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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떠나요

카요 코코... 그 친절한 큐바인들




언니들과의 큐바여행이 끝난지도 어언 한달이 되어간다.

엄청 재미있었고, 할말이 많은 듯도 한데, 블로그를 곁에서 조금 밀어내었더니, 다시 가까이 하는 것이 그리 쉽지 않다. 

오늘 사진을 정리하면서 미룬 숙제를 간단하게 나마 마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변명중에 한가지를 꼽자면, 예전에 해오던 것들을 습관대로 하지 못하는, 새로운 판짜기를 진행중인데 블로그 관리가 아직도 새로운 판에 들어서지 못하고 있다. 예전처럼 미주알 고주알 써야 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부터, 시간을 그곳에 투자하는 것에도 흥미가 좀 떨어진 탓이다. 글을 쓴다는 것이 조금 멀고 어렵게 느끼지기도 하고 말이다. 아니면, 굳이 이를 남겨야 하나, 아직도 그런 질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도 하다. 나중에 보면, 추억이 될 그런 일들을 기록하기로 했던 초심의 마음이 무뎌져가고 있다고나 할까.


큐바의 친구(?)들을 위하여 이번 글을 기록하기로 하자. 그리고 언니들을 위하여. 이렇게 말하고 보니, 이것 또한 요즘의 내게 있는 병이기도 하다. 누군가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하여, 누구를 위하여, 그런 병에 사로잡혀 있다. 긍극적으로는 "나를 위하여" 하는 것일텐데도, 그런 마음이 들지 않는다. 나를 위한 것은 없다는 자기기만에 빠져있기도 하다. 이쪽을 위한다고 할때면 저쪽에 있는 사람들이 켕기고.. 내 신경안에 있는 사랑하는 사람들안에서 나는 우왕좌왕하는 중이다. 줏대를 갖고 살아간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절감한다.


이번 여행은 사실은 갑작스럽게 계획되었다. 한국에서 방문오는 둘째언니가 제안을 했고, 나는 큐바여행 경험이 있고 해서, 가이드로 착출된 셈이다. 언니들을 위해서라는 좋은 명분이 있기도 했고, 큐바는 한번 더 가본다고 해서 그리 나쁠건 없었다. 처음 계획에는 엄마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젊은 내가 따라가지 않으면, 여행자체가 무산될수도 있으므로, 나는 꽤나 그럴싸한 명분이 있어서 가족들의 응원을 받으며 동행할수 있었다.


"자식들과 여행하다 죽으면 어떻다니?"하는 마음으로 여행마음을 다졌던 엄마는 사실 그즈음 많이 허약해지셨었다. 결국 가시기 며칠전에 가정의에게서 비행기 여행은 무리라는 진단을 받으셨다. 이미 티켓팅을 마친후였지만 혹시나 해서 엄마이름으로는 환불은 안되지만, 크레딧은 받을 수 있는 보험을 들었던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나머지 사람들은 환불이 안되는 보험을 들었기에 엄마를 빼고 큰언니 둘째언니 오웬사운드언니 그리고 나, 4명의 여행길에 올랐다.


여행지 선정에서 가장 많은 리조트와 이름난 곳이 Varadero(바라데로)로 큐바의 수도인 아바나와 인접한 가는띠같은 반도섬이다. 나는 2번 다 바라데로로 갔었고, 그곳의 5성급 호텔과 3.5성급 호텔을 가봤던지라, 이번에는 다른 곳을 가고싶었다. 다른 사전 정보가 있던 것은 아니었는데, cayo coco(카요 코코)라는 곳이 눈길을 끌었다. 우선 이름이 쉽고 예쁘게 느껴졌다. 바라데로 갔을때 아바나 여행 옵션에서 두번다 실망을 했던터라, 언니들과 큐바를 방문한다면 아바나 옵션을 넣지 않을 생각을 했던지라 목적지를 정하는데 큰 장애물은 없었다.


큰언니 둘째언니 모두 70이 가까와오고, 오웬사운드언니는 소아마비를 어릴때 앓아서 더군나다 신체가 건강하지 않아서 리조트에서 편히 쉬면 된다는 계산이 있었다. 체력이 모두 안따라주니, 여행일정을 어떻게 짜야 하나가 큰 관건이었다.


