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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떠나요

모두가 주연, 모두가 조연.. 메릴랜드 여행


잘된 드라마의 필수조건은 바로 제목에서 말한 그런 요소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드라마에는 그래도 주목받는 주연이 있다. 모두가 주연 혹은 조연인 드라마는 그리 쉽게 접할수 없기도 하다. 시트콤 같은 드라마에서 가끔씩 보기도 하지만 역시나 엑스트라는 존재한다.


이번 우리 여행은 상당히 이런 잘된 드라마의 룰이 지켜졌다고 볼수 있겠다.


엄마를 중심으로 모이긴 했지만, 엄마만이 주인공은 아니었다. 한국에서 방문온 언니 덕분에 여행을 계획했지만, 역시나 언니만을 위한 여행은 아니었다.

캐나다살이를 접고 미국 Maryland 이주한 동생네 집을 방문했으므로 동생네 부부가 여행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으나 또한 그들 부부가 주인공은 아니었다.


주인공이 없으나 모두가 주인공인 이번 여행을 들여다보자.


한국에서 언니가 엄마를 보러온다는 소식이 들린 지난 9월말경이었다. 그동안도 카카오톡으로 자매들끼리 심각한 이야기도 하고, 사는 이야기들을 풀어내고 있었는데, 엄마보러 캐나다를 방문한다는 소식에 모두 들뜨기 시작했다. 사업을 단도리하고 와야해서 12 중순경 계획했다는데, 자매들이 함께 자동차 여행이라도 하려면, 눈이 오기전이 좋을 같다고 하니, 일정을 끌어당겨 11 중순으로 날짜를 옮겼다는 연락이 왔다.


이제부턴 본명을 이야기하긴 그러니 닉네임으로 불러볼까 싶다.

지난 7월말 미국 메릴랜드로 떠난 바니는 보금자리를 꾸며놓고, 엄마와 함께 가족 모두 놀러오라고 손짓을 하곤 했다. 우리들의 고향 서산과 많이 닮은 바닷가 마을이라 해산물이 풍부하고 게철에는 수북이 쌓아놓고 게찜을 먹기도 한다면서 말이다.


캐나다 온타리오 살이를 좋아하시는 엄마의 아쉬움중에 하나는, 내륙지방이라 신선한 해산물을 맛볼 없다는 점이었다. 어릴적 먹었던 바지락 칼국수의 맛을 찾아 냉동 조개등 여러가지로 끓여보시지만, 모두 그맛이 아니라고 손사래를 젓곤 하셨다. 장거리 여행은 꿈도 못꿀만큼 연약해지시긴 했어도, 바니가엄마 한번 놀러와하는 소리에는 귀가 솔깃해 하셨다. 그랬는데 한국서 딸이 오고, 김에 미국 시카고에 있는 딸들도 그집에 모이게 된다 하니, 엄마는 용기를 내기 시작하셨다.





그리하여 캐나다에서 7, 미국에서 2 이렇게 여행자가 정해졌다. 캐나다에서 떠나는 사람들은 자매5, 엄마, 사위 였고, 밴을 빌리기로 하였다. 남편은 최근에 6인승 트럭을 사고 가족들을 싣고 여행갈 생각에 부풀었었는데, 모두 7명이라 울며 겨자먹기로 미니밴을 빌리기로 하였다. 그런데 사실 트럭 맨앞 가운데 좌석에 한번 앉아보니, 그걸 타고 10시간 넘는 장거리 여행은 쉽지는 않겠더라. 운전사를 자처한 남편이 고마왔다. 목소리가 높아지면 견디기 어려운 우리 자매들속에서 참아낼지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스스로 즐기는 법을 터득한 남편덕에 우리는 운전 걱정없이 다녀왔다.


미국 시카고에 있는 , 제인은 비행기를 타고 메릴랜드에 가기로 했다. 운전으로 한다면 온타리오에서 가는 것보다 걸리는 거리라 둘은 비행기를 이용하기로 했는데, 캐나다 가족들보다 하루 일찍 도착하는 비행기표를 예약했다. 처음 56 일정에서 케이의 비지니스 때문에 하루 짧아진 일정이 되어서 미국 가족끼리 하루의 시간을 벌게 셈이다.





짐으로 꽉찬 차를 끌고, GPS 상으로는 9시간 30 걸린다는 길을 자주 서고 하면서 12시간 걸려서 갔다. 한번 내리려면 7명이 모두 내리는데 한참 시간이 걸린다. 왕노인 엄마와 다리가 불편한 언니, 작은 노인 큰언니까지 뒷좌석에서 내리려면 짐들을 밀쳐내고 중간 의자를 끌어당겨야지, 이게 보통 일이 아니다. 내려서 화장실을 모두 보고 오려면 30 이상은 걸린다. 국경에서는 한국인 때문에 모두 내려, 한참을 기다려야 하기도 했. 지피에스를 켜고 갔다가, 아무래도 엉뚱한 길로 가는 듯싶어서 로밍해온 스마트폰 구글 맵으로 켜고 갔다. 초반에 30 이상 헤맨 것같기도 하다.


