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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나, 그리고 우리

동전



장사를 하게되면 수많은 동전을 만지게 된다.

새동전, 헌동전, 찌그러진 동전, 모양이 이상한 동전등 가지각색이다.
미국 동전은 심심치 않게 만난다.


미국 동전은 캐나다 동전보다 가치가 조금 높아서, 하루에 몇개씩 생기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모아왔는데, 몇년전 미국 경제가 휘청이면서 미국돈과 캐나다 돈의 가치가 거의 1:1까지 올라갔고, 캐나다화의 가치가 더 높기까지 했다. 그럴때쯤부터 미국 동전을 따로 모으는 일이 그다지 의미있는 일이 아니어서,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도 습관처럼 우리 가게서 일하는 사람들은 미국 동전을 따로 모아놓곤 했었다. 미국여행할때 써야지 하면서 모았던 것같다.


모은 동전을 던져놓는 통이 있었는데, 하나둘씩 모이는 동전이 한통을 채우고 또 한통을 채우고 할때까지도 그다지 관심을 받지 못했었다. 최근에 청소를 하기 시작하면서 동전통이 눈에 거슬리기 시작했다. 언젠가는 정리해야지, 그런 마음을 먹었고 그것을 실천에 옮겼다.


동전이 "돈"으로 보이기 시작했다고도 할수 있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인 것처럼, 동전은 동전홀더가 필요하고, 그것을 일일이 세어서 따로 담아놔야 돈역할을 하게 되고, 미국 동전은 그마나 어떻게 환전해야 할지 방법이 난감하기도 했다. 모였던 정성이 아까와 제값을 받고 환전할 수 있으면 아주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가게를 시작한지 18년째이고, 동전을 모으기만 했지, 한번도 정리하지 않았으니, 동전통들을 집으로 끌어놓고 며칠간 작업을 하려는데 그 숫자가 어마어마했다. 


그때쯤 동전의 가치에 대해 한두번 읽은 기사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캐나다와 미국의 옛 동전들은 니켈이 아니라, 은이 포함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런 동전들은 수집의 대상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알았었다. 동전을 정리하다보니, 의외로 여느 동전같지 않고, 약간 가벼우면서 은색이 나는 은동전들이 있었다. 그리고 나머지를 동전 홀더에 넣었는데, 미국 동전이 거의 1,000달러가 나왔다. 미국 동전을 정리하면서, 집안에 있는 캐나다 동전들도 함께 쏟아붓고, 정리했다. 모은다는 생각없이 던져넣었던 동전통에선 꽤 많은 숫자의 캐네디언 동전도 나왔다.


참으로 티끌모아 태산이라는 말이 그냥 있는 말이 아닌듯싶었다. 5센트짜리는 1롤에 40개씩 5롤을 말아야 겨우 10달러가 되고, 10센트짜리는 50개가 한롤이고, 2개 말면 10달러가 되며, 25센트짜리는 40개가 모여야 1롤, 10달러가 된다. 그러니 동전 1,000 달러가 되려면 모두 몇개의 동전이 있어야 하는지, 누구 계산할 사람이 있는지 모르겠다. 


동전을 정리하면서 "혹시 여기에 가치있는 동전이?" 하며 머릿속에 형광등이 확 켜졌다. 그러면서 조금씩 동전 정리에 흥미를 갖게 되었다. 그러면서 찾아본 인터넷 동전 관련 글에는 1센트짜리가 1백만 달러에 경매에서 낙착이 되었다는 기사도 나오고, 희귀한 동전을 찾으면, 몇십만불이 된다는 이야기부터 솔깃해지는 이야기들이 있었다. 일확천금을 꿈꾸는 사람처럼, 한동안 동전에 빠졌었다.


