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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래 루미 미리.

루미의 변화

요즘 둘째딸 루미에게 고마운 마음이다. 집안에 일어나는 작은 변화들을 루미가 뿌리기 시작했다고 믿기 때문이다. "철"이 들었다고 말해야 하나. 엄마 아빠의 한국문화도 자랑스러워 하고, 특별히 서양인들은 한국인의 건강식단을 본받아야 한다고 역설한다. 부모들의 경제활동에 대한 진정한 고마운 마음을 때때로 표시한다. 이런 마음을 우리가 받으니,  부모 입장으론 아이들과 무엇을 할까, 궁리가 많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부모와 함께 보내는 시간을 소중히 생각하고 감사해한다.

 

우선 루미의 변화는 "다이어트"부터 시작되었다고 본다. 그애가 다이어트를 하면서 한국음식에 대한 우수성을 발견했고, 그것이 부모와 부모의 나라에 대한 존경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 같다. 제가 읽은 건강잡지에서 언급하는 모든 음식들이 한국사람들이 즐겨먹는 잡곡밥, 버섯, 나물, 김치의 우수성을 증명해주고 있었던 것이다.

 

루미는 음식을 바꾸면서 "혁명적"으로 변화했다. 작년 9월 새 학기가 시작되면서 학교의 카페에서 사먹는 음식 대신 스스로 점심을 준비해서 싸가기 시작했다. 야채 위주로, 그리고 잡곡밥과 남은 나물을 넣고 비빔밥을 만들어가기도 하는 걸 곁눈질로 본다. 음식의 모양이나, 감칠맛나는 향내에 좌우되지 않고, 음식 재료에 우선점을 둔다. 항상 녹차를 보조로 타가지고 간다. 틈만 나면 친구들과 외식을 하던 버릇도 단칼에 뽑았다. 어떤 날은 친구들은 밖에서 외식하고, 본인은 집에서 먹고 다시 합류하는 걸 목격하기도 했다.

 

아이들이 부모의 유전자를 받는다면, 이 부분은 누구의 유전자에서 비롯된 것일지 애매모호하다. 이제는 뜀박질도 못하는 아줌마가 되었지만, 예전엔 난다 하는 체력의 소유자였다. 체력장 고사에서 만점을 훨씬 웃도는 점수로 마감했던 기억이 있다. 탁구도 잘치고, 스케이트도 잘타고, 온갖 구기종목에 선수로 뛰었었다. 그런데 둘째와 막내는 체육관계에 아주 젬병이다. 남편의 운동신경을 의심해보긴 하지만, 그 정도는 아닌 것 같은데. 어쨋든 큰애를 빼고는 둘 다 아주 바닥을 헤맨다. 더군다나 막내 미리는 무언가 팀에 합류해 하고 싶어도 자신 때문에 팀의 성적이 저조해지니, 미안해서 못한댄다. 루미도 마찬가지. 무얼 해도 대표선수로 뛸 실력이 안된다.

 

그런데 루미가 지난 체육과목에 상당히 높은 점수로 마감했다. 그 점수는 교사가 루미의 "성실성과 최선을 다하는 근성"에 주었다는 생각이다. 실기 50% 이론 50% 정도인 체육시간은 점수따기가 쉽지않은 과목중 하나이다. 그동안 루미, 미리의 체육점수는 70점 대였는데, 근 20여점을 올렸으니, 어째 이런 일이 생겼는가 모르겠다. 집에서 꾸준히 요가를 하고, 몸 움직이는 걸 귀찮아하지 않고, 체력을 위해 즐기면서 열심히 운동한 것을 교사가 감지했다고 믿는다. 그리고 요즘 열심히 배드민턴을 치고 있다. 저보다 못치는 사람은 없지만 여자복식에 한자리를 얻어 시합에 출전하게 됐다고 자랑이다.

 

그리고 루미에게 부족했던 한가지, 제 방 청소도 어느날 말끔히 해치웠다. 넘쳐나는 옷으로 인해 옷장속이 빨래더미 같더니만, 남아도는 제 언니방의 옷장에 옷을 나눠넣어 정리하고, 아침에 일어나서 침대도 꼭 다듬어놓는다. 벽에 사진을 덕지덕지 붙이는 건 마음에 들지 않지만, 어쨋든 안팎으로 정리정돈이 되어가는 게 마음에 든다.

 

아빠 50번째 생일날이 다가오면서, 아이들 마음이 분주해졌다. 특별히 루미가 나선다. 아빠의 수고에 대한 보답을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이들과 함께 아빠 생일파티를 기획했다. 일곱쌍의 한인 부부가 모이는 모임이 그때쯤이라 그 둘을 잘 조합하면 소란스럽지는 않지만, 특별한 생일파티가 될 것 같았다.  50년을 되돌아보는 사진 슬라이드쇼를 아이들이 만들기로 했다. 사진을 대강 골라주고 아이들에게 편집을 맡겼다. 사진에는 남편의 초등하교 시절부터 군대, 직장생활, 결혼식, 아이들의 성장기와 박사학위를 받기까지 적나나한 50년이 담겨있었다.

 

그날 멋모르고 참석했던 선배 어르신들께서는 세명의 까만옷을 입은 웨이트레스에게 음식대접을 받을 수 있었다. 물을 엎는등 잘 훈련된 웨이트레스들은 아니었지만, 뷔페식 대신 서빙을 받게 해드렸더니 좋았던 것도 같다. 딸을 키워 아빠 생일날 이렇게 사용(?)하니 뿌듯하기도 했다. 대신 그날 설겆이감은 천문학적으로 나왔다. ^^

 

음식먹기가 끝나고 아이들은 지하실에 아빠 생일 축하 데코레이션을 해놓았다. "깜놀 파티"인 각본에 따라 나는 어른들에게 잠시 지하실로 내려가지고 권했고, 나중 내려온 남편에게 생일 축하노래를 불러주었다. 평범한 저녁식사 모임이 생일 파티 모임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본의아니게 관객이 되어주신 분들께는 우리가 즐겨 시청했던 "생명의 식탁" 디비디로 인사를 대신했다.