나중에 엄마가 아무 말씀이 없으셔서 주무시면서 가나 했는데, 도착해서는멀미 힘드셨다면서 얼굴이 하애지셨었다. 어쨋든 메릴랜드땅에서 자매 8명과 사위 2 그리고 엄마 11명의 상봉이 이뤄졌다.


처음에 조를 나누는 것을 제안한 사람은 한국서 알리사, 그녀의 제안이 우스꽝스럽게 느껴졌다. 총괄리더, 매니저, 조장과 조원으로 나눴는데, 오랜만에 감투를 쓴다고 모두들 박수치며 좋아한다. 처음 3조에서 조장 한명이 기권하여 2조로 재편성됐다. 조는 2대로 움직일때 차를 짜임새있게 탈수 있기도 하고, 엄청 유용했다.


또한 매니저를 맡은 알리사는 모든 일정을 마치고 저녁까지 먹고난 다음이면 어김없이 조원들을 모아놓고, 스피치 타임을 가졌다. 11명이 한꺼번에 말하면 아무런 말도 건질 없어서 이런 형식을 빌린다고 했다. 시간을 정해놓고 시간안에 조리있게 말을 하라는 주문이었다. 모두 배꼽빠지는 이야기가 있기도 했고, 그동안 어려웠던 가정사를 털어놓으며 경청하는 시간도 만들었다. 


조별로 운영된 것만은 아니었다. 마침 미국 추수감사절 할인기간이기도 하고, 여자 8명이 모였으니 쇼핑을 안할 없었으나 쇼핑 욕망의 농도가 다르고, 메릴랜드까지 왔으니 그래도 바닷물은 보고 가야 한다는 관광팀도 있는데다, 바니와 조나단은 교회일로 출타를 해야했고, 해산물 가게도 가고싶고.. 모든 것이 부딪쳐 일정을 정해야 하는데, 도깨비시장이 되었다. 총괄리더도 소용없고, 매니저도 소용없고, 조장도 소용없고. 마지막날 싸움이 난것처럼 언성이 높아지기도 했다.





민디와 바니는 이름뿐인 총괄리더였는데, 그럴때 쌈빡하게 모두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쪽으로 해결했으면 좋으련만, 자매들의 민낯이 사위가 있는데서 드러났다.


메릴랜드에서 했던 가장 행사중 하나는 “Miracle of Christmas” 뮤지컬을 모두 함께 것이었다. 성경이 걸어나오는 것같다는 촌평을 듣는 성경이야기를 전문적으로 공연하는 펜실베니아 Sight and Sound 극장에 것이다. 엄청난 무대였다. 전국에서 공연을 보러오고, 심지어 캐나다에서까지 보러오는 유명한 곳이라 하였다. 한사람당 미화 79달러를 내고 봤으니, 오랜만에 문화 갈증을 녹여주는 가족행사였다. 엄마는 언어는 이해못하지만, 참여하기 힘들었던 막내딸이 함께 왔고, 그애가 너무 좋아해서 감사했다며 공연의 감동이 남달랐다고 했다. 좌석이 매진이 임박하여 뿔뿔이 앉았는데, 엄마의 좌석은 무대앞이라 감동적이었단다. 나와 남편은 맨뒤에서 영화를 보듯이 봤다. 우리는 옆좌석에 앉은 사람과 말을 섞고, 그가 그릴드 아몬드도 얻어먹어 뮤지칼도 좋았지만, 이웃에게도 감동을 받았다. 


하나는 동생 남편 조나단이 사역하는 빌립보교회 예배를 참석한 일이었다. 영어권 목회자로 지난 1월부터 사역하기 시작한 조나단은 선교사로 오랜 동안 일했고, 선교사를 위한 센터에 대한 꿈이 있는데, 목회의 현장에 투입되어 나름대로 고군분투하는 보였다. 우리가 방문했던 교회에서 우리들은 따뜻한 대접을 받으며 조나단 목사에게 많은 기대를 걸고있는 성도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하루 예배를 참석하고 대화를 나눴다는 나의 이야기가 어폐가 있는 보이지만, 예배가 끝나고 우리 가족과 새신도 몇명, 그들을 반갑게 품는 담당 성도들간의 대화에서 우리는 그들의 사랑과 소망을 읽을 있었다. “구경스런” 8자매와 엄마의 여행에 팔을 벌려 환영해준 것은 그들이 바니와 조나단을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었을까.


쇼핑의 봇물이 터졌었다.

쇼핑의 달인의 도움으로 나도 많은 물건을 샀다. 말하자면 미화로 보니, 모든 물건값이 엄청 싸보인다. 인도어 아울렛 몰에서 어린(?) 자매들은 몰려다니고, 엄마, 다리 불편한 언니, 걷기에 힘겨운 언니, 운전사 남편은 시간 기다리기도 했다. 염치없지만 모두 절제가 되지 않았다. 어떤 이름 있는 패딩은 40달러 짜리도 있어서 알리사는 한국에 있는 며느리 딸을 준다며 두장을 사기도 했다.