인터넷에서 검색을 해보다가 한인여행사로 연락했다. 토론토가는 길에 눈에 띄는 2층 건물로 올라가 의논을 했더니, 카요 코코 한 리조트를 소개해준다. 집에와서 그 리조트를 검색했더니, 그 아래에 붙어있는 리뷰들이 칭찬일색이었다. 단순히 "좋아요"가 아닌, 어떤 면이 좋았고, 어떤 시간들을 어떻게 보내고 왔나, 자세히 기록해놓아 리조트를 고르는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다.


리조트 여행에서는 묶는 곳이 어떤 곳인가가 어쩌면 가장 중요한 요소일른지도 모른다. 여행의 80% 성과가 게서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것이다. 

사람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그곳은 과연 말 그대로일까, 반신반의하면서 여행길에 올랐다. 세계적 휴양지와 제휴를 맺고 사람들을 자체 비행기로 실어나르는 Sunwing 팩케지를 이용해서 갔다왔다.


카요  코코는 리조트만으로 구성된 섬이다.  총 16개의 리조트가 있으며, 그곳에서 일하는 현지인들은 1시간 정도 걸리는 Moron이란 마을에서 매일 출퇴근한다. 세계의 자본들이 들어와 큐바에는 관광사업을 전국토적으로 개발하고 있고, 아름다운 해변을 따라서 아직도 개발여지가 무궁무진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리조트안에서 1주일을 다 보낸다 해도 심심하지 않을 정도로 여러가지 시설을 갖추고 프로그램등도 있지만, 또한 여행의 묘미는 그곳에서 제공하는 옵션에서 얻어지는 경우도 많다.


언니들의 신체 활동지수가 매우 저조하여, 나는 많아야 이틀 정도 밖으로 나갈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해변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고, 수영하는 것도 아니올시다인 언니들이니, 중간에 심심하다는 말이 나오지나 않을까 걱정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한국에서 온 둘째언니는 다리를 다치는 사고로 준장애인임에도 불구하고, 왕성한 호기심을 보였다. 그리고 옵션없는 여행은 앙꼬없는 찐빵이라고 주장하여, 언니들의 신체가 허락하는 대로 어떤 옵션들이 있나, 자세히 알아보기로 하였다.


첫날 밤, 11시가 넘어 호텔에 도착하였다. 굶주린 배를 달래줄 24시간 오픈 스낵바가 있다기에 그곳으로 갔다. 그날 나온 음식은 마치 고무로 만든 장난감 음식처럼 모양만 음식이지, 먹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음식 종류도 없고. 그날밤 앞으로의 여행과 음식에 대해서 불안감이 확 밀려들었었다.


그리고 숙소에 갔는데, 처음에는 깔끔해보이고 넓어보였지만, 어딘가 이상했다. 장애인이 있다며, 그를 수용할 수 있는 방을 달라고 요청해놓은바 있었는데, 나와 언니가 쓰는 방은 화장실과 욕실이 장애인용이라 그런지 엉성했다. 목욕탕도 턱이 없고 의자와 샤워시설만 있었다. 유리문을 가리는 커텐을 치려는데, 두두둑 소리가 나면서 커텐 한쪽이 떨어져내린다. 처음에 엄마까지 3인실로 예약했다가 엄마가 빠졌는데, 그 연락이 호텔까지는 미치지 않았는지, 한구석에 보조침대가 있었다. 점입가경으로 그 침대의 몰골이 아주 흉악했다. 지하실에서 케케묵은 것을 갖다놓았나 할정도로, 군데군데 가짜가죽이 벗겨지고, 녹슨 다리가 드러난 그런 모양새였다. 물론 시트는 새것으로 씌웠지만, 엄마와 함께 왔다면 이 침대는 어린 내 차지가 되었을텐데, 그나마 그침대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어서 다행이었다.

또한가지  문제는 옆방과 소통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었다. 두 언니가 쓰는 옆방에 가려면, 열쇠를 꼭 가지고 다녀야 하니, 일행이지만 들락날락 할수 있는 구조가 아니어서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어쨋든 그날은 그곳에서 묵었다. 

그 다음날, 여행자들을 위한 브리핑이 리조트내 극장에서 열렸다. 이런 일은 나의 담당이었기에 한마디라도 더 알아들으려 귀를 쫑긋해야만 했다. 재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고, 언니들에게 내가 들은 정보를 통역해주고, 의논을 해줘야 하며, 불만사항 해결도 내가 해야했다.


