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필드트립을 가기전에 부모동의를 받아야 한다.
막내가 가져온 이번 야외학습은 “부루스 파워(Bruce Power)”에서 제공하는 [Deer] 프로그램이다.
풀과 나무에 대한 것을 공부한다고 나와있다.
부모 사인하는 란과, 아이들을 도와서 같이 참여할 의사를 묻는 항목이 있다.
사인을 하면서 보니, 이 란에 체크가 되어있다. 막내가 미리 그렇게 해놓은 것이다.
엄마도 같이 가자고 하는 딸의 말에 웃으면서
“엄마는 일이 있어서…”하면서 지우개를 찾으러 다녔다.
그때 마침 지우개가 눈에 띄지 않고, 내가 스스로 약속한 것(아이들 학교행사에 최대한 참여한다)도 있고 해서,
하루종일 딸과 같이 그 프로그램에 동참하게 되었다.
그런데, 사실 집에서 편히 있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숲속을 향하여... 걸어가고 있습니다.
“부루스 파워”는 전기회사이다. 원자력(이 대부분), 바람(풍력)등을 이용하여 온타리오 전력의 상당부분을 공급하고 있다.
우리 동네에서 30분 정도 떨어져있는데, 우선 도착하면, “방문객 센터”라는 간판이 눈에 띄인다.
이 회사는 주변의 학교 학생들을 초청해 여러가지 과학, 자연에 관련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요즘엔 대부분의 외부학습에 버스비와 입장료등이 들어간다.
그러나 이 학습은 모두 무료이다. 우선 그점이 부모와 아이들에게 호감을 준다.
처음에는 극장식 강당에서 강의를 들었다.
나무가 제공하는 것들을 하나씩 말해보자, 로 시작되었다.
종이, 열매, 공기, 하키스틱, 쉘터, 야구방망이, 집, 계단, 카누, 노, 마루, 책상, 자, 연필… 아이들의 손이 끝도 없이 올라가는 중에,
강사는 학생 한명을 나오라고 하더니, 그가 입은 옷도 나무를 원료로 해서 만들어졌다고 말해준다.
그렇다면, 나무가 없는 삶을 상상할 수 있겠는가?로 이어지고 나무의 종류와 생태등에 대해서 설명한다.
"먹이사슬 놀이"를 하는 아이들,, 옆으로 풍력발전기가 보입니다.
그러고 밖으로 나갔다. 제법 울창한 살림이 밖에 있다.
바람을 이용한 풍력기가 높게 서서 세 날개를 돌리고 있다.
활엽수들은 새순을 이제 조금씩 내밀고 있다.
병든 나무도 있다.
과일농장에서나 자랄 사과나무같은 것도 있다.
이 나무들은 주변의 농장에서 새들에 의해 씨가 날라져와
이런 숲속에 자라고 있단다.
오늘의 진행자이면서 이 회사 직원인 낸시는
미리 준비된 나무 밑둥을 아이들에게 보여준다.
두 나무가 있는데, 크기가 차이가 난다. 그 둘은 같은 나이, 같은 종류라는데.
작아진 나무는 공간이 비좁아 제대로 성장하지 못한 것이란다.
나이테의 간격도 고르지 않다. 봄날에는 많이 자라서, 나이테의 간격이 넓어졌다가 겨울에는 촘촘해 진다는 것. 이런 나무의 나이를 알아내는 학문도 있다고 하는데 이름도 긴 “Dendrochronology”(덴드로크로노로지).
이 안에 있는 알파벳으로 만들수 있는 단어가 80여개가 넘는다. 무슨 말인고 하니, 이 안에는 den, corn. Hole God, go, dog ..등등, 아이들 전체가 머리를 짜내니, 80여개가 넘는 단어를 찾아낼 수 있었다. 긴 이름을 친숙하게 여기도록 하는 기발한 방법이다.
자, 이 나무는 몇살이지? 110살이 넘는 삼나무를 잘라서 보관하고 있었습니다.
다시 게임을 통해서 맞춘 아이들을 나무 하나로 명명해주고, 그 나무가 자라기위해 필요한 조건을 수집하게 한다. 그래서, 커다란 사람나무가 생겨난다.
어떤 나무는 2배 정도 되는 햇빛이, 어떤 나무는 많은 수분이, 어떤 나무는 좋은 토양이 있어야 한다. 또한 그들이 잘 자라기 위해서는 너무 빽빽하지 않은 공간이 필요하다.
