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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떠나요

바다를 보았다.. 쿠바(2)

 

 

바라데로 리조트가 있는 곳을 선으로 그려봤다. 아주 얇은 띠같은 곳이다. 이곳만 방문했으니, 쿠바의 몇 %를 본 것일까?

 

 

 

우리가 가는 곳은 쿠바 중에서도 백사장으로 유명한 바라데로 리조트였다. 지도로 보면, 쿠바 북동쪽으로 뻗쳐올라간 하얀띠같은 반도였다. 한반도에 살다가, 부루스 반도의 한곳에 정착해 살고있는 우리들이 캐리비안에 있는 섬나라중에서도 반도로 형성된 작은 도시로 여행을 떠나게 된 것은 우연이었을까? 삼면이 물로 둘러싸인 반도의 특성상, 섬의 속성도 갖고 있으면서 육지와도 끈을 맺고 있는, 인간의 두 마음을 잘 표현해주는 자연지형이다. 

 

지도를 보니, 얇은 띠같은 것이 끊어질듯 이어져있었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보니 그 얇은 띠의 거리는 500m정도라고 하니, 위쪽 바다에서 아래쪽 바다까지 도보로 왔다갔다 할 정도의 짧은 거리라는 말이었다. 아침 먹고 산책삼아 물가에서 시작하여 반대편으로 걸으면 다른쪽 바다를 볼수 있다고 생각하니, 생각만으로도 황홀해질 정도였다. 어렸을때 바닷가 근처에 살았지만 눈으로 볼수는 없었고, 산길을 걸어서 30분 이상을 가면 만날 수 있었다. 바다는 어쩌면 내 유년의 심장을 차지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밤 비행기를 타고 바라데로 공항에 내렸을 때는 이미 여름이 한창이었다. 우리 짐중에 가방 한개가 도착하지 않는다. 늦게서야 눈에 띄는 가방이 조금 이상했다. 여행가방의 앞주머니 지퍼가 열려있다. 남편이 뛰어오더니, 그곳에 핸드폰이 있었다 말한다. 기내에 들고 타려고 가방싸기를 철저히 하지 않았던 것이 문제였을까? 다른 것들은 이상이 없는 것 같다. 곁에 서있는 여군인에게 말했더니, 알겠다고 수소문하겠다고 말한다.

 

그런데 리조트에서는 우리들을 데리러 사람들이 나와있고. 일단은 버스에 탔는데, 마음이 불편했다. 알아보겠다는 여군인에게 가서, 상황을 살펴야 되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그러는 와중에 우리가 탄 차에는 중국인들이 많았는데, 명단에 없다고 우리 일행더러 다른 버스를 타라고 말했다. 짐들을 끌고 다시 다른 버스로 향해 가는 중에, 가이드 하는 청년에게 핸드폰 잃어버린 것에 대해 말하고, 알아봐주겠느냐고 물었다. 그 청년은 바로 알겠다고 해서, 모든 일행이 차에 탄 상태에서 남편과 청년이 다시 공항으로 들어갔다.

 

사실, 그랬다. 핸드폰은 고가품도 아니고, 그 안에 입력된 주소록도 크게 문제될 것은 없었다. 핸드폰 같은 것을 여행가방 앞부분에 던져넣었다는 것은 우리의 불찰이기도 했다. 그런데 그런 상태로 호텔로 돌아가면, 여행지에 도착하자마자 받은 불쾌함이 오랫동안 남아있을 것 같았다. 여군인이 알아봐주겠다고 했으니, 어떻게 된 일인지, 나중을 위해서라도 신고는 해야할 것 같았다. 잃어버린 핸드폰을 찾았다 하더라도, 주인이 돌아오지 않으면 그것을 돌려줄 방법이 없을 것 아닌가. 그런데 한편으론, 버스 하나 가득 차있는 여행객들에게 피해가 간다는 점이었다. 우리팀 12명을 제외하고라도 리조트로 가기 위해 모인 여행객들에게 얼마나 될지 모르는 시간을 기다리게 해야한다는 게 마음이 쓰였다. "속 넓은 체" 하고, "그깟것 잃어버리면 어떠냐"면서 떨치고 가는 것이 우리가 할일이었는지도 모른다.