때가 묻은 동전을 닦아내는 작업도 해보고, 발견한 동전의 가치를 알기 위해 인터넷을 검색해본다. 사실 착각을 일으킬만한 것이 내가 소지하고 있는 연도에 발행된 어떤 동전의 가치가 인터넷에 보면, 2,000달러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또 자세히 들여다보면, 동전의 질과, 모양새 등등의 여러 요소들이 있다. 가령 1920년도 5센트짜리가 희귀동전이라 가격이 높다해도, 상태가 좋지않으면 통화가치 그대로인 경우가 많다는 말이다. 통화가치를 여기 용어로는 face value라고 한다. 동전에 찍힌 그 가치만큼 가지고 있다는 말이다.




동전을 쏟아놓고, 분류하고, 싸매고, 은화를 골라내고, 가치를 비교 연구하고 이런 일들을 내가 했다. 혹시나 보물이 있는데 버리는 실수를 하는 것 아닌가 하면서. 결론을 알려드리겠다.


캐나다와 미국 은화는 제 값의 거의 9배-10배를 받는다. 10배라야 25전 동전이면 2불 50전 되는 것이다. 어쨋든 옛 동전등을 사고 파는 딜러샵에 가서 face value 16달러 70센트쯤 되는 동전을 135달러로 바꿔왔다. 그냥 동전으로 쓰면 16달러가 될 것을 뻥튀기하듯 튀겨오긴 했으나, 못내 섭섭한 것도 있다. 


코인 딜러의 웹사이트에서 온라인으로 판매되는 동전의 가격중 한개에 수백달러에 홋가하는 동전들까지 다 넘겨주고 왔기 때문이다.  1936년 버팔로 5센트 미국 동전이 내게 있는데, 버팔로의 발이 네개가 아니라, 3개여야 가격이 높다고 딜러샵의 점원이 말해주었다. 내 동전을 돋보기를 통해 보더니, 발이 네개란다. 그들은 일반인들에게서 싸게 동전을 사서, 그중에 가치있는 것들을 수집가들에게 파는 사람들이다. 1943년 캐나다 5센트짜리 금빛나는 동전이 꽤 희귀해서 가져갔는데, 동전을 닦아내면 가치가 저하된다면서, 사지않았다. 



내가 모은 동전중 가장 오래된 동전은 1910년짜리 미국 1센트 페니와 1920년 캐나다 5센트짜리 니클이다. 그러나 코인 딜러에서는 자세히 보지도 않고, 은의 가치를 지니고 있는 은화만 사겠다고 했다. 사실 1센트짜리는 너무 더러워서 식초물에 담가서 청소를 했는데, 그렇게 하니, 색이 변한 것을 느낄 수 있어서, 가치가 없어졌겠구나 짐작은 했었다. 


동전을 조사하다 보니, 희소성, 조폐시에 어떤 사정이 있어서 잘못 발행된 것, 폐기하려고 다 수거하였으나 미처 수거하지 못한 동전, 오래된 것등 평범하지 않은 것들이 인기가 있었다. 밖에서 볼때는 몰랐으나, 동전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그곳 시장도 어마어마하게 크고, 동전 자체를 투자의 방편으로 삼는 이들도 많은 것을 알게 됐다.


기념주화들은 한해에 정해진 갯수만을 발행하는데, 그런 것이 세월이 지나면 가치가 올라가는 것 같다. 500달러짜리 동전도 있고, 은화, 금화 등도 매년 일정수가 인쇄된다. 동전은 그 나라가 자랑스러워 하는 문화와 역사적 사건, 동식물등이 부조되어 있어서 자세히 보면, 조각품의 아름다움으로도 접근할 수 있다.


동전을 살펴보면서 가장 크게 느낀 것이 있다면, 가장 가치없다고 느끼던 1센트짜리도 돋보기로 들여다보며, 연도를 확인했던 것처럼, 이세상에 가치없는 것은 없다는 깨달음이었다고 할까? 1센트보다 어마어마하게 큰 가치가 있는 것들을 언제나 우습게 생각했던 것들에 대한 미안함이었다.


어떤 사람은 그런 말을 했다. 동전 수집은 "일단은" 밑질 것 없는 취미이며 투자라고. 그런데 얼마동안 동전을 들여다본 입장에서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요행히 "가치있는 동전을 만나기는 하늘의 별따기"이며, 그런 동전을 만난다 해도, 그것을 제값을 받고 팔기는 또다른 문제라고. 그런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들이 그런 동전을 누군가에게 사들여서, 그것을 다시 되팔면서 수익을 올린다고 본다. 



