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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루스 카운티 산책

캐나다 호박왕 탄생... 호박씨앗 한알이 200달러라고!!

 

 

 생명을 담보한 씨앗.

그 씨앗은 자신의 몇배의 크기로 자랄 수 있는 걸까?

 

올해 캐나다 최고기록의 호박왕이 지난주 열린(103,4) 포트엘긴 펌킨 페스트( Port Elgin Pumpkin Fest)에서 탄생했다. 무게는 무려 1,678 파운드.. 170파운드(77 kg) 성인 남자 10명 정도의 무게다. 보통 큰 호박이 3파운드 정도라고 할때 5백배가 넘는 크기다. 그러니 호박씨로 호박열매를 가늠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씨앗이 갖고있는 그 무한한 힘에 압도당한다.

 

 

1678 파운드 자이언트 호박(가운데)이 그 위용을 뽐내고 있다.

 (내가 자리를 떠난 다음에 벌어진 일, 사진은 Saugeen Times에서 빌려왔다.) 

 

이 호박은 1,234 파운드.. 호박이 상처입어서 최고의 무게가 됐더라도, 호박왕에는 선정될 수 없었을 것.

그러니 이만하길 다행이다..

 

 

호박씨앗을 봄에 심어, 10월초 수확하기까지 5-6개월 기간을 잡는다면, 얼마동안은 뿌리를 내리고 잎을 피워내고, 꽃을 피워내고 했을테고, 작은 열매가 달려 자라기 시작했을텐데. 매일 얼만큼씩 살(?)이 올라야, 그처럼 대형 농산물이 된다는 건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현재까지의 세계최고 기록은 2007년에 수립된 1,689 파운드라하니, 겨우 11파운드가 밑도는 대단한 기록이다. 포트엘긴의 펌킨 페스트가 해가 갈수록 농부들의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는 듯싶다. 아니, 농부가 아니더라도 누구의 농삿물이 우수한가를 겨루는 이 행사에 이웃들의 관심이 지대하다

 

캐나다 기록을 갱신한 이번 호박을 생산한 농부는 Jane & Phil  Hunt 부부. 그들은 호박 이외에도 61파운드에 달하는 잘생긴 양배추를 재배하여 이부분 1등상을 거머쥐었다. 호박경쟁에서 1등해서 5,000달러 상금을 받았지만, 이들의 호박 씨앗은 한개당 200달러에서 500달러에 판매될 것이라 하니, 상금보다 호박 자체로 벌어들이는 돈도 만만치 않을듯 싶다..

 

씨 한개에 200달러씩 지불하는 사람이 있을까 싶지만, 거대 호박농사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좋은 종자에 군침을 흘리는 건 당연할 일일게다. 호박 한덩어리에 몇개의 씨앗이 있는지 지식검색하면 나오려나?

 

호박축제는 매년 그 규모가 커지고 있는 것만큼 등장 호박들의 크기도 불어나는 것같다. 1000 파운드가 넘는 호박들이 연신 무게를 달기위해 무대에 오른다. 호박을 키우는 동안에는 얼마큼 자랄지 잘 알지 못한다. 무게를 재어보는 것도 그리 쉽지않다. 그리하여 농부들은 트럭뒤에 트레일러를 매달고, 온가족이 힘을 합하여 호박을 얹고 먼 길을 달려온다. 축제장에 도착하여, 자신의 호박이 대체 무게가 얼마나 나가나, 그때서 확인하게 된다. 저울눈금을 보는 그들의 표정속에 기대가 고스란히 드러나있다. 이번에 1등한 헌터씨도 1,400 파운드를 좀 넘을까 생각했는데, 1678파운드에서 저울이 멈춰서 너무 놀랬다고 한다.

 

 

이것이 61 파운드의 양배추. 풍성하다.

 

호박뿐 아니라, 이날 또다른 종목에서는 세계신기록이 나왔다. 134(340cm) 인치의 길이를 자랑하는 Gourd가 그것이다. 두명의 남자가 이 열매를 잡고 섰는데, 한사람 머리위에 또한 사람이 올라서야 키가 비슷해질 듯싶다. Gourd를 사전에서 찾아보니 호리병박(조롱박)이라 나와있다. 서양배를 늘려놓은 것같은 그런 모양인데, 세계신기록에 빛나는 이 호리병박은 이미 잘룩한 허리같은 것은 찾아볼수 없고, 연두색의 긴 파이프처럼 생겼다. John Butler씨와 Art Johnston씨의 생산물이다.

 

호박의 들러리로 나온 다른 농삿물들 즉 수박, 토마토, 옥수수등이 그 길이무게튼실함으로 실력을 겨뤘다 

  

출전 농작물들이 자웅을 겨루는 "농부들의 천막밖으로 잠시 외출한다. 어린이들을 위한 놀이기구가 빙빙 돌고있다. 그리고 낙타가 올해도 등장, 사람들에게 등을 빌려주고 있고, 짚단으로 만든 미로에서 아이들이 길찾기를 한다. 가을냄새가 촉촉히 밴 시골스런 모습이다.

 

음식코너에서 흘러나오는 고소한 감자튀김 냄새가 식욕을 자극한다. 부루스 지역 스타 선발을 위한 무대가 상설되어 있다. 10대 소녀 하나가, 고운 노래를 부른다.

134인치로 세계 최고기록에 오른 호리병박.

(사진 Saugeen Times에서)

 

 

어린아이들을 위한 각종 놀거리가 풍부했다. 벽타기를 하는 소녀와 손님을 기다리는 낙타.

 

지역의 특산물인 기념품, 조각품, 수제품 가구등이 행사장으로 이용중인 고등학교에서 전시중이다. 어린이용 작은 탁자와 의자가 눈길을 끈다. 이미 다 커버린 우리 아이들에겐 필요없는 앙징맞은 어린이 용품에서 발걸음을 멈추는건 무슨 일인가 싶다.

 

구름이 낮게 내려앉아 금방이라도 비가 흩뿌릴 것 같다. 다시 농부들의 천막으로 간다. 새 기록갱신이 나올때마다 같이 환호하고 기록을 매번 바꿔적는 그곳에, 그간 어떤 농삿물들이 등장했나 궁금해진다. 둘째딸과 그애의 친구 둘을 데리고 함께 왔는데, 그애들은 천막에 큰 흥미가 없어 보였다. 그래서 서로 헤어져서 3시간 후쯤 만나기로 한다. 나중에 만난 아이들은 호박보다는 메인도로에서 열리는 행사장에서 놀고왔단다. 올드카쇼, 모터쇼등이 열렸다나?

 

 

 

볏단으로 만들어놓은 미로찾기.

 

 

                                                                    천막밖에서 대기중인 호박들과 그의 주인들..

 

천막밖으로 비가 오는 것이 보인다. 그러나 사람들의 열기는 식을줄 모른다. , 바람 그런 것들에 기죽을 농부들이 아닌 것 같다.

 

농사짓는 일은 내게는 참으로 요원한 일이다. 그래서 그 일을 하는 이들을 우러르고 존경한다. 열매로 기쁨을 맛보는 그들의 잔치, 그 굵은 손들이 일궈낸 걸걸한 분위기가 너무 좋았었다. 아무래도 내게도 잠재 농부의 기질이 있는건 아닌지.. 정말 그랬으면 좋으련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