 

 

기다리는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진 않았다. 갑돌이는 핸드폰 분실신고를 했고, 호텔 주소와 이름을 알려주었노라며 돌아왔다. 그때 "다음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그렇게 신고해야 합니다"라고 "해"가 말해준다.

 

 체크인 하는데 또 약간의 시간이 걸리고, 방에 도착해서 짐들을 풀고 24시간 오픈하는 스낵바에서 모이기로 했다. 멀미를 한 사람을 제외하곤 우리 모두 모여, 한숨들을 돌린다. 식당에는 12시가 가까와오는 데도 사람들이 간간히 보이고, 피자와 햄버거등을 만들어준다. 지붕만 있는 오픈 스택바에는 새들이 날라와 관광객을 환영한다.

 

 

다음날 아침 10시에 선윙 여행사에서 관광객들을 위한 오리엔테이션이 있었다.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는 관광 프로그램에 대한 소개였는데, 역시나 오픈 극장이다. 사방이 트인 그런 공간은 나중에도 자주 만나게 된다. 더운 날씨니 바람이 통하게 지어서 에어컨 또한 필요하지 않게 만들었다. 밤에는 접이식 커텐으로 문을 닫는가 싶었다.

 

 

지루한 오리엔테이션이 끝난 후, 다음날 하바나 관광을 가기로 했다. 트로피카나 쇼까지 보는 하바나 스페샬을 미리 예약해야 했고, 뷔페식이 아닌 정식 저녁만찬도 예약을 마쳐야 했다. 7박8일 동안 2번의 정식만찬이 있는데 우리는 "해물"과 "아시안" 식당을 예약했다. 리조트안에는 6개의 다른 식당들이 있어, 예약손님들을 받고 있었다. 이런 일들이 "조금은" 지루하게 이어졌고, 바다에 대한 갈증을 일으켰다. 일주일 내내 볼 바다지만 말이다. 리조트에는 바다보다 더 멋있게 생긴 풀장도 있고, 야자수 나무, 곳곳에 앉아서 쉴수 있는 의자와 테이블, 나중에 더 잘 이용하게 된 오픈 바도 있었지만, 바다 물을 봐야 먼곳에 온 실감이 날 것 같았다.

 

 

 

30분간 세일 보트를 타는 것은 무료로 제공되었다. 우리는 두팀으로 나눠타고 바다 가운데서 물싸움을 했다.

구명조끼를 입지않는 양쪽의 두 남자가 선장(?)이다.

 

 

 

 

마침내 바다를 보았다. 야자수 나무로 엮어 만든 파라솔은 마치 초가지붕을 연상시켰다. 그곳에 있는 해변의자, 사람들, 보트들, 그리고 하얀 백사장, 그것이 글자 그대로 완벽하게 있었다. 게다가 푸른 하늘과, 세가지 색으로 물결치는 카리브의 옥빛 바다.

 

수영을 좋아하든지, 그렇지 않든지, 몸매가 이쁘든지, 그렇지 않든지, 그런 것들과 상관없이 기후는 딱 물속에 들어가고 싶어지는 그런 날씨였다. 거의 따뜻하게 느껴질 정도의 물의 온도도 그렇고, 겨우 3시간 날라왔는데 기후가 천지차이인 이런 곳이 있다는 것이 실감이 나질 않는다.

 

점심은 따로 또 같이들 먹었다. 갑순이와 갑돌이는 바다에 나갔다가, 바닷가 근처 간이식당에서 식사를 해결했다. 그때서야 함께 온 사람들이 눈에 들어온다. 캐나다를 떠나서 왔지만, 케네디안들을 떠나서 오진 못했다. 그 리조트의 거의 80% 이상이 캐네디언이라는 것을 알아채는 데는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았다.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미국과 쿠바는 러시아 연방 붕괴이후 미국의 경제압력에 대한 쿠바의 맞대결으로 국교를 끊었고, 그것이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미국인들은 쿠바입국이 불허되는데, 몇사람말로는 캐나다를 통해서 들어오는 방법이 있지 않겠느냐 하였다. 그러나 7일 동안 머물면서 미국에서 왔다는 사람들은 보지 못했다.

