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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떠나요

떨린다.. 모국방문(1)

한국에 가는 날이다. 거울 앞에서 머리손질을 한다. 어중간한 머리 길이, 좌우가 다른 모양, 뻣뻣한 머리가 신경 쓰인다. 한국 가면 파마 먼저 해야지. 그런데 그럴 시간이 있을까? 속으로 머리를 흔든다. 고데기를 꺼내 든다. 아이론을 산 지도 몇 달 되었다. 사용방법을 유튜브를 보면서 익힌다. 아이론에도 최소 3종류는 있고, 그 굵기를 고려한다면, 수많은 종류가 있다는 걸 알게 된다. 가장 간편하고 사용하기 쉬운 것은 납작한 고데기인 것 같은데, 나는 둥근 고데기다. 어차피 잘 되지 않는다. 그러다가 화들짝 놀란다. 왼손 엄지손가락을 데었다. 한국 가기 전 첫 번째 상처다.


어색한 대로 고데기로 머리를 조금 매만지고 나서, 자켓을 입는다. 지퍼를 한 번에 올리다가 목 중간 부분을 꼬집혔다. 피가 난다. 두 번째 상처다.


한국 방문을 앞두고 마음이 떨리기 시작했다.  1989년에 이민 와서 2004년 여름에 아이들 셋을 데리고 갔었다.  벌써 16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이번 방문은 가기 전에는 평상심이었는데, 대학 동기들과의 만남이 계획되고부터, 면접을 앞둔 사람처럼 외모에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어떤 아이들은 16년 만에 만나지만, 어떤 아이들은 30년도 더 넘게 얼굴을 보지 못했다. 세상이 좋아졌다지만, 카톡으로 교류를 하고 있었던 것도 아니다.


한 친구가 오픈하고 사용하지 않던 내 페이스북에 생일날, 안부를 남긴 것이 있었다. 그것도 수년 전에. 그 메시지에 답글을 달았다. "나 한국 가려는데, 연락되는 사람이 없네. 너뿐이야." 그랬는데 며칠 후에 열어보니, 수많은 메시지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친구들이 모두 환영 모드라는 것이다. 믿을 수 없는 일이 한국 가기 전에 이뤄졌다. 


적어도 1박은 해야 한다는 그 애들의 말에, 내 스케줄을 알려줬더니 도착 다음날 양평의 자연휴양림을 예약했다고 한다. 그다음 날 서울역에서 다른 친구를 만나 순천에 가야 하는데, 그 애들은 모두 모일 수 있는 주말이어야 한다며, 금요일 저녁부터 토요일까지 함께 보내자 하였다.


한국 방문이 이뤄진 결정적 이유는 호주에 사는 문학동아리 멤버였던 친구 S 때문이기도 하였다. 최근 들어 자주 고국을 방문하던 S는 한국 갈 때마다 내게 한국서 얼굴 한번 보자, 그렇게 살짝 나를 건드렸다. 한국 가족들이 가끔씩 캐나다를 방문 오기도 하고, 캐나다를 비울만큼 한국을 그리워했던 것도 아니며, 심정적으로 떠나서는 안될 어떤 이유가 있는 듯이 항상 느껴오고 있었다. 그랬는데, 친구의 권유가 계속되자 이번에는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국을 떠난 지 너무 오래되어 "무엇을 그리워해야 하는지" 그 건더기가 내게 많이 있지 아니했다.


한국 촛불집회 때부터 시작된 한국 뉴스 시청과 그전부터 이어져오던 한국 드라마 시청 등으로 한국에 대한 갈증은 충분히 해갈되고 있다고 나름 생각했다. 내가 아는 것 이상의 그 무엇이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친구들은 그야말로 희미한 그림자 같은 것으로 남아있지, 그것이 현실에서 살아 움직일 가능성은 거의 영프로에 가까워 보였다.


그랬는데 호주 친구의 부름에 응하면서, 친구 찾기가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가족 만남 이외 친구들이 내 의식 안으로 들어오면서, 심장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비행기표는 창사 기념 보너스 광고를 하던 토론토의 오케이 투어에서 했다. 비수기라 가격은 저렴했고, 담당자가 최저가로 구매했다고 알려주었다. 대한항공편보다 조금 저렴한 에어캐나다 항공이다. $1255 달러. 창사 기념으로 준다는 보너스는 내게는 해당이 없는 상품이었다. 밴쿠버에 본사가 있어서 밴쿠버 교민이라면 몇 가지 혜택을 받을 수도 있었으리라.