우선 숙소에 대한 불만부터 접수했다. 선윙 담당자는 로비에서 나의 말을 들어주었고, 호텔측과 내 방을 알아보겠다고 했다. 그런 요구가 들어지려나 하면서 호텔방에 있는데, 한명이 문을 두드린다.  커텐을 수리하러 온 직원이었다. 그는 바로 커텐을 고쳐주고 떠났다. 방에 대한 미련이 없었기에 그런가 보다 했는데, 말하자마자 달려와준 점은 높이살만했다. 숙소로부터 식당까지 걸어야 하고, 곳곳을 걸어다녀야 하는데, 오웬사운드 언니에게는 그것도 큰 무리가 되었다. 언니는 혹시 휠체어를 구할 수 있나 물어보라고 했다. 선윙측 우리 담당자는 세실리아라는 예쁘고 날씬한 아가씨였는데, 그것도 말하자 마자 바로 휠체어를 제공해주었다. 


얼마후에는 붙어있는 2개의 방이 나왔다며, 옮길것인지 물어왔다. 장소가 편한지 답사해보라고 했다. 밖에서 바라보니, 밝고 좀더 나아보였다. 그곳으로 이사작업을 했다. 옮기고보니 두방이 붙어있지만, 가운데 문이 있어서 서로 왔다갔다 할수 있는 방은 아니었다. 그런 방은 현재 비어있는 것이 없다고 한다. 1층에 있는 두방이었으므로 베란다를 통해서 들락날락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우리는 나중에는 베란다를 통해 서로 왕래했다.


보조침대도 없앴고, 여전히 장애인 화장실이어서 조금 어설픈 것을 빼고는 전체적으로 방이 마음에 들었다. 1주일 생활하는데, 그렇게 까닭을 부릴 필요는 없지만, 어쩐 일인지 그방에서는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없었다. 나중에 우리끼리 생각한 바로는 장애인용 호텔방은 그다지 자주 이용되지 않기 때문에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고 비워놓아서 방이 쾌적한 느낌이 없지않았나 싶었다. 어쨋든 빌딩6으로 숙소를 옮기고 나니, 조금 편안해졌다.


그랬다. 우리의 불만을 언제나 들어줬다. 흘려보내는 말이 없었다.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직원들은 리조트 손님들의 편의를 위해 언제나 준비된 사람들이었다. 불만으로 찡그려졌던 얼굴들이 시간이 가면서 활짝 펴지기 시작했다.


우리들이 할수 있는 여행옵션에 대해서 의논을 거듭한 결과, 스파, 크루즈, 마을방문, 비치방문, 마켓방문 등의 일정을 잡을 수 있었다. 그리고 부페식당말고, 일주일에 3회 이내 저녁식사를 예약할 수 있는데, 그것도 욕심껏 3군데 예약해놓았다. 올 인쿠르시브에 포함된 사항등이었다.


우리 네명의 조합은 조금 특이했다. 나는 휠체어를 밀고, 걸음이 빠르지 않은 두 언니들과 하루 세번 식당에 가고, 로비와 바 극장등을 돌아다녔는데, 식당에 가면, 우리의 자리를 맡아주는 웨이트레스가 있었고, 버스를 타면 승객들이 서로먼저 휠체어를 실어날라주었다. 나는 휠체어를 밀긴 했지만, 언제나 누군가가 옆에서 도와주곤 하여, 힘든줄 몰랐다. 카요 코코라는 곳이 바라데로마냥, 수많은 리조트와 여행사업으로 잔뼈가 굵어 조금 도시스러워진 곳이 아니라 그런지, 직원들의 눈빛은 참으로 순진했다. 


식당의 음식들... 쿠바하면 열에 아홉은 "음식은 별로"라고들 한다. 그러나 우리가 머물렀던 리조트는 그야말로 음식이 환상이었다. 때마다 바닷것과 육지 고기를 그릴해주고, 차려놓은 음식도 풍성하고 맛이 있었다. 우리는 예약해놓았던 저녁 식당을 결국 다 가지못했다. 코스요리로 나오고, 서빙을 들어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우아하게 음식을 즐길수는 있지만, 입맛에 맞지않았다. 빼입고 갔던 저녁식사를 마지막엔 결국 포기하고, 부페식당으로 향했다. 


큰언니의 관심은 서빙하는 현지인에게 팁을 언제 어떻게 주느냐에 가있었다. 서빙하는 태도, 그들의 눈빛 하나에 감동한 언니는 언제나 잊지않고 두둑히 팁을 놓았다. 두둑히라고 하면, 1쿡(CUC)보다 하나 더 얻어 2쿡쯤 놓고, 개인적으로 만나지는 사람에게는 언니가 캐나다에서 준비해간 맛있는 사탕봉지를 들려주기도 했다. 매끼니, 그리고 호텔방에 또 팁을 놓고, 아예 팁을 위한 돈을 미리 바꾸어놓고, 잊지않고 팁을 주었다. "오가는 팁속에 싹트는 인정"을 느낄수 있었다. 팁을 주지 않는다고 해서 친절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저절로 우러나서, 팁으로 마음을 표현한다.




