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r Friends라고 제목을 정하니 무언가 가슴이 뻥뚫리는 느낌입니다.
친구들에게와 Dear Friends는 제 마음에 다른 두개의 언어들입니다.
"친구들에게는" 그야말로 동갑내기 같은 학교, 같은 마을, 같은 회사 출신의 아주 친한 사람들에게 보내는 편지의 머리말이구요.
Dear Friends는 나이가 조금 차이나고, 학연 지연 성별 이런 것과는 상관없이, 요즘의 나의 인관관계의 중심에 있는 여러분들을 생각하며 적은 말입니다.
우리가 그렇게 말하죠? 케네디언들에게 당신들을 소개해야 할때.. 친구라고.
우리끼리는 아래위, 선후배가 있어도 캐네디언들에게 선배님, 후배님이라고 소개하는 법없이 "My friend"라고 소개하잖아요, 그렇죠?
그것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어요.
우리가 한국에서 교육받은 그대로 서로가 높임말을 쓸수밖에 없지만, 당신들은 내 마음속에 친구인 것이라고.
캐나다로 떠나올때 한 친구가 제게 그렇게 말했습니다.
야, 너 하얀사람 친구 생기겠다?고.
이민 20여년이 훨씬 지난 이즈음, 아직도 하얀사람 친구는 없습니다. 그뿐 아니라 한인친구라 할만한 사람도 만들지 못했었습니다.
참으로 부끄런 나날들이 아닐수 없었지요.
그러나, 요즘
혼자 있어도 혼자 있는 것 같지 않은 충만감이 있습니다. 친구, 당신들도 그렇지요?
단지 카카오톡 때문만은 아닙니다.
그건 단지 도구일뿐이지요. 그 기계를 채우는 건 우리들의 몫이고, 그것을 이용하는 것 역시 우리들의 역할이지요.
어떻게 이런 일이 생겼을까요?
이것 역시 오랜 시간 공들여온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한번의 만남마다 서로의 마음을 모우고, 나 대신 너를 생각하고, 나누는 모든 행동 말입니다.
인관관계에서 상처를 받은 마음들이 있어서, 받은만큼 주려고 노력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되로 받으면 말로 돌려주려고 하니, 이런 인간관계가 어디 있겠습니까?
"받은 만큼"이 참 중요합니다. 이민생활에서 "준만큼" 못돌려받으면 사실 마음이 닫힙니다. "준것이 아까와서가 아니라" "내게 주고 싶지 않은 마음이 있나보다"하고 짐작하게 되지요. 그래서 무언가 받았을때 그것에 고마와하고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 "받은 것"은 결코 물질만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인간적인 "호감"을 내가 받았다면, 나 역시 상대방에 대한 "호감"을 알려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것에서 관계가 싹트기 때문이겠지요.
그런 점에서 친구들은 모두 탁월했습니다. 받은 만큼, 느낀 만큼 표현하는데 인색하지 않았습니다. "억지로"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우러나서 그런다는 것을 시간이 가면서 깨닫게 된 것이지요.
정말 "준 만큼" 돌려주고 있는 걸까요? 그렇진 않더군요. 언제나 "받은 것"은 크고, 내가 베풀수 있는 것은 아주 "작게" 느껴집니다. 나만이 아니고 우리 모두가 그렇게 느끼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니 너무 많이, 서로의 것을 나누려고 하는 것 아닐지요?
특별히 요즘 우리 부부가 받는 사랑은 너무 커서, 말로 표현할수가 없습니다. 우리의 집안일에 모두 한마음으로 나서주고 있는 점, 정말로 어찌 감사의 마음을 표현할 수 있을까요? 이런 글로 여러분들에게 고마움을 절반이나 전달할수 있을까요? 사족이지만, 집안일에 나서준다고 "친구"라고 말하는 것은 절대로 아닙니다. 아시죠?
저는 여러분의 마음을 고맙게 받기로 했습니다. 언젠가 갚아나갈 기회가 있을 거라 믿으면서 말입니다. 그래요. 사랑의 빚을 진 것이라고요. 그 빚만은 괜찮을 것이라고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지난 일년을 되돌아보면, 여러분과의 소통과 나눔이 가장 컸습니다. 가장 즐거웠습니다. 그동안 잊고있었던 "친구랑 노는 재미"를 정말 진하게 느꼈습니다. 각자의 개성이 만나서 거대한 화음을 만들어냅니다.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을 것같습니다. 그런 힘이 되어주고 싶습니다.
사실 "먹는 것"이 너무 중요합니다. 그것에서 싹이 틉니다. 그러나 "먹는 것"에 함정이 있습니다. 잘 차려내야 하고, 흉잡히지 않아야 하고, 잘먹었다는 소리를 들어야 하고. 주부로서는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래서 "먹는 것"에 "올인"하면 안된다 생각합니다. 함께 라면을 나눠도 즐거워야 하고, 고구마 한솥쪄서 한끼니를 해결해야 할때도 있을 것입니다. 주부가 바쁘면 음식에 정성을 들일수가 없는 법입니다.
한번 먹으면, 한번 대접해야 하는 그런 것들도 끊어버려요. 음식만드는 것이 쉬운 사람이 있고, 시간이 더 있는 사람이 있고 하니 그 형편대로 하는 것이라구요.
우리 한번 멋있는 아줌마 아저씨의 시간들을 만들어나가보기로 해요. 친구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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