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되면 농부들은 수확한 농삿물을 자신의 농장앞에 내다놓고 팔기 시작한다.
옥수수가 가장 흔한데, 대개 12개 한 다즌에 3달러 정도 하는 것 같다.
밭에서 금방 대령한 싱싱한 농삿물을 먹을 수 있는 기회지만,
달리는 차를 세우고, 농산물을 구입하는 것은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다.
어렵게 차를 세웠는데, 농산물이 볼품이 없다거나, 가격이 비싸면,
그것 또한 낭패니, 소비자 입장에선 이런 저런 계산에 차를 냅다 빼는 경우가 흔하다.
그래서인지 혹은, 한사람이 지키고 서있어야 하는 어려움 때문인지
길가 장사가 줄어가고 있는 것도 같다.
이밖에 어떤 농장들은 "Pick Your Own"이라는 사인을 붙여놓고
농장을 일반인들에게 개방한다.
자신이 직접 밭을 둘러보고, 쓸만한 놈으로 골라올 수 있고,
농부는 아니지만, 흙 냄새를 실컷 맡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된다.
"당신의 것을 스스로 따가십시요"의 뜻인 Pick Your Own은 사실,
농삿물보다도 딸기, 사과등을 키우는 과수원에서 대대적으로 하고들 있다.
사과나 딸기를 따면서 어린애들은 제입으로 솜솜 가져가지만,
그런 것은 눈감아주는 분위기다.
우리 아이들과 함께 갔던 딸기밭의 추억이 그 장면을 박아놓은 사진과 함께
기억이 생생하다.
제 작은 바구니를 채우면서, 또 연신 입으로 딸기를
집어넣던 욕심꾸러기들의 모습.
페이슬리 근처에 있는 미스터 & 미세스 태너씨는
매년 농장을 개방하고 있다.
가보고 싶은 곳중에 하나였지만, 올해 처음으로 그곳을 방문해봤다.
"이제 끝물이에요" 태너 여사의 시큰둥한 반응이다.
"옥수수"가 있냐는 나의 말에 "옥수수가 없다"며 덧붙인 말이다.
나는 한번 둘러봐도 되겠냐며, 사진도 좀 찍겠다고 하자,
"그러라"고 흔쾌히 대답한다.
그러면서, "밭이 지니 조심하라"고 당부한다.
태너의 농장은 상록수로 밭의 경계가 있었고,
호박, 가지, 토마토, 감자, 콩, 옥수수등을 키우고 있었다.
콩 같은 경우는 거의 빈 밭만 있을뿐 수확을 다 마친 것 같았고,
호박이 그래도 눈에 띄는 농작물이었다.
호박의 종류가 많기도 하다.
어떤 농산물은 먹기 위한 것이라기 보다는 장식용으로 생각된다.
황량해진 밭을 지키는 허수아비가 있다.
인적이 없는 곳에서 마주친, 사람모양의 허수아비가
가을을 흠뻑 전해준다.
허수아비에게 악수라도 청하고 싶다.
"끝물" 농장의 적막과 냄새가 너무 좋다.
버터 컵 호박을 하나 땄다.
농장 안채로 갔더니, 태너 할아버지가 옥수수가 "좀" 있단다.
태너 할머니가 아껴놓은 옥수수인가보다.
서로 나눠먹자는 듯, 한 다즌을 골라주는데, 1개를 더 넣는다.
내가 잘라온 버터 컵 호박과 창고앞에 수확되어진 호박중에서 예쁜 것 몇개를 골랐다.
모두 합하여 4달러 50센트라고 해서, 20달러를 줬더니, 잔돈으로 달랜다.
그래서 지갑을 뒤져서 4달러를 주고, 그 물건을 갖고 나왔다.
올해 나의 수확은 이렇듯 풍성했다.
게다가 그곳에서 건진 사진까지...
태너의 가든에서 사온 호박들. 왼쪽 호박은 찜을 해서, 영양밥을 만들어 먹으면
그만이다. 밤고구마맛이다.
한해, 할일을 제대로 했는지. 허수아비는 어제나 오늘이나 말이 없다.
지나가다가, 옥수수밭에서 찍은 사진. 태너의 가든에는
옥수수 농사가 끝나있었다.
이것이 버터컵 호박.
호박속을 파내고, 각종 잡곡에다 잣등을 넣어지은 호박 영양밥.
우리들(한인여성들)의 모임에 이웃 선배언니가 별식을 가져와서 모두 포식했다.
이 호박도 "자이언트 호박경연대회용"으로 재배된 것이 아니었을지. 그러나, 실패작인 된듯.
다양한 호박 종류들.
해바라기가 고개가 무거워 죽겠다는 표정으로 태너 가든 한구석을 지키고 있었다.
태너가든에 가면서 만난 양들과 당나귀. 수많은 양들 속에 한마리의 당나귀가 한울타리에서 양육되고 있다.
그는 행복할지, "기구"할지, 의문에 빠져든다.
'사진 멜로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날아라 하늘을... 5월의 아이들 (0) | 2010.05.06 |
---|---|
낙엽잔치 (0) | 2009.11.01 |
조지언베이 트레일에서 만나는 보석들.. (0) | 2009.09.13 |
heron..왜가리의 오후 (0) | 2009.08.05 |
시선을 붙잡는.. (0) | 2009.07.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