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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래 루미 미리.

한국방문후의 아이들

<나래>

 

가장 많은 변화를 보여준다.

지난 몇년간, 식탐을 그렇게 하더니, 보기에 넘쳐보일 정도로 살이 붙었었다.

한국에 가면서, 좋아하는 음식 무진 먹겠구나 했는데,

어쩐 일인지 그리 많이 음식을 밝히지 않았다.

 

그러고 나서,

다시 캐나다온후, 방문하는 사람들마다, 나래를 보고 한마디씩 한다.

얘, 너 살 빠졌다. 이뻐졌다.

 

그러고보니, 그아이가 변한 것이 보인다.

음식을 조정하고 있다.

제가 좋아하는 콩나물국과 무침이 있어도,

한그릇에 못미치게 떠서 먹고는 끝이다.

짐작하기론 한국에서 날씬하고 멋진 사람들을 많이 보고 온 탓인지..

(물어보진 않았다)

 

스스로가 알아서 다이어트를 하고 있었던 거다.

요즘은 동생과 같은 크기의 바지를 입는다.

그리고, 절대로 과식은 하지 않는다.

학교에서 하는 크로스 컨추리라는 체력단련 프로그램에 자원해서 한다.

 

8학년이 되면서,

많은 일들이 생긴다. 고등학교 들어가기전의 최고학년이므로 책임이 많다.

학교버스 탑승시 운전사를 도와서 아이들 명단을 체크해주는 것도 8학년 아이들 몫이고, 학교행사에 걸상 책상 날라다 체육관에 정열하는 것도, 행사후에 모든 것을 제자리에 돌리는 것도 8학년 아이들 담당이다.

 

졸업여행준비 기금마련을 해야 한다.

내년 5월경에 있을 3박4일 여행경비를 위해 1년간 발로 뛰어야 한다.

학부모 회의가 있었는데, 총 경비 일인당 5백여 달러중에서 그중 5분의 3정도를 작년에는 모았다고 했다.

이를 위해 바베큐 나잇도 있고, 피쉬 엔드 프라이 디너(생선튀김과 감자튀김이 주메뉴인 저녁식사)도 준비해야 한다.

오렌지도 팔아야 하고, 할로윈데이 즈음해서는 "무서운 날"로 정해 농장에서 귀신 분장하고 아이들을 맞는 프로그램도 준비하고 있다. 이날의 입장료를 기금으로 만드는 것이다.

협동으로 벌어들인 것은 각자의 이름으로 나누고, 개인적으로 벌여들인 돈도 적립하고 해서 부모의 부담을 최대한 줄인다.

 

지난번 <가을축제> 때는 축제마당에 텐트를 치고 꼬마들에게 "얼굴에 가면그려주는 일"을 했다. 스파이더 맨을 남자아이의 얼굴에 그리면서, 내가 사진기를 들이대면 찍지 말라고 눈을 흘겨댔다. 여전히 성격은 조금 모가 나고 둥글둥글하지 않다.

 

어느날, 그애와 함께 저녁운동을 나갔다. 빨리 걷기운동을 하자고, 뚝방길을 함께 걷다가 이야기가 나왔다. 삶이후에 대한 궁금증, 이성친구에 대한 의견, 문신이나, 귀걸이 배꼽걸이등에 대한 이야기, 담배 마약에 대한 것등 제 생각을 지나가는 바람처럼 이야기한다. 몇가지를 제외하곤, 고루한 한인의 자녀답다. 어쨋든 나래가 커나가고 있는 게 가슴아프도록 대견하다.

 

아직도 동생들의 부탁엔 얄밉게 거절하고, 컴에 붙어있는 시간이 다른 애들보다 훨씬 길어도, 나는 이제는 나래를 믿을 수 있을 것도 같다.

 

나래가, 제일을 스스로 결정해서, "다이어트에 성공"한 것 처럼, 발달하는 신체에 따라서 성품도 성숙하길 바란다.