철부지들을 공부시키는 것에 감명을 받는다. 세팀으로 나누고, 1팀에게 상으로 모자를 걸어놓고, 그동안 배운 것을 토대로 게임을 한다. 아이들이 필사적으로 하나라도 더 맞히려고 노력하고.
밖으로 나갈때는 연필과 종이받침을 나눠주고, 각각 공부한 것을 적게 한다. 작은 과학도들 같다.
먹이사슬 놀이를 하는데, 메뚜기 많이, 그 다음 개구리, 그 다음 뱀, 그다음 매순으로 아이들을 뽑아서 놀이를 한다. 먹이사슬에 안 걸리기 위해 죽도록 뛰어야 한다. 게임이 끝난 후 낸시는 아이들에게 묻는다.
먹이 사슬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하냐?
메뚜기다.
왜 그러냐?
메뚜기가 없으면 모두 생존할 수 없어서 그렇다.
아이들..
아주 작은 의문도 물어보고, 또 주제와 상관없는 것까지 손들을 번쩍번쩍 올린다.
선생이 지적할까봐서, 고개를 약간씩 수그렸던 옛날이 떠오른다.
아이들 말을 다 들어줄 수 없어서, 건너뛰기도 해야한다.
마치 노는 듯이 보이지만, 아이들이 현장학습에서 얻는게 많다.
어쩔 수 없이 나섰던 길이지만, 모처럼 학생이 되어서 많은 것을 건지고
살림속으로 들어가는 길에 밟았던 폭신폭신한 땅의 느낌이 나를 생기있게 만든다.
이게 무슨 나무랬지? 열심히 조사하는 아이들.
이번 방문을 더불어 “부루스 파워”를 조금 더 이야기해보자.
주변 동네를 모두 통틀어서 가장 큰 회사이다.
방문자센터에 들어가니, 사훈이랄 수 있는 것이 모두의 눈에 띄게 걸려있다.
- 안전 우선
- 이익 도모
- 공개성
- 존경과 상호인식
- 전문성과 개인존중
이 회사는 지역 주민들에게 너무 아부한다 할 정도로 잘한다.
아마도 핵발전소이니, 주민들의 안전을 책임진다는 그런 명제가 있을 것이다.
크고 작은 행사에 일등순위로 기부하는 것은 기본이고,
매년 큰 축제를 비치에서 주최한다.
열려진 행사로, 하루종일 라이브 음악과 햄버거등 음식이 무료로 제공된다.
아이들을 위해서는 매직쇼등이 시간별로 열리고, 게임을 해서 상품을 나눠준다.
공룡전시관도 불러서 관람시키고, 물가쪽을 한바퀴도는 기차도 무료로 운행한다.
아침부터 시작해서 저녁까지 이어지는데,
날이 어두워지면 불꽃놀이를 한다.
비치 모래밭에 사람들이 삼삼오오 앉아서 물가 훨씬 뒤쪽 제방에서 빵빵 터지는 불꽃을 보며 환호성을 지른다.
이 회사에 근무하는 직원이 한 3천여명.
우리와 가깝게 지내는 한인 한분이 이곳을 다닌다.
어느날이던가, 그의 부인이 아파서 병원에 가야한다고 했는데,
그날 두분이 함께 병원에 갔다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회사는 본인뿐이 아니라, 가족이 아프면 병가를 신청할 수가 있다고 한다.
세세히 알지는 않지만
최고의 직원혜택을 보유하고 있는 듯 싶다.
몇년전에는 핵발전소중 한 절반되는 시설이 가동을 중단해야 하는 일이 발생했다.
직원들의 상당수는 다른 지역으로 옮겨야 했고.
그때 많은 사람들이 마을을 떠났고, 지역 경제가 휘청하는 것을 경험해야 했다.
지금은 다시 몇개가 재가동되었고, 시험중이다.
사람들은 핵발전소가 가까이 있다고 안전을 걱정하지는 않는 것 같다.
그 “회사”를 믿는다는 것이다.
지역사회가 활성화되는 것에 그들의 역할이 아주 크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있다.
부안군 이야기가 생각난다.
같은 핵발전소인데, 받아들이는 것이 너무 많이 차이나서다.
믿음이 없으면, 그 어떤 좋은 것도 바로 성장할 수 없는 것같다.
정부와 국민간에 믿음을 회복하면, 무궁한 가능성이 있는 일들을.
진실된 자료를 바탕으로 홍보하고, 인내심을 갖고 그를 들어주는 일들이 병행되었다면 조금 다른 결과가 생기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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