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안착했다고 본다.
봄을 위협하는 눈, 서리가 몇번 지나갔으니,
이제는 안심해도 되지싶다.
봄이 오면 마음이 하늘을 날지 않을까 했는데,
마구 피워대는 민들레꽃과 더불어
할일을 하지못한 게으름의 증거 때문에
안절부절이다.
5년전쯤 제초제 사용금지가 법으로 정해지고,
제초제에 의지해 잔디를 가꾸던 사람들이 하나둘 손을 들기 시작했다.
민들레와 같이 사는 방법밖에는 없다는 말들이 들리기 시작했다.
그에 편승해,
그렇지않아도 관리가 힘들던 잔디밭의 잡초 제거를 포기해버리고 나니,
이제는 걷잡을 수 없는 잔디상태가 되었다.
민들레뿐 아니라, 각종 잡초가 함께 살자고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포기했을 때 마음으로 그 잡초를 견뎌야 하는데,
올 봄 정원의 모양새는 거의 고통이다.
꽃밭까지 파고들어온 잡초들,
손은 더디고, 아이디어는 안떠오르고
민들레와 함께 사는 삶이 그리 즐거운 삶이 아니라는 것도 깨달아진다.
자신의 자리가 아닌곳에 서있는 민망한 모습의 민들레들.
하나씩이라도 뽑아내는 것으로 작전을 변경해야할듯싶다.
부화뇌동, 그것도 쉬운쪽으로의 동조는 그만한 댓가를 나중에 치르게 되는 것같다.
독한 성분의 제초제 사용은 금해졌지만, 친환경적인 제초제는 여전히 판매하고 있었다.
더 알아보지 않고, 제초제는 물론 손으로 파내기까지 완전스톱했던 그 용감무쌍함이
시간이 흘러 이렇게 상스러운 봄을 우리에게 선사했다.
그래도 이봄에 기러기 가족들이 찾아왔다.
어린 가족들 데리고 날아다닐때까지 한군데 있더니,
기러기 삶의 스타일도 달라졌는지
며칠은 보였다가, 며칠은 눈에 띄지 않는다.
그 어린것들을 데리고 이리저리 마실을 다니는듯 싶다.
기러기 부모처럼,
한군데 정착해 살지않는 방법도 있는 것처럼
나는 어떤 스타일의 삶을 만들어가야 하나,
이해의 숙제이다.
생각은 많이 하는데
답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