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파 나들이 Acuavida Spa
흰색 상하의를 입은 미소가 멋진 남자와 언니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파라솔이 있는 바깥 로비에서. 구릿빛 얼굴의 그는 앨범을 펼쳐 보여주며, 말하자면 호객행위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가 보여주는 앨범에는 스파에 대한 사진과 소개들이 들어있다. 큐바를 가기전, 어느 한인 블로거가 추천한 그 스판가 하며 핸드폰을 열어서 이름을 확인하니, 바로 그 스파였다. 언니들이 감당할 수 있는 가장 힘이 들지않는 옵션이라서 생각해놓았던 터이기도 했다. 내가 스파를 아는척을 하자, 그 남자는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고, 신이 났다. 호텔내에도 스파가 있었지만, 그곳에 가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그러나 그가 가져온 사진첩은 초점이 맞지않는 80년대쯤 찍었을 사진들이어서 손님을 끌기엔 힘이 부쳐보인다. 스파의 생명인 "청결"과 "고급"에서 한참 먼 사진첩이었다. 인터넷에서 추천받지 않았다면, 우리도 가지 않았을 것이다.
그 다음날, 오후 시간으로 약속했다. 시간이 되어서 로비에서 기다리는데 약속한 시간이 되었는데도 데리러오는 사람이 없다. 우리 호텔에서는 우리뿐인지, 서성이는 사람도 없다. 언니들은 바람맞았다며, 어쩐지 남의 호텔에 와서 호객하는 자체가 영 미덥지 못했다면서 궁시렁댔다. 큐바에서의 첫 외출로 약간 들떠있던 우리들의 기분이 가라앉고 있는 중이었다. 나는 조금 기다려보았으면 하는 생각이었는데, 오더라도 거부해야 한다는둥 분위기가 "나가리"쪽이다. 바로 그때 한 여자가 다가왔다. 스파에서 나온 사람이다. 약속시간에서 30분이 지나있었다. 불평하는 언니들을 독려하여 그 스파로 갔다. 스파는 30여분 차를 달려가니 만날 수 있었다.
건물만 있는 단순한 스파가 아니었다. 아름다운 해변을 배경으로 마음과 몸을 쉴수 있는, 넉넉하고 자유로운 곳이었다. 우리는 심사숙고하여 "클레오파트라 서비스"를 골랐다. 전신 맛사지와 자쿠지가 들어있었다.
아마도 나는 전신 맛사지를 처음 받아본 것 같다. 2명씩 한방에 들어가서 맛사지를 받았다. 남자, 여자 맛사지사가 한팀이 되어 들어왔는데, 나는 남자 맛사지사에게 걸렸다. 맛사지를 많이 받아본 둘째언니에 따르면, 큐바의 맛사지는 매우 점잖고 부드러운 편이라 하였다. 전신맛사지라 하니, 좀 이상하게 들리기도 한다. 목부터 등쪽, 그리고 손과 발을 골고루 맛사지해주었다. 다른 나라에 와서, 어떤 시간들을 갖게될까 조금은 굳어진 마음을 맛사지사는 골고루 펴주는 느낌이었다. 한군데 빈곳이 없이 골고루.
맛사지가 끝나고 나서 밖에 나오니 해변이 장관이다. 그옆에 따뜻한 물이 나오는 작은 핫탑이 있고 곁에는 긴 물침대가 들어있는 수영장이 있다. 그옆에는 음료수를 만드는 바가 있어서 무엇을 마실 것인지 물어본다. 둘째언니가 좋아했던 것은 우유빛 물에 흰거품이 올라오는 자쿠지였다. 물맛사지와 거품이 이는 곳에 갔다온 언니는, 갑자기 내게 이런 좋은 곳을 사람들이 몰라서 못오니, 네가 소개를 해주면 좋을 것 같다며 사진을 더 찍으라고 주문한다. 사진찍기도 오랫동안 방치해왔던 터라, 나는 아직도 흥이 나지 않은채로, 몇장을 더 찍었지만, 실내사진은 잘나오지 않았다. 어쨋든 우리들의 첫 외출은 아주 성공적으로 마쳐졌고, 큐바날씨처럼 풀어진 마음으로 호텔로 돌아왔다.
http://cubacayococo.com/acuavida-spa-thalasso-cayo-coco-cuba/
이 사진은 웹사이트에서 가져왔다.
