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플시럽 축제와 함께 토요일에는 "경매"가 있었다.
큰딸의 학급에서 학부모와 주변의 사업체로부터 기부를 받았다. 나는 경매가 그리 친숙하지는 않아서, 무엇을 기부해야 할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무언가 흥미를 유발하면서 그 값어치를 알수없는? 것이 적당할 것 같은데, 집안에는 그런 물건들이 눈에 띄지 않았다.
큰언니에게서 맥주잔, 티잔, 물컵과 캔디 바스켓등을 얻었고, 커피 프림, 설탕 셋과 커피 보온 잔을, 그리고 다른 언니가 갔다준 크리스마스 장식용 화분과, 비디오 테이프 5개등이 내가 마련한 것이다.
우리집에서 일하는 마기 아줌마는 이 소식을 듣고 우리편에 손으로 짠 작은 이불과 곰인형, 그리고 목욕용 셋을 기부해서 그녀의 이름을 써서 학교에 보냈다.
학교측에선 아이디어로 "한 가정을 초청해 식사 대접하기"등 특별한 아이템을 준비할 수도 있다고 하였다. 그곳에서 힌트를 얻으니, 남편의 침 치료가 생각났다. 말하자면, 침치료 3회 티켓, 5회 티켓 등을 만들어 기부하면 필요한 사람이 사서, 치료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남편에게 그 이야기를 하니, 남편의 반응이 좋지 않다. "그렇게 싸게 취급되고 싶지 않다..."라던가... 나는 그게 왜 싼것이냐, 좋은 기회다, 기부의 한 방법이 된다... 라고 이야기하다가 물러서고 말았다.
어쨋든 이날 쿠키를 12개 구워오래서 갔더니, 스낵바에서는 부모들이 준비한 온갖 먹을것과 음료수를 판매하고 있었다. 선반을 죽 둘러놓고 기부받은 물건들이 전시돼 있다.
물건의 이름과, 누가 기부했는지, "라이브"로 할 것인지, "사이런트(침묵)"로 할 것인지, 사이런트 경매 품목밑에는 종이와 연필이 있어서 사고자 하는 가격을 써넣는다.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사람이 그 물건의 임자가 되는 것이다.
라이브는 진행자가 물건을 보여주고(8학년 학생들이 물건을 관중석에 보여주었다), 가격을 반복해서 부르면 사고싶은 사람이 의사표현을 해서 가격이 결정된다.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진행자는 보통의 눈썰미와 감각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다. 눈빛을 보고도 그 물건을 좋아하는가 하는 것을 알아내고, 숨소리에서도 그들의 갈망을 잡아낼 수 있어야 한다. 숫자를 반복적으로 굴려말하는 그 독특한 어법은 사람들의 찰나의 욕망을 자극하는 최선의 소리인가 싶다.
내가 응찰했던 화분과 초 받침대. 물건구입에 성공하지는 못했다.
어쨋건 이날의 물건들은 다행했고, 특별했던 것중에서 기억나는 것은 "선탠 3회 티켓" "눈 치워주기 10회 티켓" "아이 2일 동안 봐주기" "경비행기 타고 세상보기"등, 학부모와 학생, 주변의 사업체에서 기부한 것들이었다.
경매가 진행되면서 놀라움을 금치 못한 것은, 실제가격이 그보다 훨씬 못미쳐보이는데, 높은 가격에 팔린 물건들이다.
크고, 두 색의 나무로 정교하게 만든 칼도마는 30불에서 시작해서 70불에 낙착이 되었다.
(시중에서 이렇게 비싼 도마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또한 치즈케잌 하나가 40불에도 팔리고, 호두 파이(만든 사람의 유명해서인지)도 20불이 넘었던 것 같다.
적은 돈을 들여서 좋은 물건을 사려고 하는게 경매라고 생각했는데(사실 모든 물건사기가 그렇지 않은가?) 이번 경매가 아이들을 위한 기금마련이라 그런지, 그렇게 예상외로 높게 팔리는 물품들이 많았다. 아니면, 물건의 가치를 잘 모르는 나의 싸구려취향이, 제대로된 값을 못매기는지도 모를 일이지만(이말도 신빙성이 있다).
나는 사이런트 항목에 몇개 적어넣었는데, 모두 실패하고 막내가 한 5불쯤 되어보이는 인형에 10불을 적어넣은것이 하나 당첨?됐다. 그래서 경매에서 우리가 지출한 돈은 적었는데 자꾸만 너무 인색하지 않았나 자성이 든다.
막내가 이긴 바구니에 담긴 곰인형.
집에와서 남편에게 한마디 했다.
"당신 것도 하면 좋았을텐데, 침치료 티켓말이야. 그게 도네이션(기부)의 한방법이야."
남편 "기어이 그 말을 하네..."
나 "아니, 당신이 경매에 대해서 잘못알고 있나 해서 그렇지 뭐. 다른 일도 아니고, 딸 학교일인데..."
남편 "나도 이상할때가 있다는 걸 보여준 거지.."
나 "그렇지 당신이 이상했던 거지? 그럴 사람이 아닌데 영 이해가 안가더라."
(속으론, 정말 당신 이상할 때 많어...)
남편 "알았어. 루미(둘째) 때는 내가 그렇게 하지.."
혹은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그런 자기 방어벽이 있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내가 경매를 보고 나니, 그날의 분위기는 모든 게 수월하게 잘 팔리는 듯 보였기에 이렇게 힘주어 면박을 주었다.
가게에 들른 한 학부모 말에 의하면 이날밤 만들어진 돈이 3,700불 정도라고 한다. 120셋이 되는 물건들이 하나도 남김없이 다 팔렸다는 것이 또 중요하다.
그동안 많은 행사들로 기금을 모아왔는데, 이번 것이 가장 크지 않았나 싶다. 귤팔기, 햄버거 팔기, 저녁 만들어 팔기 등등 한명당 5백 불 정도 드는 3박4일 오타와 졸업여행을 위해 아이들과 학부모가 일년내내 뛰고 있다.
올해는 초과달성을 하려나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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