 

미국인들이 없어서일까? 쿠바에서 캐네디언들은 귀빈 취급을 받는듯 싶었다. 리조트안에는 현지인들이 있지만, 모두가 리조트내 직원이고, 바로 문밖에 택시 기사들이 몇몇 보일뿐이다. 리조트에 일반인들이 들어오지 못한다는 말이 맞는 말인듯 싶다. 그도 그럴 것이 리조트는 일반인들이 사는 곳과 조금 다르게 건축되었고, 그렇게 운영되었다. 그래도 리조트안에는 현지인들로서 웨이트레스, 웨이터, 요리사, 점원, 호텔내 데스크 직원, 바텐더와 정원사 등이 언제나 관광객 근처에 머물고 있었다.

 

저녁이 되면, 모든 의자들이 정렬되고, 해변가는 철저히 청소가 되었다.

 

그들의 인사법은 "올라"라는 말이었는데 영어로 핼로우쯤 되는 듯싶다. 액센트는 별로 없고, 우리는 만나는 사람마다 "올라!"라고 인사했다. 쿠바인들은 까무잡잡한 피부에 날씬한 몸매를 자랑하고, 총명해보이는 눈빛이 인상적이었다.

 

여행지에서 현지인들을 사진에 담는 것이 소원이었던 갑순이는 언제 그 기회를 잡나, 눈을 희번덕였다. 그러나 그들은 언제나 눈을 초롱초롱 뜨고 사람들과 눈마주침을 하고 있어서 그런 기회를 잡는다는 게 거의 불가능하였다. 하루 이틀 상황을 알고보니, 그들과 인사를 하고, 사진을 찍자고 부탁하는 것이 큰 문제가 아니었다. 숨어서 찍으려고 할 필요는 없었다는 말이다.

 

그러나 무언가 있다. 그들이 내게 호의를 보여주는 만큼 나도 그만큼 호의를 보여주어야 한다. 그것을 처음 하바나에서 깨달았다. 어린 소년 하나가 다가오면서 1달러를 달라고 한다. 영어는 잘할줄 모르고 그냥 돈을 달라고 한다. 나는 그에게 1달러를 주면서 함께 사진을 찍으면 어떻겠느냐고 말했다. 그 소년은 활짝 웃어주었다. 처음에 너무 떨려선지 사진을 잘찍지 못했다. 그런데, 그것이 계속적으로 통했고, 바로 그 방법을 써야 한다는 것을 나는 이곳에 있으면서 알게 됐다.

 

"돈"을 주면서 사진을 찍는다? 참으로 이상하지만 이런 기류가 형성되어 있다. 말하자면 어떤 기타리스트는 쫓아오면서 음악을 연주해준다. 그와 눈을 마추치기만 하면 음악을 연주해주겠다고 달라붙는다. 처음엔 그게 그렇게 이상했다. 그런 연주를 들어주면 그에게 답례로 1달러를 준다. 그러면 그는 행복한 얼굴로 다음에 연주해줄 사람을 찾아나선다.

 

내게 무언가를 요구하면서 달라붙는 것이 망칙해서, 그들을 눈아래로 멸시하면서 봤던 것이 미안하다. 그들은 자신의 노력과 정성을 선물하고, 관광객은 그걸 누리고 그에 대한 작은 답례를 해주면 된다. 그것이 쿠바인들의 한 생활방식이었다. 이걸 조금 더 일찍 알았더라면, 하바나에서 조금 더 즐길 수 있었을 것 같다. 하바나는 쿠바의 수도이기도 하고, 많은 관광객 때문에 행상인들과 음악인들, 거지들이 많았다. 관광객끼리 우~~ 몰려다니는 것보다는 그들과 한마디라도 나누고, 가능하다면 사진을 찍어올수도 있었을 것이다.

 

물론 이건 내가 파악한 것이긴 하지만, 이것이 쿠바인들에게 진실로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어떤 이에게는 도움이 될테고, 어떤 이에게는 자존심상하는 일이 될 것이다. 내게 친절한 사람들을 만나면 팁을 줘야 되는 것 아니냐를 고민하게 됐고, 내게 간절한 눈빛을 보내는 이는 무엇을 원하는가, 또한 돌아보게 됐다.

 

 

팁 문화는 쿠바의 화폐제도와 함께 생각해봐야 한다. 팁으로 만나는 캐네디언과 쿠바인들의 관계... 그 미묘함에 대한 해답을 이 글을 끝내면서 찾아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