필라 비치(Playa Pilar)
필라비치는 큐바에서 가장 아름다운 비치로 알려졌단다. 각 리조트마다 해변이 있지만, 나를 뺀 우리 자매들은 비치에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숙소에서 바로 비치가 보이는 구조가 아니라서, 조금 걸어가야 물이 보였다. 리조트에 왔지만, 물을 보지 않으면 갈증이 나는 것은 나에게 국한된 일이었다. 나는 언니들이 쉴때 비치를 혼자 달려가보았다. 내게는 짧은 거리가 언니들에게는 멀고먼 길이다. 리조트에 붙어있는 비치에도 해먹이 있고, 오두막 쉘터가 있고, 긴 비치의자가 있어서 굳이 수영을 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그런 곳이다. 관심받지 않는 리조트 비치 대신 버스를 타고 1시간 정도 가야 하는 필라비치를 가기로 했다. 헤밍웨이의 감성을 살려준 비치라는 그럴 듯한 소개를 바탕으로 언니들을 해변으로 이끌었다. 필라비치는 정말 모래의 알갱이가 거의 가루 수준이었다. 밀가루 가루라고 해야하나. 모래먼지 하나 날리지 않는 흰 해변에는 야외 침대가 있어서 언니들이 쉬기에 맞춤이었다. 10쿡에 빌려야 했고, 3개의 드링크가 포함되었던가 하였다. 리조트를 벗어났으니, 사용료는 내야 한다. 해풍이 불어오는 곳에 "비치를 싫어하는 큰언니"를 한바탕 낮잠을 재우고, 호기심 천국 둘째언니와 함께 해변을 거늘었다. 언니는 나보다도 더 멀리 걷는다. 다리가 아픈 오웬사운드 언니도 어느샌가 해변을 걷고있다. 나중에 물어보니, 아스팔트 같은 길과는 비교할 수 없이 걷기에 좋았다 했다. 고운 모래밭은 단 한점의 빈틈은 없지만, 공기를 간직한 그런 이상적인 길인가 보았다.
* 설탕, 씨가, 럼 .... 큐바를 대표하는 것들
사탕수수로 만든 설탕은 큐바의 대표산업이었다. 설탕에는 큐바의 역사가 녹아있다. 그중에서도 미국을 증오하게 된데에는 미국의 경제봉쇄로 인한 설탕산업의 고전이었다. 남미에 하나 있는 공산국가인 큐바와 미국은 오랜 앙숙이었다. 아주 작은 나라가 끈질기게 자신의 나라를 방어한다. 설탕의 주요수출국이 미국이었기 때문에 생산을 줄일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많은 설탕공장들이 박물관으로 탈바꿈, 관광객을 맞고있다. 이번에 설탕박물관을 가서 방아를 돌리는 체험을 했다. 방아를 돌리는 노예들을 채찍으로 때리면, 더 빨리 돌아가면서 대나무만한 사탕수수를 갈아 물을 만들어낸다. 나는 노예를 때리는 농장주의 역할을 했는데, 젊은 백인 노예들이 방아를 밀면, 내가 채찍으로 때려야 하는데, 방아를 미는 노예보다 내가 늦어서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었다. 큐바는 스페인, 미국에 점령당했던 역사가 있고, 노예로 끌려왔던 흑인들이 모여 현재의 큐바가 되었다. 흑인, 남미인, 백인들이 섞여있다고 할까? 세월이 지나서 그런지, 까무잡잡하고 늘씬하면서 눈빛이 선량하고 총명한 그런 얼굴들이다. Cayo Coco로 일하러 오는 사람들이 사는 Moron이란 마을에 갔었다. 말타고 시내도 돌고, 작은 공원에서 쇼핑도 한다. 강에 가서 배를 태워주었다. 망망대해처럼 넓은 강에서 키를 잡고 있는 아저씨는 나를 돌아보더니 운전을 해보라한다. 설마 나보고 하는 말인가 했는데, 자신이 도와주겠다면서 키를 건네준다. 마치 차처럼 왼쪽으로 꺽으면 왼쪽으로 회전하고 오른쪽으로 꺽으면 오른쪽으로 회전하고, 차선같은 보조선이 없는곳에서 다른 배와 부딪칠까 걱정하면서 스릴을 느낀다. 나외에도 몇몇은 배 운전을 했다. 아주 빠른 속도로 우리를 안내하던 배는 어느 한군데 나무로 우거져 길이 보이지 않는 것 같은 작은 물가로 들어섰다. 배는 피부속도 시속 200Km에서 시속 10km로 저속으로 떨어져, 고요한 풍경안으로 승객들을 인도하였다. 그날의 하이라이트가 될것이라더니, 바로 그랬다.
