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엄마, 조던 놀러와도 돼요?"
조금 생각하다가,
"알았어."
전화하고 나더니,
"조던 없어서 아빠에게
메세지 남겼어요."
조금후 조던에게 전화가 와서 밖에서 기니픽을 데리고 놀고 있는 미리를 바꿔준다.
미리의 금요일 스케줄
완성.
#루미
"엄마 오늘 학교끝나고 케이트랑 걸어와도 돼요? 그런 다음에 같이 우리집에 왔으면 좋겠는데.."
잠시 ("어휴, 케이트가
또 온단 말이지?)라고 혼자 생각하다가,
"알았어."
학교버스 타지 않는다고 메모 적어준다.
#재용, 재원
"아줌마, 오늘 위트니 생일파티 초대받았어요."
"그래? 언제."
"6시 30분까지
오래요."
"알았어.
#선재
"아줌마, 오늘 저스틴이 와서 같이 놀다가 저녁 늦게 그애네 집에 가서 자기로 했어요."
"누가 데리러 온대?"
"예, 저스틴 엄마가 오신대요."
"알았어."
#나래
따르릉
"엄마, 빅키가 영화보러 가재요. 레베카도 있는데, 가도 돼요?"
재빨리,
"알았어."
매주 금요일 저녁이면 모두의 사생활로 너무 바쁘다.
주중에는 친구들과 노는 것을 되도록이면 막고,
주말에 자유를 주니, 제 나름대로 계획을 짜기도 하고, 친구에게 불려가기도
하고,
집에서 하고싶은 컴퓨터나 텔레비전을 보면서 하루를 지낸다.
특히, 날씨가 좋아지니, 우리 애들뿐 아니라, 다른 집 애들까지 바람이 들어가니, 그런 물결에 휩싸이지 않는 게 특별하달 수
있다.
큰애 나래는 친구가 불러내지 않는한, 제 자신이 친구를 초대하는 편이 아니라, 친구가 많지 않아보여서 오히려 걱정이 되는데, 요즘 슬슬
친구들과 노는 재미를 붙여가는 것 같다.
미리는 친구 조던과 하루밤을 자면서 놀았으면 했으나, 지난주에 생일파티 하면서 했기도 하고, 나도 좀 쉬고 싶은 생각에서 충분히, 그러나 자지는 말고 놀라고 했고, 루미는 케이트와 놀다가 같이 밖에 나가서, 금요일만 오픈하는 청소년센터(드라이 리자드)에 가서 놀다가 9시30분에 오기로 했다.
케이트와 루미는 친하긴 한데, 케이트가 너무 영악해서 나는 자꾸 그애에 대해서만은 주춤거리는 마음이 있다. 가끔은 싫은 표정도 하고. 친구
엄마에게 신임을 얻지 못하는 데도, 케이트는 기를 쓰고 우리집에 오려고 한다. 그래서, 나는 더욱 신경을 곧두세우는지도....(불쌍한 루미와
케이트)
나는 어제 무척 바빴다. 직원 하나가 오지못해서 아침부터 5시까지 일을 해야 했고, 5시에 밖에서 바베큐할 돼지고기를 재빨리 재고, 햄버거
꺼리와 야채등을 준비해서, 아이들에게 밖으로 나르게 했고, 남편에게 고기를 굽게 했다.
재원이와 재용이가 6시30분에 간다고 했으니, 그전에 아이들 준비해서 먹이고, 한30분 운전해서 데려다줘야 한다. 두 형제는 밥을 먹고 가야하는지, 아니면 그곳에서 준비되는지 잘 알지 못해서, 약간만 먹고 간다고 해서 우선 먹였다. 우리집에 있던 6명의 아이들과 놀러온 세명의 아이들까지 먹을꺼리를 만드는 일이, 힘에 부쳤다.
시간이 넉넉해서 음식을 하면, 기분이 나고 즐거운데, 짧은 시간안에 계획된 음식을 준비하려고 하면, 어떤땐 적군이 코앞에
닥친 군인의 심정이 된다.
나머지 아이들을 남편에게 구워서 먹이라고 하고, 나는 재원이 재용이를 데리고 위트니네 집에 갔다오니, 뒷마당이 비어있고, 남은 돼지고기
바베큐와 아직 미처 치우지 못한 그릇들이 피크닉 테이블에 있다.
왠지 서운해지려는데 남편이 나타나서, 집에 들어가서 먹자하고, 남편과
밖을 다 정리했다.
