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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나, 그리고 우리

2013년을 보내며


2013년이 서서히 막을 내리고 있다. 시간의 긴 골목을 걸어나와서, 2014년이라는 새 골목의 입구를 바라보고 있다. 
새길에 들어가기 전, 어떻게라도 안녕을 고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다, 아이패드를 무릎에 놓고 깜박 잠이 들었다. 

컴퓨터를 껴안고 자다니.. 

그러고보니 글의 시작에 대한 단서를 잡는다.
작년 이맘때 아이패드를 선물로 받고 디지털의 세계에 입문하게 되었었다.

아이패드와 함께 스마트폰도 마련되었고. 그래서 그랬던가, 다른 해와는 좀 달랐던 것 같다.
수많은 소통의 기회들이 생겼고, 재미가 있었다. 
나뿐 아니고 무선으로 연결된 사람들이 외로움을 느낄 기회들이 줄어들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들었다.

사진을 찍기 위해선 카메라가 필요했는데, 이제는 스마트폰과 아이패드까지, 동시에 세개의 기기를 갖고 어느 것을 사용할지 고심하기도 했다. 이것들을 잘 이용해얄텐데.


여행가서, 핸드폰에 약간의 사진과 간단한 메모를 저장해놓다 보니, 글쓰기가 차츰 변해가지 않을까 생각되기도 했다. 여행지가 인터넷이 가능한 지역이 아니었기에 그렇지, 현장 소식을 바로바로 올리기가 가능하니, 시간을 다투는 속도전에서 유리해질 것 같다.  글쓰기가 더이상 책상에 곧추 앉아, 폼잡고 쓰던 시대가 가는 것 아니냐는  예감이다. 글의 질은 반비례할 지 모르겠다. 생각이 필요없는 사진찍어서 전달하는 see대로 접어들면 어쩌나, 걱정도 된다. 그러다보면 종국에는 글같은 것이  무슨 소용이 있나, 사진만 펑펑 찍어 올리는 풍조로 접어들겠고 이미 그런 것이 유행이다.

아이패드에 직접 글쓰기가 익숙하지는 않지만 이제 이것도 할만하다. 블로그 글 몇편은 이렇게 작성되기도 했다. 몇번 말한대로 드라마 보기에 유용하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주방일을 할때 친한 친구가 되기도 한다. 스스로 조용히 있을 시간을 찾기가 잠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말이다.

스마트폰도 달인은 아니어도, 카톡 대화 정도는 수준급으로 사용하게 되었다. 볼펜과 종이가 필요한 일은 거의 스마트폰에 있는 메모란에 남기고, 주요 정보는 "메세지로 보내" 이렇게 주문하게 된다. 

디지털로의 변신은 일단 성공적이다. 기기 없는 삶은 생각할 수가 없이 되었으니까. 위에서 잠깐 비친 것처럼, 너무 생각없는 삶으로 들어가는 것을 경계하면 될것같다.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뭘까? 

예수 그리스도이다.

올해도 나는 누구에게도 제대로 그말을 전하지 못했다. 전할 방법을 모르겠다. 하나님께서 내게 말을 주시지 않으신다. 대신 나는 사람들의 눈치만을 본다. 그들이 불편해할 것을 염려한다. 그들은 차치하고 가족들에게도 말을 못하는 실정이다. 언제 내게 그런 능력이 생길까? 사람을 잃을까 염려하는가? 


어쩌면 아직도 나는 신자가 아닌지 모른다. 그러니 참 신앙인이 될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이렇게 쓰고보니, 나의 철저한 소심증이 또한번 드러난다. 어떤 것을 말하거나 행동하기 위해 제반 조건이 충분히 무르익을 때까지 기다리는 것.. 기다린다는 것은 일견 "괜찮아" 보이지만, 모든 것들에 대한 변명이다. 자기 합리화이고. 우물쭈물 하는 것, 그것이 나의 모습이다. 이것을 새해에는 고쳐야겠다. 많이 나아졌지만, 아직도 갈길이 멀다. 

많은 사람을 만났고, 친구를 만든 특별한 해이기도 했다. 사람을 좋아하는 내게 그런 행운이 있었다는 것은 특기할만하다.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계속 이어져야 하므로 기쁨과 함께 책임도 늘어난다.

지금까지의 인생은 관찰하는 방관자의 입장이었다면, 후반전은 "말있음"의 시간들이 되어야 할것 같다. 나의 말은 간신히 블로그의 글로 대신해왔다. 주변에선 "말없는 아줌마"로 나를 알고 있다. 그건 깊은 지식도 없고, 특별히 호, 불호가 없는 미적지근함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떠오르는 그것을 입밖으로 뱉아내는 연습을 해야할 것같다. 실수도 하고, 얼굴도 빨개지겠지. 말을 듣는 것이 내겐 큰 재미인데, 그것에 너무 오래 빠져있다 보니, 내가 말하는 방법을 잃어버렸는지도 모른다. 나의 말을 들어줄 좋은 자리에서만 말을 하게 된다. 나 정말 웃긴다.

아이들에 대해선 어찌 해야할까?

젊은 그들이 어떤 비전을 가지고 어떤 인생을 꾸리도록 영향력을 주어야 하나. 포기하지 말고 단하나라도, 시도해야 한다. 아이들과 여행가서 시간이 있는데도 충분한 대화를 하지 못했다. 그것이 내내 가슴에 걸렸다. 내가 말하는 그 분위기가 잡혀지지 않았다. 아이들은 가볍게 휴일을 보내고자 했다. 나는 집안의 이야기를 터놓고 함께 나누고자 했는데, 그게 잘되지 않았다. 

"떡본 김에 제사지내는 것"이 아이들에게 통하지 않는다. 떡을 보면 떡먹는데만 집중한다. 제사는 또 다음 기회에 하겠다는 것.

그래서 여행가서는 "떡"만 먹고왔다. 그러니 나는 불만이다. 이제 같이 있는 시간도 많지 않은데, 아이들은 저들의 취향대로 마구 굴러건다. 고루한 나는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나의 분신이지만,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완전히 다른 인격체. 엄마가 무엇을 꿈꾸는지, 그것에는 관심이 있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포기할 수 없다. 계속 간섭을 하기로 한다. 어려울때 생각나는 엄마가 되도록. 내가 억지로 말을 꺼내지 않아도 그들이 무언가 문제에 부딪쳤을 때 엄마가 생각나면 좋겠다. 세뇌밖에 없다. 

이제 한사람이 남았다.

쉽고도 어려운 사람, 동반자 남편.

그에게 나는 참으로 "이상한"여자일 것이다. 비현실적이고, 제멋대로이며, 고집도 있는. 나는 다소곳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매번 지적받는다. 

우리 둘은 정말 많이 다르다. 그렇게 인정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가정이 굴러가는 지도 모른다. 그도 그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이상한" 나를 후원해주는 그에게 감사한다. 나도 그에게 어떤 면으로든 힘이 되고 싶다. 그래서 서로간 부족한 것을 조금씩 가려주어, 너무 "모양빠지지" 않는 부부의 모습이 되기를. 서로에게 실망할 때 서로에게 자랑스러웠던 시간들을 기억해내기를 바라자.

감사했던 2013년이었다. 2014년도 올해만큼 풍성하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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