내게 있는 1930년 캐나다 5센트짜리는 그들 웹사이트에 2,995달러에 포스팅되어 있었다. 그런데 잘 쳐다보지도 않고, 사지 않겠다고 한다. 내가 가진 코인중에 1943년 5전은 609달러, 1945년 5전은 150달러이며 1920년 아주 얇고 작은 5전짜리는 230달러로 나와있다. 위에서도 말한 바와 같이, 옛 은화 동전만 일괄적으로 사겠다고 해서 넘기고 왔고, 5센트짜리는 도로 가져왔다. 언젠가 제대로 팔수 있는 날이 올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러니, 동전 수집가들이 동전 하나를 허투로 볼 수 없게 되는 것일게다.


새로운 기념주화를 어떻게 사나 했더니, 캐네디언 로얄 민트라는 회사를 통해서 구입한다는 걸 알게 됐다. 10달러짜리 동전 하나에 100불이 넘게 거래되고 있는 캐네디언 로얄 민트도 있고, 금화 하나에는 2천 달러를 홋가해서 팔리고 있다. 그러니 만약 그런쪽으로 투자를 생각한다면, 밑질 수도 있는 투자가 될수도 있다. 기념주화를 만들고 판매하는 로얄 케네디언 민트 것을 사면, 그건 시중에서들 잘 사용하지 않고, 집안에 모셔두고 세월이 흐르길 기다리는 것 같다. 내가 가지고 있던 5달러짜리 2011년 1 oz 은화 하나가 있었는데, 이번에 그것도 넘겼다. 5달러짜리지만, 19불 받았다. 그것을 넘겨주고 오니, 은화가 갖고싶어서 사이트를 뒤져, 20달러짜리 5개를 주문했다. 200,000개가 발행되어서인지, 20달러 은화를 20달러에 팔고있었다. 발행수와 돈의 가치가 반비례하고, 디자인, 금인가, 은인가 하는 부분들이 돈의 가치를 결정하고 있었다. 소수 한정 발행하는 금화는 앞면의 돈 가치와 상관없이 1만2천 달러에 판매되는 것도 있었다.



내가 이렇게 돈을 좋아하는지는 요즘 처음 알게 됐다. 그런데 이제는 모든 동전통을 다 정리했기에 동전볼 기회가 없다. 가게에 들어오는 특이한 동전은 이제 더욱 소중히 다룰 것이며, 혹 용돈이 좀 있다면 돈으로 돈을 사놓아도 좋을 것 같다. 20달러짜리 동전은 시중에선 볼수 없다. 그것을 20달러에 사서, 돈이 필요할때 쓸수도 있으니, 그다지 나쁜 취미는 아닐지 모른다. 


동전을 많이 취급하는 사람들은 심심파적으로 옛동전들을 유심히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캐나다 25전, 10전 동전은 1968년 이전, 미국 동전은 64년 이전 것은 은화가 많이 포함되어 만들어졌다.  더불어 1800년대 것이나 1900년대 초의 것이면 어쩌면 값어치가 있을 수 있다. 그런 것들을 한쪽에 모아놓고, 심심할때 인터넷을 두드려 가치를 확인해 보시길. 그런데 너무 깊숙히 빠져들지 마시라. 헛물켜기 십상이니까...^^ 동전이 점차 사라져가는 시대에 살고있는 우리들이므로, 어쩌면 먼 훗날 큰 가치가 있는 것으로 둔갑할 수도 있다고 뻥을 좀 쳐볼까? 관심있는 사람들은 공부를 해야하는데, 이게 또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므로 그리 권장하고 싶지는 않다. 모든 일이 그렇듯이, 그런 일에 흥미를 느끼는 사람들은 따로 있을 것이다. 돋보기 필수, 불량품 동전을 우대할 것등이 내가 던져주고 싶은 팁이다. 초보자의 조언이니 흘려듣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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