큐반 시가는 유명하지만,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주변에 없는고로 큰 관심이 없었고, 럼은 각종 칵테일을 만드는데 쓰이므로 한병쯤 있으면 했다. 동네방문옵션에서 럼과 시가를 선물로 받았다. 아직도 럼은 부엌 캐비넷에 있는데, 럼을 넣고 과일주를 넣어 칵테일을 만들어 하루 즐겨야 할텐데. 이게 몇년간 소비되지 않을 공산이 크다. 얻은 시가는 어느 구석으로 갔는지 모르겠네.
* 모래섬에 가다
옵션중에서 배를 타고, 먼바다에 나가서 점심도 먹고, 스노쿨링도 하고 돌아오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우리 자매도 용감하게 이 프로그램을 신청했다. 스노쿨링을 하지는 못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하는 것을 바라보면 될테니, 한번 해보자 하였다. 랍스터 런치가 제공된다 하니, 구미가 당기기도 하였다. 출발은 조심스러웠다. 요트라고 해야 할까? 우리배에 15명 정도 태우는 것 같았다. 총 6대 정도의 배가 동시에 떠났다. 조종석이 있는 곳에는 앉을 수 있는 곳이 있고, 조종석앞에도 앉아도 되었다. 그쪽이 바다가 확트여 보이고, 보다 용감하게 즐길 사람들이 앉게 되어있는 것 같았다. 나와 둘째언니는 앞에 앉았다.
한참 가다가 약간은 퉁퉁한 조종사가 와서 특별히 나와 둘째언니에게 말한다. 이곳에 있으면, 물이 많이 튈 것이라고. 뒤쪽으로 오는 것이 좋겠다고. 다른 젊은이들에게는 따로 말하지는 않는 것 같았다. 마음은 청춘인 둘째언니와 나는 타월을 하나 더 갖다놓고, 그대로 앉아있기로 한다. 그런데 그 조종사의 말을 들어야 했다. 바람과 물이 세차게 얼굴을 때리고, 숨도 못쉬게 휘몰아친다. 앞을 보는 것은 고사하고, 숨도 쉴수 없다. 나는 사진가방을 끌어안고, 언니는 타월로 얼굴을 가리고 그 물바람을 다 맞고 있다. 그때서 뒤쪽으로 걸어들어갈수도 없다. 숨을 못쉬는 생쥐꼴이 되어, 속도가 주춤해졌을때 기어서 뒤로 들어갔다. 조종사는 씽끗 웃는다. 그 배에는 조종사와 또한명의 선원이 있으면서 사람들을 도와주었다. 스노쿨링하는 하는 한 지점에 이르러 사람들은 배에서 내려 바다로 갔다. 배안에는 우리처럼 몇몇 남는 사람도 있었다. 나는 조심스레, 나는 수영을 잘못하는데, 혹시나 바다에 내려가볼 수 있냐? 했더니 내몸에 끼는 튜브를 주어서 그것을 끼고 바다에 들어갔었다. 스노쿨링 안경도 주었지만, 그것을 이용하는 것이 번잡하여 사용하지 않았다. 좀 우스운 꼴이긴 하지만, 튜브에는 긴 줄이 있어, 유사시에 나를 끌수 있게 매어져있었다. 물속을 들여다보고 싶었지만, 그건 잘안되었고, 캐리비안 바다에 몸을 담갔다는 정도로, 만족해야 했다. 남미를 가기를 원한다면, 스노쿨링 정도 할수 있는 수영실력과 한가지 음악에 맞춰 춤출수 있는 리듬감 정도 장착하고 떠나야 할것같다. 내가 가져왔던 물속촬영이 가능한 일회용 카메라는 써볼 기회가 없었다. 꿈이 컸다.
스노쿨링 후에 배위에서 식사를 했다. 식당이 있을 것 같지않은 망망대해에 어디에서 먹겠는가 궁금했었는데, 배안에 있는 식당에서 준비해온 음식들을 익혀서 한접시씩 담아다주었다. 아주 소박한 음식이었지만, 통통한 랍스터 한마리가 포함된, 맛있는 큐바음식이었다.
그리고 배는 한 선착장에 도착했다. 완전한 모래섬이다. 흰 모래밖에 아무런 것도 없다. 밝은 햇빛과 옥색 청색이 섞인 바다와 흰모래섬, 그곳에 우리들을 내려준다. 어떤 인공적인 구조물이 없는 그 순순한 모래섬에서 한참을 머물다 왔다. 서산 출신 언니들은 조개나 홍합등 그런 것들이 해변에 있기를 바라며 조금씩 파보았지만, 아무런 것도 없었다.
