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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나, 그리고 우리

내 이럴줄 알았다

다시 오픈하고 보니, 마음의 부담만 커졌을뿐, 가닥이 잡히는 게 없다.

막내는 내게 좋은 핑계거리가 되어주었다는 것을 이제서야 알겠다.

그건 사실 글이 써지지 않는, 다른 하나의 요인이었을 뿐이다. 문제는 내게서 흘러나올 것이 별로 없다는 걸 인정했어야 한다.


이런 일이 한두번은 아니다.

오래전 신문사에 있을때 나는 신문사에 적을 두고 있어서 할말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해외 운동권 비슷한 모임에 적을 두고 있었다. 후배들, 선배들은 신문사에 있는 내게 약간의 기대를 했던 것도 같다. 아니면, 내가 발이 저렸다고나 할까?

그러면서 언제든 회사를 떠나면 더 자유롭게 무언가를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던 기억이 새롭다. 회사를 나오고서, 나는 어떤 사람이 되었나? 감도 떨어지고, 할말은 커녕 그저 생활인으로 깊숙이 자리잡았다. 


이 일이 지나고 나면, 이것이 끝나고 나면, 이 문제만 해결되면....

이런 일들을 겪었으면서도 나는 또 어떤 핑계속으로 나를 밀어넣고 말았다.


그리고 문제는 끝나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계속 발생한다. 그 모든 것이 잠잠해지길 기다린다는 것은, 아무것도 하지않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솔직하게 말했어야 했다. 할말이 없다고.


나는 글과 말이 같다고 주장하면서도, 또 다르다고 생각해왔다. 말을 잘하지 못하나, 글로 하면 더 잘할 자신이 있기도 했다. 그러면서 차차 말을 잊어갔다. 그러고나니, 이제는 글도 잊어져가는 것같다. 내편이었던 것 같은 글쓰기가 더이상 내게 말을 걸지 않는다. 너는 아무것도 아님을 인정하고, 그저 손내리고 살라고 나를 쥐어박는다. 나의 의지가 아니라, 다른 사람의 의지로 나를 맞추면서 살아가는 것이 네게 더 어울린다고 말한다.


말없는 사람,

잘 들어주는 사람,

화내지 않는 사람,

계산하지 않는 사람


이런 것들로 나를 무장시켜 나는 "꽤 괜찮은 사람"으로 스스로 과대포장하고 살았다.


바보같은 사람,

의견이 없는 사람,

무시해도 좋을 사람,

실속없는 사람


이런 말과 다를 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그래서 조금 말을 해보려고 했다. 실패했다.

그동안 하지못했던 일을 한번 해보려고 혀를 휘둘렀다. 제대로 풀리지 않았다. 네가 뭔데?

나의 오만함만 드러내게 되었다. 수습도 잘 안되네.


그럼 다시 이 글방을 닫아야 하나?

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무엇을 하겠다는 뚜렷한 목적없이, 다시 방문을 열었다는 게 문제다. 

나의 고민은 이제 무엇을 해야하나, 그것을 찾는 일이다. 일상밖에는 다른 글소재를 찾지못하면서, 일상은 나누고 싶지 않은 마음.

그래서 글방에 채워야 할것이 하나도 없게 되었다.


늙은 나이에 자아찾기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 나의 말과 글을 찾아내는 것이 나의 할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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