나이클이란 청년이 생각난다. 그가 눈에 띈것은 오웬사운드 언니의 관찰력 덕분이었다. 언니는 무언가 신중하고 조금은 우울해보이는 청년을 주목하게 된다. 그 청년은 파라솔에 남겨진 빈컵등을 수거해가는등 열심히 일한다. 식당이나 호텔 청소부들은 어쩌면 가장 손님들과 가깝게 일해 팁을 많이 받게 되는 그런 일을 하게 되고, 로비청소부, 화장실 청소부, 빈그릇 수거등 이미 떠난 사람들의 뒤치다거리가 주된 일인 사람들은 팁으로부터 조금 멀게 된다. 안스런 모습으로 그가 하는 일을 지켜보는데, 어떤 손님이 그 청년에게 팁을 주는데, 마치 거지에게 동냥하듯, 탁 던져놓는 것을 보게 된다. 언니는 그 청년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그런 일이 있어서 그런지 그 청년이 더욱 우울해보인다.


우리는 언니에게 그 이야기를 듣고, 그 청년을 다시 만나게 되었을때 음료수 등을 부탁하게 되었다. 바에가면 바텐더앞에서 커피, 칵테일, 탄산음료등을 주문하기 위해 기다리곤 했는데, 나중에 보니, 일하는 사람에게 부탁해도 되었다. 돈을 안내고, 말만 하면 언제든지 원하는 것을 마실수 있으니, 그것참 즐거운 일이기도 하였다. 나이클 청년은 우리가 바에서 멀리 로비에 앉아있는데 우리들이 부탁한 음료수를 가져다주었다. 큰언니는 그에게 기쁜 마음으로 팁을 주었다.


나이클이라는 이름은 나중에 내가 물어서 알게되었다. 우리는 그후에도 그와 자주 만나고, 그에게 서비스를 받곤 하였다.


그리고 정원을 청소하는 그 착한 미소를 가진 아저씨. 정원청소부는 그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는다. 그래도 그는 손님들과 마주칠때마다 환한 미소로 손을 흔든다. 우리는 그와도 사진도 찍고, 매번 손을 흔들며 아침인사를 하곤 했다. 그뿐인가. 매일 자리를 잡아주었던 아침 점심 식당에서 일했던 그 웨이트레스 아가씨는 나중에는 직접적으로 우리에게 부탁을 하기도 했다. 남아있는 옷같은 것 있으면 주고 가라고 말이다. 그런 말도 기분나쁘게 들릴만도 한데, 우리는 쿠바인들에게 주려고 헌옷등을 가져왔는지라, 호텔청소부에게 많이 남겨놓고, 나머지는 마지막날 그 웨이트레스에게 갔다주었다. 나쁘게 생각하면, 손님과 특별한 관계를 맺어 그들에게 팁을 뜯어내려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그들이 손님을 대하는 진심이 느껴져서 그런것은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았다.


관광과 관광객이 그들의 삶에서 중요하기에, 태생적으로 혹은 교육을 통하여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캐나다에 와서 느낀 것이지만, 캐나다인들의 친절은 그야말로 의례적인, 거리가 있는 친절이라면, 큐바인의 친절은 삶이 결부된 아로새겨진 친절로 느껴졌다. 내가 대접받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그런 것. 그릴을 기다리는 1인에게 똑같은 미소와 흥으로 대하는 그들의 모습은 시간이 지나간 지금까지 눈앞에 어른거린다.


이쯤에서 호텔의 이름을 말할때가 왔다. 큐바를 가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Cayo Coco(카요코코)를 염두에 둘 것이며, 그중에서도 Memoris Fremenco Beach Resort(메모리스 프렌멘코 비치 리조트)를 적극 권한다. 우리 가족만이 아니라, 그곳에 갔다온 다른 사람들도 그곳 사람들의 친절과 음식 프로그램등에 감동을 받고 오는 것 같았다. 아니, 어쩌면 큐바의 수많은 곳이 아직도 이런 친절이 남아있고, 도시생활로 인해 인간성이 말살된 사람들에게 친절이 주는 힘과 감동을 복원해주는 그런 곳이라고 본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