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진 멜로디

텃밭, 드디어 성공

이런 날이 오고야 말았다.

내가 키운 야채들을 먹고, 나누고, 사진올리고

입에서 수백번 "내가 키운" 소리를 해쌓는 그런 일이..


땅을 갈아엎지 말고 하라는 한 농부님의 가르침대로 그렇게 했다가 망했던 적도 있고,

작은 면적에 몇개 심었으나, 방울토마토 몇개 얻는데서 그쳤었던 지난날들 위에

드디어 맘먹고 봄농사를 시작했었다.


밭에서 나는 것으로 찬거리를 대신하리라는 야심찬 포부를 안고 시작하였고,

어느 정도는 그 꿈을 이뤘다.


잔디를 다 파내었고, 잔디에 붙어있던 흑까지 떨어내는 고달픈 밭경작부터

남편과 함께 했다. 물론 숨어서 도움준 친구들이 있었다.

우리 둘이 했다고는 누구도 믿지 못할 거라는 걸 알기에 솔직히 고백한다.


일찍 농사를 시작한 친구의 조언대로 밭을 갈고,

그 위에 양똥과 일반흑을 뿌리고 잘 다독였다.


키운 농작물은 고추, 가지, 상추, 토마토, 오이, 시금치, 열무, 아욱, 깨였다.

나중에 부추를 동생네 뒷뜰에서 캐와서 조금 덧심었고, 파뿌리가 있는 파를 위 절반은 먹고 

여닐곱 뿌리를 심었다.


우선 열무가 열심히 자랐다. 그것을 다 뽑아서 열무김치를 담는 것으로 시작해, 쑥쑥 크는 시금치는 국과 무침으로 만들어졌다.

그러다보니 상추가 자라서 대여섯번은 뜯어먹은 것 같다. 두번째 뿌린 씨앗은 너무 촘촘히 심어서 아주 작은 이파리밖에 건지지 못했지만

어쨋든 무척이나 여리고 순한 이파리들이었다.


깻잎도 잎사귀가 크게 자라지는 못했으나, 크는 걸 기다렸다가 가끔씩 따다 먹었다.

고추는 너무 아삭해서 인기가 있었다.

밭에서 바로 딴 야채들은 최고의 강점이 연하다는 점이랄까.


나홀로 먹는 것보다는 나눠먹는 기쁨이 엄청났다.

"내.가.키.운."을 강조하며 으쓱이니 살맛이 났다.


토끼 들어가지 말라고 울타리를 해놨는데, 토끼가 밑으로 기어들어가 있는 것을 두번이나 발견했지만,

저도 나도 놀랬던지라, 자주 들어가지는 않는듯 농작물에는 큰 피해가 없었다.


타다남은 재를 뿌리면 좋다고 해서 나무태운 재를 담아와 조금 뿌리기도 했다.


텃밭의 야채들을 자랑하고 싶은 마음을 참느라 애를 많이 썼다. 

말하자면, 돈내고 해야한다는 "손주자랑" 같은 마음이 아닐까 싶다.

내가 크게 한건 없지만, 알아서 커주는 파란 이파리들이 얼마나 이쁜지.


몇번 끓여먹고, 먹번 나눠먹었는지 기억하지 않으려고 해도, 머리속에 자동저장되고 있으니, 이 자랑질을 하고나면 좀 비어질려나.


어제는 막내가 어마어마하게 큰 호박 두개와 비트 한봉지, 콩깍지 한봉지를 친구네 집에서 얻어왔다.

친구네 엄마의 친구가 키워서 준 것을 우리집에까지 보내온 것이다.


나는 상추 몇이파리 나눠먹으면서 생색내느라, 침이 말랐는데

얼굴도 알지못하는 이가 보내온 풍성한 농사물을 보니, 내 자랑질이 과함을 알겠다.


자랑은 사실, 약함을 감추기 위함이다.

내안에 도사리고 있는 걱정, 불안을 밀어내고, 그저 허허 웃을 수 있는 그런 일에 매달리는 것이다.


야채를 키우면서 사람키우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자주 들었다.

모든 농부들이 그런 말들을 하고있을 것이다.


좋은 씨앗을, 좋은 땅에 심어야 한다.

적당한 간격이 있어야 한다.

제때 물을 줘야 한다.

오이같은 것은 뻗어나갈 수 있게 받침대를 어려서부터 해주어야 한다.

큰 열매를 맺게 하기위해서는 양분을 빼앗기지 않게 가지치기 혹은 순따기를 해주어야 한다.


그리고 제때 수확해야 맛있는 것을 먹을 수 있다.


모든 환경이 제공되었더라도 자연재해가 오면 타죽거나 말라죽기도 한다.

서리가 온다고 해서 토마토에 봉지를 씌워놨는데, 나중에 보니, 완전히 죽어있었다.


아직 초초보이면서 이렇게 아는체를 해도 되는지 모르겠다.

농사를 한번 지면, 매년 조금씩 넓혀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조금은 알것 같다.
















'사진 멜로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얼음비  (0) 2016.03.25
  (0) 2016.01.20
절정의 여름  (0) 2015.07.23
비온후.. 체리2..  (0) 2014.07.04
여름의 시작 체리  (0) 2014.0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