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아이들 3월 휴식(마치 브레이크)이 다가올때부터, 머리속에는 여러가지 생각들이 겹쳐서 갈데를 몰라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번에 나올 성적표를 걱정하느라, 며칠간은 끙끙 앓았다. 당사자인 어린애도 아니고, 엄마가 끙끙 앓다니 한심해하면서도 그 안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문제는 큰아이때문이다.
한참 지난일이지만, 아이들이 학교에 가고난 다음에 남편이 나에게 알려주기를 큰애가 학교에서 시험본 것을 사인을 받아가야 하는데, 엄마에겐 무서워서 보여줄 수가 없고, 아빠가 사인좀 해달라는 했다는 것이다. 엄마에게는 비밀로 하고.
세상에나.
그 시험성적이란 게 형편없어서도, 나를 흥분하게 했지만, 그런 몰상식한 일을 저질렀다는데, 참을 수가 없었다.
큰애는 얼마나 심약한지, 동생들에게 무섭기만 하지, 무언가 스스로의 힘으로 문제를 풀어나가려고 하지 않는다.
약간 비켜서서, 스스로 문제가 풀어지기를 기다린다고 할까.
학교에서 돌아온 그날도, 또 그 다음날도 나에게 이질직고하러 오지 않았다.
내 맘에 지옥이 오락가락하면서, 이 분통을 잠재울 묘약이 도대체가 떠오르지 않았다.
마침내, 아이와의 단독대화.
너무 "두려웠다"는 것이다. 엄마가 소리칠까봐. 그러면, 제대로 했어야하지, 내 분에 못이겨서 혼자 눈물을 흘리고. 시험잘못볼 수는 있지만, 그렇게 엄마에게 숨기고 말하지 않았다는 것이 나를 너무 힘들게 했다고 말했다.
단순한 아이. 그러면 다음엔 이야기하면 되냐고. 열심히 해서 잘보겠다고 말하진 않는다.
어려서, 공부깨나 할 것 같았던 아이가 영 아니올시다로 변하고 있다. 공부뿐이 아니고, 모든 일에 수동적으로 맞대응한다.
학교에서 하는 많은 일들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고, 숙제도 모르는 것은 선생에게 미루고, 최소한만 하는 가 싶다.
사회와 지리 시험본 것이 그정도였으니, 성적표 나올일에 내 마음이 답답해진다. 내 자신이 이성을 못찾을 것 같아서 였다.
학교생활을 그정도로 하고 왔는데, 그 아이들을 위해서 어렵게 시간내서 여행이든지, 쇼핑이든지 해줄 힘이 남아있을까 그런 내 안의 우려가 드는 것이다.
성적표를 들고와서 뻣뻣이 얼어서 나에게 내미는 큰애앞에서, 하나씩 꼼꼼히 챙겨봤다. 두 과목은 지나번것과 합산했지만 여전히 기가막힌 점수. 그렇게 미리 단련해서 그런가. 그리고 다른 것들도, 회초리라도 들고 정신차릴 거냐고 말하고 싶을 정도수였지만, 별다른 화가 나지 않았다.
그러고나니, 아이들을 위해서 1주일을 잘 계획해서 놀게해줘야하는 일이 남게 됐다.
우선 시간이 많이 한정된다. 남편과 같이 움직이려면, 가게일등 맞춰놓아야 할일도 많고. 그러는 와중에 둘째는 기침감기가 걸리고, 큰애의 안경은 부러지지까지 했다. 반드시 가야할 곳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이렇게 지리멸렬한 집안의 운영자가 되다보니, 계획이 몇번이나 바뀐다.
이제는 아이들도 제들 나름대로 스케줄이 있어서, 엄마가 왔다갔다 하니, 원성이 대단하다.
토톤토 조카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이들하고 이모가 온다고 해서 기다리는데, 어떻게 된거야? 나도 일끝나고 아이들하고 놀 수 있는데. 그래, 그게.... 요즘 이모가 정신이 없다. 어째 계획이 잘 서지가 않는다. 그래 토론토에 가야하는데, 놀 시간도 별로 없고. 그래서 네게 전화안했어...
그러고 끊고보니, 그래 가족이 있는데 가서 하루이틀이라도 편히 놀고오자는 생각이 든다. 너무 욕심이 많았던 것 같다.
아이의 성적이고 여행이고 완벽해지기를 바라기만 한 거지. 여행도 마음에 꽉차는, 아쌈한 어떤 것이 하늘에서 마음속에 결심을 줄 줄 알고 기다리고.
그런 것은 없나보다. 엉거주춤하면서, 잘못된 결정도 하고, 실수도 하고...
못받은 점수라도, 고생했으니 필요한 것 사주고, 보여주고, 먹여주고....
그래도 토론토에서 할머니가 아이들 온다고 기대하고 있으니 그곳서 묶으면서, "희망의 이유" 원본도 구할겸 책방 나들이에 갈급해하는 막내딸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려고 한다. 토론토에 있는 "세상에서 가장 큰 서점"에 들려서(서점 이름이 그렇다).
욕심때문이다. 작은 시간에 최대한의 효과를 추구하려는. 아무런 것도 얻지 못하고, 지리멸렬해지고 있는중이다. 애들이 아니라, 집안의 경영자로서 내가 정신을 차려야 할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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