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5월 13일.. 밭에 씨를 심기도 하고, 뿌리기도 하고, 흘리기도 하면서 텃밭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날이다.
어미 기러기(Canadian Goose)가 웬일인지 하루종일 꼼짝하지 않고 저멀리 앉아있고, 아비 기러기가 그 곁을 지키고 있다.
쟤들이 오늘 이상하네..
한참후 하오 6시가 넘어서 어미 기러기가 몸을 쭉핀 것 같은데, 그 곁에 조막만한 새끼 기러기들이 제 부모들을 따라 걷고 있다.
태어나자 마자, 걷는 기러기들.
걷기만 했으면 덜 놀랬으련만, 우리들이 인기척을 내자 그 기러기들은 부모를 따라 뒤뚱뒤뚱 물속으로 헤엄쳐 들어갔다.
생후 1시간도 안되어서 일생에서 배워야 할 가장 중요한 걷기와 헤엄치기를 가볍게 끝내는 베이비 기러기들을 보는 경이로움이라니..
그들은 하루가 다르게 커갔다. 부모 기러기는 한시도 제 새끼에게서 눈을 떼지 않는다.
밤이 되면 사방에 작은 동물들이 새끼 기러기를 잡아먹기 위해 눈에 불을 밝히고 있을 것이다.
잠은 피신하기 쉬운 물가쪽에서 자는 것 같다.
그날 멀리 보였던 흰 알 껍질을 그 다음날 조사차 나갔더니 모두 없어졌다.
남편 말로는 부모가 그 껍질들을 다 먹던지 해서, 흔적을 없앴을 것이라 한다.
어린 새끼를 보호하는 부모 기러기는 인기척만 있으면, 새끼들을 몰고 멀리 도망가곤 했다.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기러기들은 노랑 병아리 색에서 차츰 갈색으로 물들어가기 시작한다.
생후 1달도 안됐는데, 이제는 달아나는 것이 비호같다.
어떤 아침은 그들의 가족사진을 찍어주느라, 기러기와 달리기를 한다.
마구 도망가는 그녀석들은 물속으로 들어가면, 어느덧 여유가 있어진다.
캐네디언 기스는 캐나다에서 가장 흔한 새이다.
도시고 농촌이고, 물이 있는 곳이면 어느곳이나 그들이 있다.
그래서 별로 신기할 것도 없다.
그런데, 이렇게 가족을 이루면, 또 조금 다르게 느껴진다.
하루종일 뭘하며 "새인생"을 보내나 걱정되던 그들이, 하루종일 심심할 사이가 없어보인다.
개념없이 시도때도 없이 사진기 들고 쫓아오는 어떤 아줌마도 따돌려야지,
영역을 침범하려고 방문하는 같은 기러기들을 텃세를 이용해서 쫓아야지,
자식들 잘 먹나, 독이 있는 것 먹진 않나 감시해야지..
아비 기러기는 언제나 목을 꼿꼿이 펴고 있다.
위험한 순간인지 아닌지, 가족들을 리드하고 있는 게다.
기러기들은 가축이 되기는 영 틀려보인다.
아무리해도 친해질 수는 없다.
도시 공원의 기러기들은 사람들이 던져주는 먹이도 먹는다지만,
이들은 눈도 돌리지 않는다.
그래도 여유있이 걸어서 다가가면,
그들도 똑같이 늦은 걸음으로 사라져간다.
빨리 쫓아가면 더빨리 도망가고..
어떤 눈에 보이지 않는 게임을 하는 것 같다.
너무 흔하고 많은 수가 모이면, 연못 주변을 청결히 유지하기가 어려워 환영받지 않는 기러기들이지만,
이렇게 날때부터 정을 들이니, 내게는 그들이 한 의미로 다가온다.
물론 그들의 배설물을 잘 살펴서 걸어다녀야 하는 불편함은 있지만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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