아, 그배에서 나는 친구를 하나 사귀었다. 은퇴한 공무원(?) 부부였다. 그중 아줌마와 한참을 수다를 떨었다. 수다의 주제가 한국과 한국드라마였으니, 어눌한 영어실력으로도 엔간히 의사소통이 가능했다. 한국도 방문한 적 있는 로즈 아줌마는, 대만 중국등의 드라마도 있지만, 한국드라마의 수준이 최고라며, 두손을 치켜세운다. 드라마 보는 시간은 방에 "방해금지" 사인을 붙여놓고 드라마 삼매경에 빠진다 하였다. 출입금지당한 그 남편은?...^^
로즈는 그후에도 호텔에서 몇번 더 마주쳐서, 나중에는 서로 이메일을 교환했다. 이메일 교환은 그러나 징크스다. 나는 3년전에 큐바에서 만나 메일하기로한 사람에게 주소만 받아놓고 아직도 편지를 보내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 한국말로 쓰라면, 몇번쯤 하였을텐데.. ㅉㅉ
로즈의 말처럼 어느날 한국에서 만나게 될수도 있다. 자신은 한국을 다시 방문하기 위해 돈을 모으고 있다며, 한국에서 만나자 하였다. 멕시코에서 건너왔다는 작은 체구의 로즈 아줌마가 다시 생각나는 날이다.
프레멘코 메모리스 비치 리조트(Fremenco Memoris Beach Resort)
리조트에서 일하는 사람들뿐 아니라, 큐바 사람들은 짓굿은 면이 있다. 어찌 보면 한국에서 요즘 유행하는 아재 개그 스타일의 짓굿음이라할까?
식당에서 그릴을 담당한 요리사에게 "나, 새우 3개, 생선 2개 줄수 있어요?"하면, 정색하면서 "1개밖에 안되요"한다. 그러면 처음 리조트를 방문한 사람이거나, 순진한 나같은 사람은 바로 얼굴이 발개져서 "아 그럼 하나만..."하면 막 웃으면서 5개의 새우를 구워주는 그런 식이다. 그 농담을 이해하지 못하면, 조금 당황스러울 때가 있다. 시간만 나면, 음악에 맞춰서 춤을 추는 사람이 태반이다. 눈코뜰새없이 바쁜 일을 하면서도 한바퀴씩 스텝을 밟아주는 건 기본이다.
리조트에서는 매일 공연이 있었는데, 본공연전에는 언제나 음악을 틀어놓고 맞추기 게임을 했다. 함께 즐기는 무대를 만든다고 할까? 아이들은 매일밤 무대 사회자와 재밌게 놀곤 했다. 금요일밤엔가 있었던 "마이클 잭슨 추모공연"은 정말 볼만했다. 절도와 카리스마가 있는 그 춤은, 큐바의 역사를 바탕으로 재구성되어 이야기가 있는 무대였다. 어떤 곳에서도 그런 공연은 볼수 없을 것이라고, 우리들은 함성을 질렀다. 공연관람 경험이 일천하다는 건 묻어두기로 하자. 돈을 내고 봤다고 해도 아깝지 않았을 것 같다.
여행후 동네 아줌마와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내가 큐바 다녀온 걸 알고는 어느곳에 갔었느냐고 물었다. 내가 이번에 다녀온 리조트를 이야기했더니, 자신도 그곳에 다녀왔단다. 우리는 서로 목청을 높여 리조트의 장점을 이야기했는데, 그녀는 사실은 그 리조트를 가려고 해서 가게 된 것이 아니라, 그 옆 마을 리조트에 갔었는데 그곳에 태풍이 지나간다고 해서, 그곳으로 피난갔던 것이라 하였다. 그래서 그때 방문에서는 2군데의 리조트에서 머물렀다면서 자신은 지난 20년간 큐바를 방문하고 있다고 하였다. 자신이 가는 곳은 리조트가 한개밖에 없는 아주 작은 마을로, 그곳에 있는 직원들과는 거의 가족같은 느낌을 가진다고 하였다. 카요코코보다 더 작은 마을이라니, 관심이 생겼다.
큐바에 오래동안 방문하게 되면, 현지인의 집에서 묵는 사람들도 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큐바는 공산권이라 그런지, 오히려 안전하고 덜 상업적이다. 우리네 오래전 인심이 아직 살아있는 곳, 그런 청정한 곳이 큐바이다.
리조트에 있는 특별히 친절한 큐반(큐바 사람들)들은 만나면 가슴에 손을 얹고 "올라"라고 인사한다. 극장에서 엠씨를 보던 청년인가 그런 말을 했다. "올라"의 의미는 "내 마음을 당신에게로"라는 뜻을 갖고 있다고. 그들은 가슴에 손을 얹고 "올라" 인사한다. 그의 마음이 내게로 들어오는 것 같다. 서로 마음껏 마음을 나누는 곳, 나를 도와주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는 곳을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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