 

아이들이 준비한 생일축하 디비디가 잔잔한 올드팝송이 흐르는 가운데 펼쳐졌다. 까까머리 중학생이 50살이 되어 먼곳을 바라보는 사진으로 끝나는 그 디비디는 남편에게 크진 않지만, 마음을 담은 선물이 되었을 것 같다. 대학 기숙사에 있는 큰딸도 아빠 생일축하한다면서 그날 방문했고, 오랫동안 사귄 한인 친구들이 있었으니 그보다 더 좋을순 없었을 것이다.

 

그날 발표하지 않았던 "아빠를 위한 시"를 루미가 그 다음날 남편에게 주었다. 여러 사람들이 있어서 부끄러워서 읽을 수가 없었다고. 루미의 변화를 말하면서, 그애의 "철없던 지난날"을 언급하지 않았다. 그애가 대학에 들어갈때쯤, 혹은 내가 준비가 되면, 몇가지 "비리"를 발표할 수 있으리라. 지금은 단지 이 변화가 고마와 헤벌쭉 웃고 있다.

 

(사족: 루미의 시를 번역해보았다. 엉터리인줄 알면서 그대로 싣는다. 원문을 보면서 정정해 읽어주면 고맙겠다.)

 

 

 

Daddy’s Poem

 

 

With half a century gone

It is about the time

A man looks back

And reflects on his life

Life’s full of markers

But this is a stone

That makes one realize

There’s not much to go

 

반세기가 흘러갔습니다

이제 때가 되었습니다

남자가 뒤를 돌아봅니다

그의 삶을 반추해보는 것이지요

삶은 여러가지 사건들로 얼룩졌습니다

50그것은 하나의 이정표가 됩니다

하나 확실한 것은

앞으로 나아갈 길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Let’s reminisce

On the past 50 years

Recall the laughs, the smiles, the tears

Reignite the struggles

Recollect the pain

Celebrate the triumphs

Acknowledge the gains

 

한번 회상해 볼까요

지나간  50동안

많은 웃음들과, 행복스런 일들과, 눈물들..

그리고 숱한 어려움들과

고통스런 기억들과

승리의 순간들,

그리고 삶에서 얻어진 것들까지

 

When the memories return

Do you like what you see?

Have the past 50 years

Been satisfactory?

The judgment is yours

 

많은 추억중에서

당신은 어떤 것이 좋은지요

50년의 세월에

만족하시나요

그런 모든 판단은 당신의 몫입니다

 

But mine is based

On the mere 16 years

I’ve known your face

Late at night

You’d come in the door

Wake up in 3 hours

And work some more

In times of desperation

 

그러나 입장에서 본다면

겨우 16년간의 세월에 비춰서 말한다면

나는 당신의 얼굴을 늦은보아왔습니다

당신은 문으로 들어오셨고

겨우 3시간 눈을 붙이고 다시 일어나

그리고 또다시 일했습니다

절망적인 시간들 말입니다

 

You never failed to provide

Your determination and love

Is what kept us alive

Too young to understand

Too ungrateful to say “Thanks”

Too naive to grasp what you did everyday

 

당신은 당신의 결단과 사랑을

보여주는데 결코 실패하지 않았습니다

이것은 우리들의 생존을 지속시켜줬지요

이해하기엔 너무 어렸고

탱큐라고 말하지않는 배은망덕함이 있었고

당신이 일을 납득하기엔 철이 없었습니다

 

Credits to creation, God has no rival

But you were the reason

For our survival

You still work hard

That never changed

 

창조의 위업에 관한한 하나님은 대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우리생존의 이유가 되었습니다

당신은 여전히 열심히 일하고

그것은 전혀 변함이 없습니다

 

I wish a better system

Could just be arranged

You give and you give

But you hardly get back

 

나는 조금 나은 제도가

도입되기를 기대합니다

당신은 주고 주지만

받는 것은 아주 적습니다

 

I’m sorry for the assistance I very much lack

I don’t make a point

To fully display

I appreciate you in every single way

Your wisdom, your ethic, your humility makes me proud

I feel honoured to be your daughter

Though I don’t say it out loud

 

당신을 충분히 돕지못해 죄송합니다

나는 어떤 부분에 초점을 맞춰서

나열할 생각이 없습니다

나는 당신의 모든 부분에 감사를 드립니다

당신의 지혜, 당신의 가치관 그리고 겸손함이 자랑스럽습니다

저는 당신의 딸인 것을 명예로 생각합니다

비록 소리쳐서 외치진 않습니다만

 

I admire your strength and your focused drive

Too reach your intellect

I want to strive

In complete honesty

I am immensely glad

God gave me

A perfect dad

 

지적인 것을 향한 당신의 일관된 노력과 힘을 존경합니다

저는 솔직히 말하고자 노력합니다

저는 하나님께서 완벽한 아빠인 당신을 제게 것에 대해서

기쁨을 갖고 있습니다

 

Here’s to 50 years

50 years of light

Half a century of beauty

A wonderful, fulfilled life

Of the 50 years

16 I had

The joy of knowing

My amazing Dad

 

이제 50년의 세월과

50년간의 빛이 있습니다

반세기동안의 아름답고,

웅장하며 충만한 삶이 여기 있습니다.

내것이었던 16년간

놀라운 아빠를 알고있는

삶의 기쁨이 제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