보면, "절약"과 "건강"이 함께 가는 것을 이 아이들이 눈치챘나 싶다.

 

나래는 제 손으로 빨래를 해입다보니, 청바지 같은 종류는 자주 빨 필요가 없다고 역설한다. 빨면 빨수록 청기지만 닳는대나. 얼마나 반가운 말인지. 한번 입고 벗어버리고, 수건도 한번 쓴 것은 절대로 다시 쓰지 않더니, 이제는 제법 말려서 다시 쓰는가 싶다. 지난번에 집에 빨래를 한보따리 들고와서 다 빨아서 깨끗이 접어서 다시 들고갔다. 내 손이 하나도 필요하지 않아진 큰딸 아이구 대견해라..

 

두 아이를 떨구고 돌아와야 했는데, 나래가 기숙사에 안들어갔다 갈거냐고 묻는다. 나는 시간이 너무 늦어서 룸메이트들에게 실례가 되지 않겠느냐며, 사양했더니, 조금 태도가 달라진다. 친구는 숙제하기 때문에 걱정할 것 없다고 말한다. 엄마가 그냥 가고싶으면 가라고 말하는데 서운한 빛이다. 그래서 5 식구가 오밤중(11시)에 기숙사에 들어갔다.

 

제법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다. 그래서 청소했냐고 했더니, 오늘 가족들이 와서 조금 치웠댄다. 그리고 98점 받은 페이퍼를 보여준다. "얘야, 잘 보관해라, 가문의 보물이다"이렇게 추켜주었다. 딴에는 저를 찾아온 손님, 제방에 들이고 싶었던가 보다. 나의 나래에 대한 가장 큰 불만은 "제생각만 하는 것 같다"는 것이었는데, 조금씩 모난 곳이 둥글려지나 보다. 그리고 다정해지기까지. 이게 웬일인지, 환경이 바뀌면서 얻어지는게 많은 듯 싶다. 물론 아직도 눈을 가늘게 뜨고 더 지켜봐야 할 것이지만..

 

한가지 걱정은 코에 피어싱을 하고싶다는 것이다. "오우 노우~~" 했지만, 이제 19살이 되면(바로 내년이다) 법적으로 완전 성인이 되어서 하고싶은 것 마음대로 할수 있다면서 협박까지 한다. "건강상, 휴유증 염려"등을 내세우는 내게 인터넷 조사를 완벽하게 끝냈다면서 엄마 의견에 반하여 할수도 있다는 말인데. 그런 일에 돈은 절대로 주지 않을 것이고, "네 학비 때문에 아주 힘들다"는 표시를 간간이 내야겠다는 게 내 방법이다. "돈" 이야기만 하면 기가 죽는 것을 이용하는 수밖에는 없는데. 1년 안에 조금 더 철이 들어서 다시 거론되는 일이 없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