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깊어간다고 하는 것보다
벗어져간다고 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
매서운 바람에 나무들이 제 잎을 떨구고
헐거운 몸이 되어간다.
봄 내내 틔우기 위해 애썼던
그 잎 하나하나,
여름 햇볕 막아,
시원한 그늘도 만들었던 그것들,
살랑거리는 바람에 저희들끼리 끼득대며 살갗부딪는 소리를 내며,
싱그런 여름이 되었던 그것들이
이제 가랑잎되어 몸들을 뒤채고 있다.
어제밤 바람은 무서웠다.
낙엽들은 마치 새처럼 날아다니다, 창문에도 부딪치고, 문에도 헤딩을 한다.
줄기가 탄탄할때는 잎새들에게 끄덕없었던 그 바람들이
오늘은 목숨줄을 잡는 저승사자였구나.
어제 오늘 이파리들의 마지막 군무에 넋을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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