피부샵을 경영하는 알리사는 자매들을 뉘여놓고 얼굴을 주무르면서, 피부변신을 시켜줬고, 교회가는 날은 케이가 모두의 헤어를 단장해주었다. 전기 고데기로 볼륨을 주니, 나아보인다. 시카고 미는 자매들을 차례로 앉혀놓고 페디큐어를 해주기도 했다. 이번엔 나도 꽃모양 발톱을 만들었다. 엄마는 딸이 해준 발톱을 보면서 다음에 만날 날을 기다리곤 하셨다.


해산물 가게에 갔었다. 게철이 아니라고 하여 게는 사지 않았고, 홍합과 백합을 사가지고 왔다. 홍합국을 끓여 해산물의 갈증을 달랬는데, 다음날 조나단의 친구 선교사가 보냈다며 스치로폼으로 만든 흰상자를 보여준다. 바니는 상자를 열기전 해야할 일이 있다며 신문지를 식탁에 몇겹씩 깐다. 그런 다음에 상자에 있는 것을 위에 쏟았는데, 그것이 말로만 듣던 메릴랜드 특산품 블루 크랩, 꽃게였다. 약간의 소스를 넣고 쪄온 것으로 100 마리는 될듯한 양이었다. 나무 망치를 하나씩 주고, 그걸 두드려 까먹으란다. 우리 모두는 게걸스럽게 게를 먹기 시작한다. 게밑으로 푸른색이 있어서 블루크랩이라 불린다 했다. 원래 여름철이 제철이라 대접할 생각을 못했다는 바니는 친구 선교사가 아니었으면 그냥 보낼뻔 했다고 눈을 둥그렇게 떴다.


나와 남편은 지하실을 독차지하고 지냈다. 위층보다 써늘하지만 화장실도 있고 테이블도 있고 아주 훌륭한 곳이었다. 전기 히터까지 한대 줘서 편안히 쉴수 있었다. 침대가 없어 에어 메트리스에서 잤지만, 매일 저녁 바람만 넣어주면 하룻밤 편히 잘수 있었다.


거실 소파에서 두명, 바닥에서 자는 2명은 품질이 좋다는 납작한 에어 메트리스에서 잤고, 2 게스트룸에서 제인과 마마가, 바닥에서 케이가 잤다. 케이는 캐나다에서부터 삼단으로 접히는 메트리스를 갖고 왔다. 덕분에 차속은 꽉찼지만, 잠자는 데는 문제가 없었겠다.


토론토로 돌아올 때는 엄마에게 멀미를 막아주는귀미테 붙여줬다. 엄마는 세상모르고 잠을 주무셨고, 다음날 약간 혼돈을 하셨었다. 모두 제갈길로 자식들이 함께 있는듯 착각하셨다는 가족들이 전화로 알게 됐고, 귀미테의 부작용이란 알아챘다. 귀미테의 부작용으로 혼돈, 기억상실 등이 있다 하더니 그런 일이 발생했다.


귀미테 여행 반드시 떼내야 하며, 떼낸 손은 씻어내야 한다는 나중에 알게 됐다. 엄마는치매 걸리면 이렇겠구나, 그렇게 생각하셨다면서 가슴을 쓸어내리셨다. 텔레비전에 자식들이 나오는 환상까지 보셨다니, 이런 약이 시판되어도 되는지 모르겠다. 엄마는 그래도멀미보다는 낫다고, 다음에도 사용할 생각을 하시는 같다.


알리사의 방문으로 시작된 여행은 가족에게시원한 단비 되었다. 참여하지 못한 가족도 있지만 최근들어서 가장 많은 숫자의 딸들이 만났고, 기둥처럼 솟은 메릴랜드 여행을 빼고도, 캐나다에서 머물면서 알리사는 조앤네, 민디네, 케이네, 2대가 모여사는 사촌네 그리고 조카집까지 두루두루 돌아 오랜만에 끈끈한 사랑쌓기를 했다. 시간사용에 약간의 여유가 있는 나는 알리사 언니가 올때 공항 마중을 나갔고, 공항 배웅까지, 마중때는 공항을 뱅뱅돌며 주차장 찾아 헤맸는데, 이제 공항의 생리에 대해 조금은 알게 됐다. 


초반에 모두가 주연이고 조연인 여행이라고 말했었다. 내가 꿈꾸는 여행의 모습이기도 하다. 맡은 소임은 다르지만, 누구 하나 처지지 않고, 함께 즐기는 그런 여행이 되었다고 생각된다. 어떤 사람은 즐거워만 해줘도 모임이 빛이 난다. 육신이 약하고, 아픈 곳이 많은 엄마, 큰언니가 그렇다. 즐겨주기만 하면 된다. 기달려주었던 사람도 있었다. 불평하지 않고. 모두가 조금씩 양보하면서, 엄마와의 여행에 즐거움을 심어 꽃을 피웠다. 


오랜만에 미국여행을 했다. 11월말의 메릴랜드는 온화했다. 캐나다팀은 오며가며 수많은 시간 이야기에 몰두할 있었다. 다시 가고싶은 , 메릴랜드가 되었다. 엄마하고 다시 갈수 있게 되려나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