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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멜로디

농장의 아침



무언가 보였다. 

보인 그것을 지나쳤다가, 마음을 돌려세웠다.

확인하고 가자.


길가에 차를 세우고, 카메라를 우선 꺼내들었다.

아기송아지다.

풀숲에 숨어있지만, 어미소가 애잔한 눈길을 보내며 그곁에서 아기송아지를 보호하고 있다.


길 저쪽에서 낫을 든 여인이 다가온다.

아무래도 그 농장의 주인이 아닐까 싶다.


나는 차에서 내려 그 여인쪽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아기송아지가 맞느냐며, 사진을 찍어도 되겠느냐고 물었다.


그 여인은 아주 반갑게 맞아준다.

잡풀을 제거하는 중이었다는 그 여인은 60대 후반으로 보인다.


그녀는 시계를 보면서, 이제 송아지가 태어난지 2시간쯤 지났다고 한다. 

차를 끌어다 집앞에 주차하고 사진을 찍어도 된다고, 호의를 베푼다.


아직 물기가 마르지 않은 송아지였다.

전기가 흐르는 울타리 저쪽에선 낯선자의 렌즈를 달가와하지 않는 어미소가 계속  나를 주시한다.


새끼의 온몸을 핥아주면서도 눈동자는 내게 고정되어 있다.

농장주인과 함께 있으니, 큰 의심은 없으면서도 아기를 보호하려는 그 의지를 사진을 보면서 더 깨달았다.


농장주인 애블린은 처음 만난 나에게 친구처럼 대해준다.

저안에 또 임신한 소가 있다한다.

운이 좋으면 그 암소가 몸을 푸는 것도 볼수 있을지도 모를 거란다.


자신의 농장에선 이렇게 새끼를 낳아 길러 가축경매장에서 소를 판다고 한다.

어떤 농장은 그렇게 길러진 소들을 사다 키우기만 하기도 전해준다.

그러고보니, 지난번 지나가다 본 소 농장의 소들은 모두 크기가 일정했던듯 싶은데, 

이곳은 어린소와 어미소가 함께 있다.


농장에 붙어있는 집에서 자신의 남편이 태어났단다. 

시아버지께서는 소 농장을 갈아엎고 다른 용도로 쓰려고 했는데, 

농장을 갈아엎으려다 보니, 돌이 많아 포기를 하고 그때부터 소만 키우고 있다고 하였다.

풀은 높이 자라있었다. 

자신은 엉겅퀴등 나쁜 풀들만 뽑아주면서 관리를 하고 있다고 하였다.


애블린은, 창위에 달린 새집에 대해서도 설명해준다.

어느날 새집이 지어지고, 유리창으로 지저분한 것들이 떨어지고 하여,

어린새가 다 자라 나간후에 그 새집을 철거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얼마후 다시 새가 날아와 자신의 옆에 앉아서 마구 농성을 하더란다.


"왜 내집을 불법철거 하였냐"면서 지지배배 지지배배 하였는데, 

자신이 듣기로는 엄중하게 항의하는 그 모습 자체였다고 하였다.

올봄, 다시는 새가 집을 짓지않겠구나 했는데, 그 새가 다시 창가에 집을 지었고, 

이번에는 새집이 꽤 잘 지어져서 창가를 더럽히는 일도 줄어들었다고 하였다.

창을 가리키며 그런 사연이 있는 새집이라며 웃는다.

이번에는 새집을 헐지 않을 거라는 말도 덧붙인다.


나는 애블린과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내가 앞뜰을 유심히 보자, 제대로 가꾸지 않았다면서 살짝 부끄러워한다.

  선인장 종류의 꽃이 헤어진 운동화, 귀가 나간 화분 등에서 잘 자라고 있다.

그 선인장 이름은 "hens and chicks"란다. 이런 농장에 정말 어울리는 꽃이름이다.


아, 나는 그녀의 집 어딘가에 카메라 렌즈 뚜껑을 흘리고 왔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됐다.

페이슬리 편의점을 운영한다는 나의 소개를 기억했던 그녀가 사진기 뚜껑을 발견했다고 전화가 왔었다.

나는 어디에 잃어버렸는지 모르고 한참 찾았었는데.

내가 가게에 없는 시간에 그녀가 뚜껑을 놓고 갔다.


순수하고 고지식한 품이 누구보다 월등하다.

나는 몇장의 사진을 갖다준다는 핑계로 그녀의 농장에 찾아갈 날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농장의 아침을 나눠준 그녀에게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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