그러고 났는데, 나래가 친구에게 전화받았고, 친구집에 데려다 줄 수 없느냐고 한다. 함께 영화구경을 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집에서 데리러 오면 좋겠는데, 그집도 사정이 있는지 생전 가본적 없는 그집 가는 길을 받아적었다.
미리와 놀고 있던 조던이 걸려서 남편만 보내려다, 곧 그의 엄마가 데리러 온다는 전화를 받고 남편옆에 함께 탔다. 나래 친구는 타운에
살지않고 15분쯤 걸리는 곳, 작은 농장이었다. 낡고 오래된 농가에다, 쓰러져가는 "축사"가 옆에 있다.
그집에 도착하니 그집 아빠가 우리를 붙들고 놓아주질 않는다. 그 집도 날이 따뜻하니, 가족들이 모두 밖에서 바베큐를 하고 있었다. 수지가
맞지 않아 소를 다 정리했다는 말, 집이 낡아서 위험해 지붕을 고치고 있다는 말, 17마리 키우던 고양이가 7마리로 줄었다며, 쥐를 잡는데는
그만이라고, 대단히 사나운 사냥개가 너구리등을 잡는다고 또 껄껄껄 웃는데, 그에게서는 야생의 냄새가 나는 것 같다.
한 덩치 하는 그가 차에 팔뚝을 얹고 사설을 풀어놓는 바람에 나래만 내려주고 가려던 우리는 언제 인사를 해야 할지 난감했다.
어쨋든 집에 돌아오니, 온몸의 힘이 빠져서 꼼짝도 못하겠다.
비틀거린다고 침치료를 받으라는 남편말에 또 침대에 누워서,
적외선 온열치료기를 쬐면서 바위로 누른듯이 한바탕 자고 난 것이 몸의 회복에 도움이 됐는지.
이곳에 온지 석달이 넘어가는 선재에게 친구들이 생긴다. 우리집에 자주 오고, 또 저희집에도 데리고 가더니, 오늘은 처음 외박하는 날이다.
10시가 다 되어서 그집 엄마가 데리러 왔다.
이때쯤 재원이에게 전화가 왔다. 갈때는 위트니 아빠가 끝나면 데려다 줄 것 같다고 했는데, 다른 일이 발생하면 전화하라고 했더니, 아무도 데려다 줄 사람이 없다고. 그래서 또 한번 길을 나서야 했다
날이 밝을때와는 밤길의 모습이 다르다. 아이들을 싣고 돌아오는 길에서는 야생동물들이 움직이는 것이 눈에 자주 뛴다. 이쁜 사슴
한마리가 도로옆에 서서 갈바를 모르는듯, 먼데 허공을 쳐다보고 있다.
12시가 가까와서 집에 와보니, 큰애가 방금 들어왔노라고, 컴퓨터를 하고 있고.
재원이 재용이는 생일집에 먹을 것이 없었다며,
라면끓여먹어야겠다고 하고.
이곳 사람들이 음식을 주거나, 차를 태워주려거나 하려면, 반드시 그전에 그런 언질을 하게 마련인데, 한국적
사고방식으로 생일집에 당연히 먹을것이 있겠지 했던게 불찰이었겠다.
금요일 저녁은 그렇게 늦게까지 이어졌다.
오늘 토요일, 며칠전부터 약속한 둘째와 그 친구들 쇼핑시켜주는 날이다.
루미와 친구들 6명을 태우고 1시간 걸리는 오웬사운드를 갔다.
아담한 작은 몰안에 아이들을 풀어놓고, 3시간을 줘서 쇼핑하게 한 다음, 다시 다 담아서 데리고 왔다. 루미의 요구에 의해서 생일이 가까이 온
케이트에게 좋아하는 선물 하나 사주게 하고, 옷 한두가지 살 돈을 줬더니만, 알뜰하게 다 썼댄다.
그동안 나는 새 아파트로 이사간 언니집에 가서, 밀린 이야기 하고.
나보다 아이들의 스케줄이 더 바빠진다.
주중엔 나의 시간, 주말엔 아이들의 시간,
이래야 공평하지.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비교적 평온한 시간이 흘러가면,
금요일 저녁부터 일요일까지는 아이들의 시간에 봉사자로 임해야
한다.
아이들이 세명인데다 공부하러온 세명이 더 불어나니, 내가 바쁘지 않으면 그건 이상한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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