 

<루미>

 

한국에서도 루미의 불평을 들어본 적은 없다.

"구경"이 힘들어도, 엄마의 의견을 마지막까지 존중해줬었다.

루미는 이제 언니보다도 나보다도 키가 크다.

한국에 있을때 머리카락에 액센트를 줘서 그런지,

다른 키 큰 친구들과  미니스커트를 입고, 뒷모습을 보일때는

어디 저런 늘씬한 서방 미녀들이 다 있나 싶다.

멋부리기가 하늘을 찌르는 아이인데, 불행하게도 여드름이 다닥다닥 난다.

성장이 너무 빠르다. 초등6학년인데, 고등학생이냐는 소리도 듣는다.

사춘기 소녀처럼 제 방에서 혼자 있을때도 많아졌다.

 

한국방문후 캐나다에 와서 친구들의 방문이 폭탄처럼 쏟아졌던 것도 그애고, 친구집에 초대받아 자고오고, 또 친구를 데려와서 재우고... 엄마의 날들에서 루미의 날들로 변화가 있었다.

 

그러나 루미는 성장을 조금 늦추고 아직은 어린애여도 좋으리라.

 

<미리>

 

여전히 글씨는 삐딱하게 쓴다.

그 어린 것이 두자리수 더하기를 하는 것조차 신기하다.

예전 큰딸이 4학년일때, 뭐든지 제대로 하는 것도 없는 것 같고, 애상을 바쳤었는데,

막내가 4학년이 되니, 단순한 것 하는 것도 그렇게 대견해보인다.

 

자전거도 곧잘 탄다. 그래서 학교도 자전거로 갈때가 많다.

자전거 하면 또 어떤가. 다른 아이들은 초등 1학년때부터 탔던 것 같은데,

막내는 겨우 1년전쯤해서 조금씩 타기 시작했다. 그래도 그애는 뭐든지 잘하는 것 같다.

젓가락질을 못하고 여전히 포크가 필요해서, 한국에서는 그 포크를 찾느라 아주 힘들었었다. "네가 달라고 해"하면, 간신히 식당아줌마나 방문한집 어른들께 부탁드린다. "포오-ㅋ 주세요"하면, 누구도 그 아이의 본토발음을 알아듣지 못했다. 할수 없이 엄마가 나서는 수밖에.

 

어제는 기니픽의 발톱을 깎아주는 것을 보았다.

집에 들여와서 한번도 깍아주지 않아서 발톱이 길어서 거의 꼬부라졌었는데, 매일 나에게나 남편에게 부탁을 해도, 우리들이 어쩌지 않자 결국 손에 고무장갑을 끼고 발톱을 깎아주었다. 기니픽은 미리가 달래면서 조금씩 깎아내자, 나중에는 가만히 있었다. 동물들이 좋은 엄마를 만난 게 틀림없다.

 

아참 내가 실수를 했다. 지난번 축제에 가서, 미리가 애절하게 원해서 기니픽 한마리를 또 샀다. "죠이"라는 이름을 가진 2달짜리 기니픽이 우리집의 또하나의 식구가 되었다.(지금도 너무 많은데)

 

그 축제에 갔을때 전시된 것을 구경하고 있자니, 옆에서 "쟤가 미리야, 미리..."하는 소리가 들린다. 그래서 보니, 제이콥의 엄마가 그 할아버지에게 미리를 보여주고 있는 중이다.

 

<미리가 제이콥 집안의 화제의 인물임에 틀림없어. 그래서 할아버지에게 "손자가 좋아하는 소녀"를 소개시켜주는 것 아닌가?

누구라도 미리를 좋아할거야. 나의 착각만은 아닐껄? 그러나 어림도 없어. 예전에 제이콥이 생일에 초대받아 왔을때 보니, 음식먹는 것도 까다롭고, 활발하지 않고, 뒤에서 하는 장난끼만 발달한 것 같던데. 아무에게나 미리를 줄 수 없지, 암 없고 말고...>

 

나는 혼자 소설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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