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곳에서 가끔 생갈날때마다 연락을 주고받는 친구가 있다.
그녀에게서 오래전, 예쁜 인형사진이 도착했다.
흔히 볼수는 없지만, 또 익숙하기도한 동물인형이 꽃과 어우러져 있는 사진이었다.
대수롭지 않게, 사진을 보고말았는데
나중에 보이스톡으로 그녀와 대화를 나누면서 알게 된것이,
그녀가 직접 손으로 떠서 만든 동물인형들이었다. 이쁜 옷과 악세사리를 걸친 강아지, 곰, 돼지 등 귀여운 것들이었다.
인형에 관심을 기울여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그냥 휙 지나칠 수 있는 일이었지만,
어쩐지 그 인형들이(동물모양인데 인형이란 말이 맞는가 모르겠다) 마음을 끌었다.
친구 역시 인형에 관심을 가진적은 없었는데,
어쩌다가 다리를 다쳐 소파에만 앉아있어야 하는 시간이 있어서 인터넷을 보고 따라하게 되었다고 하였다.
어렸을때 앉아서 무엇인가를 하면 칭찬을 받았던 그런 일도 생각나고 해서 시작했는데,
아들내미들이 관심을 보여, 한두개 더 뜨다보니 인형들이 소소히 모였다고 알려줬다.
그래서 나도 해볼까? 했더니 인터넷 사이트를 알려주고 코바늘과 실을 소개해주었다.
어쩌면 무언가를 잊기위해서 일수도 있고, 안해본 것을 해본다는 흥미가 유발된 것일 수도 있다.
처음 도전은 돼지인형이었다.
외국인이 가르쳐주는 대로 유튜브를 보면서 따라하는데, 한줄을 뜰때마다 들여다보고,
잠시 스톱하고 다시 들여다보고 하면서 하느라 시간도 힘도 많이 들었다.
뜨개질거리가 자꾸 눈앞으로 바짝 다가오게 되면, 코바늘 들어갈 자리가 침침해져서 보이지 않게 된다.
다시 무릎 가까이 뜨개질감을 내려놓아야 제대로 보인다.
그러나 그러다보면 다시 점차 위로 올려지고, 그 일을 반복반복 하면서 일을 해야 했다.
돼지인형이 거진 완성되었지만, 귀여움을 완성시켜줄 인형눈을 찾기가 힘들었다.
진이 너무 빠지고 한땀씩 가르치는 대로 하려니, 좀이 쑤시기도 하고.
간신히 별로 귀엽게 보이지 않는 분홍돼지를 뜨고나니, 더이상은 할수 없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랬는데 둘째가 와서 돼지인형을 보더니, 아주 귀엽단다.
돼지인형을 뜨다 지쳐서 내 마음대로 코를 늘이고 줄일 수 있는 모자를 후다닥 떴는데, 그것도 괜찮다고 한다.
뜨다 말고 밀쳐두었던 헤어밴드를 마저 떠주고 나서, 둘째가 좋아하는 토끼 인형을 떠볼 염두가 났다.
(아이들의 칭찬은 엄마를 춤추게 한다)
돼지로 끝냈으면, 치를 떨면서 못할 일이라고 하였을 것이다.
두번째 인형 토끼는 그런대로 수월했다.
그리고 연이어 생쥐를 뜨기로 했다.
따라하다가 계산이 흔들려 크기와 모양이 좀 더 우스꽝스럽게 나왔지만, 그럭저럭 마음에 든다.
솜을 집어넣고, 몸통과 팔 다리 귀 꼬리를 잇고 나면, 간신히 이뻐해줄만한 모양이 갖춰진다.
다 완성되기까지는 그것이 어떤 볼만한 모양이 될것 같지 않다.
한땀을 실수로 건너뛰어서도 안되고, 뜨개질하다가 세겹실에서 한겹을 잃어버려도 안된다.
마무리는 언제나 말끔하게 해주어야 한다. 시작과 끝을 짐작할 수 없도록.
마음은 먼저 나아가지만, 손이 따라가야 비로소 끝낼 수 있다.
이렇게 완성된 인형들로 오늘은 사진놀이를 했다.
베란다에 가서 이들을 세워놓고 사진을 누른다.
오늘의 재미를 위해 꽤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시중에 이쁘게 만들어진 인형들이 널려있는데, 나도 왜 이런짓을 했나.
아이들에게 두쌍씩을 일단 만들어주고, 나를 위해 정성껏 인형 하나 만들어보고..
창조적인 작품 하나를 완성한 다음,
더할지 말지 고민해보자.
아참 친구에게 오랜만에 카톡을 날려봐야겠다.
이제는 인형에 대해 나눌말이 있을 것 같다.
이런 인형을 아미구루미 라고 부른단다. 일본어인것 같다. 우리말로는 손뜨개 인형이라 해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