마일리지 혜택은 에어로플랜(aeroplan) 가입자에게 준다고 한다. 표 담당자는 표 구매 후에도 가능하니, 에어로플랜에 가입하라고 한다. 나중에 가입해 담당자에게 적립을 부탁하니, 어떤 이유에선지 잘되지 않는다는 소식이다. 몇 번 그녀와의 통화 후에 그녀는 출국할 때 에어캐나다 카운터에서 직접 하면 된다고 말해줬다.


비행기를 타고나서야, 에어캐나다 카운터에 말하는 걸 잊었다는 걸 알게 됐다. 


한국에서 만날 사람을 생각하며, 선물을 골랐다. 특별한 것이 있을 리 없다. 엄마와 큰언니가 한국 가족에게 갖다 주라는 선물 -커피, 꿀, 잠옷, 아가베 시럽-들이 절반을 차지했고, 나는 미니병에 들은 오메가 3 영양제, 팀 호튼스 핫 초콜릿, Oh henry, Lindt  다크 초콜릿, 히말라야 핑크 소금, 유기농 코코넛 칩, 호두, 킨더 서프라이즈 등을 꾸역꾸역 담았다. 내가 직접 짠 뜨개인형 1쌍은 딸을 위해 넣고, 5장의 두건식 모자 뜨개는 누구든 어울리면 주리라 하며 집어넣었다. 무거운 세 개의 핑크 소금을 기내 가방에 넣었다가 비행장에서 뺏기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화물칸에 실은 네 개의 소금병이 있으니, 이를 작은 통에 나눠주면 될듯싶었다. 가격으로 치면 하잘것없지만, 그래도 조금은 새로운 어떤 것이 아닐까 하는 기대를 갖고 구입한 것 중 하나이다. 개인물품을 최대한으로 줄였어도, 나눠줄 물건들은 보잘것없었다. 그저 하늘을 날아왔다는 그 점을 빼고는 말이다.




딸에게 준 선물, 내가 뜬 뜨개인형 커플이다.


14시간 비행 동안 리디북스 셀렉트에서 다운로드한 김민석의 "내 모든 습관은 여행에서 만들어졌다"와 류동규의 "대한민국 감동여행 best27" 김혜영의 "주말여행 버킷리스트 99"를 뒤적였다. 김민석의 책은 모두 읽고, 류동규와 김혜영의 책은 내가 가보고 싶은 곳을 중점으로 보았다. 특별히 부산 편은 몇 번씩 찾아 읽었다.


"겨울왕국 1"과 " 목격자" 두 편의 영화를 봤지만 사실 눈은 아프고, 화면은 작고, 웅웅 거리는 기내에서의 영화 시청은 영화에 대한 예의가 없는 일이다. 까무룩 잠을 자는 동안에도 내일 친구들 만나러 가기 전에 파마를 할 시간이 있는지, 내가 머물 분당 어느 곳에 있는 미용실을 가야 할지, 외모에만 신경 쓰는 나를 안쓰러워하는 동안 인천에 도착했다.



PS...

글쓰는 방 브런치를 하나 더 오픈했다.

그방의 디자인과 글들이 오랜전부터 마음을 끌었었다.

브런치는 작가신청을 하고 받아들여져야 글을 쓸수 있었다.

브런치에 맞는 마음을 갖고, 준비를 해야했다.

왜냐하면 그전에 준비없이 신청했다가 탈락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모국여행은 내게 무언가 새로운 것을 해보고싶다는 욕망을 일으켜주었다.

그 새로운 것이 "브런치 작가"로 표현되었다.

다행이 브런치 작가로 등록되었고, 이제 그곳에 새방을 마련했다.

내게는 꽤 큰 의미가 되기도 한다. 물론 잘 이용하게 될때에 한해서이겠지만.

그곳에 쓰고 이곳에 올리는 방법으로 당분간 하려고 한다.

내게 많은 의미가 있는 블로그를 바로는 떠나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