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려다 멀리 달아났다.
어제밤의 눈과 바람, 우박등으로 곳곳에서 사고가 일어나고, 오늘아침에는 휴교하는 학교도 있다는 소식이다.
한 일주일 따뜻해서 이제는 동장군이 드디어 물러섰나 했지만, 이렇게 급습당하고 말았다.
사실, 나는 이대로 겨울이 끝난다는데 약간의 회의가 있긴 했다. 올 겨울의 눈이 예년에 비해 적은듯싶었고, 스노우 타이어 덕인지, 자동차 운전에 큰 어려움이 없었다. 또한 지붕에 배설해놓은 열선이 쌓여있는 눈을 조금씩 녹여줘서 매년 지붕밑으로 전봇대만하게 열리던 고드름이 제 기를 못폈던 건 올 겨울의 수확이다.
"설마 이대로 겨울이 끝나겠어"하는 내 맘속 이야기에 부응이라도 하듯이 지난 주말에 내려붓는 눈과, 쌀쌀함은 겨울의 한가운데를 느끼게 했다.
봄이 시작될 무렵 열리는 메이플시럽 페스티발이 날씨관계로 예년의 절반정도의 사람들이 다녀갔다는 소식을 들었다. 우리집에선 에너지가 가장 활기차고 신선한 밑의 두 어린이만 갔다왔다.
둘째는 친구들과 이틀 연속가고, 막내는 친구집에서 하룻밤자고 그집 가족가족과 방문했으며, 나는 그들의 견학을 귀로 확인했다.
메이플 시럽은 캐나다의 큰 단풍나무(국기에 그려진 잎사귀)에서 자연채취되는 것인데, 이를 끓이고 정화해서 시럽으로 만든다. 아침식사용인 팬 케잌에 부어서 먹는 달콤한 액체로 한국의 조청이 생각난다. 이 축제가 열리는 공원에 가면 1820년대 각종 풍속이 연출된다. 가죽옷을 입고 큰 무쇠솥을 밖에 걸어놓고 장작불로 시럽을 끓이고, 한편에선 사과를 이용해서 핫 애플 사이더를 만들어 방문객에 판다.
농부들은 집에서 기르는 희귀 애완동물을 데리고 와서 선보이기도 하고, 팔기도 해서 우리애들이 가장 좋아하는 장소이기도 하고, 옛스런 게임을 하는 곳이나, 텐트 하우스를 관람할 수도 있다.
또한 메이플시럽을 얼음위에 길게 붓고, 막대기를 가운데 뉘어놓고 둥글리면 달콤 시원한 얼음과자가 탄생한다. 좌판위에서 동전을 내고 하나씩 만들어먹는 재미가 있다.
막내는 제 저금통에서 빼내간 돈으로 "순수한 메이플 시럽"을 사왔다. 가진 돈이 4불밖에 없었는데, 5불 하는 그것을 그 착한 아줌마가 4불에 줬다고 희색이 만면이다.
오늘 아침의 메뉴는 당연히 팬 케잌에 메이플시럽이었는데, 그 한병이 반병으로 줄은 것을 보고 슬퍼하는 모습이라니.
(계속)
'부루스 카운티 산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캐네디언 라이프 (0) | 2005.05.24 |
---|---|
추운 주말이었지만 (2)..경매 (0) | 2005.04.07 |
성에꽃 (0) | 2005.02.04 |
어떤 우정 (0) | 2005.01.29 |
오랜만에 돌아온 감각 (0) | 2005.01.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