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요일 아이들이 방학했다.
방학을 전후해서, 내 머릿속이 무진 바쁘다.
아이들과, 내 계획이 뒤엉클어져, 이를 짜맞추느라 그랬다.
우선 우리집의 세 한국권 학생이 한국으로 돌아가고..ㅎㅎ
영어권의 세 아이만 남게 된다.
내 아이들만 있게 되니, 나에게도 여름휴가가 2달이나 호박이 덩쿨채 굴러들어온 것처럼 내 치마폭에 안기게 됐다.
그런데, 그 호박을 잘 안기위해 아직도 해야할 일이 많이 남아있다.
우선 막내의 캠프가 그중 먼저 시작된다.
걸 가이드 캠프장에 오늘 데려다 주고 왔다.
일.주.일이나 집과 엄마를 떨어져서 지내야 하는 막내는, 두려움인지 home sick(집이 그리워 병나는 걸 말하지?)에 걸리면 와도 되냐고 몇번이고 묻는다.
물론, 그렇지만, 이제 두자리수 어린이가 됐는데(10살을 말한다) 그런 것쯤은 잘 참아넘길수 있을 것이라고 격려해준다.
막내가 홈 싴에 걸려서 돌아오면 큰 낭패다.
나는 막간을 이용해서 토론토에 가려고 한다.
둘째가 한글공부를 조금 본격적으로 한다는 것에 동의, 토론토의 한글학교에 2주간 등록했다.
막내가 집에 없는 틈을 이용해서, 토론토로 떴다가, 그애가 돌아오는 토요일에는 쏜살같이 돌아와 캠프장으로 마중을 갈 계획이다.
그런데 캠프도중에 돌아오면 일이 보통 복잡해지는 게 아니다.
캠프장은 마치 군인들 막사처럼 탄탄한 광목으로 되어있고 바닥에 마루를 깔아서 습기차지 않게 만들어져 있다.
전기와 텔레비전등 문명이 없는 곳에서 별을 보면서 잠을 잘 것이고,
함께 만들어서 먹는 캠프생활에 재미를 들이길 바란다.
어쨋든 그렇게 막내의 여름은 시작이 되고..
둘째는 겨우 2주간이지만 한글을 한인2세 어린이들과 배우고 나면,
조금 남는 게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나는 지난주 오랜만에 토론토 친구들을 만났다.
몇명은 거의 8년만에 만났다.
이제 조금씩 그리울때가 됐는가?
한 친구가 한국으로 교환학생으로 가는 배웅의 자리에 나도 동참하게 됐다.
식당에서 2시간에 걸쳐서 밥을 먹으며 이야기하고,
친구집으로 옮겨 또다시 5시간이 넘게 한자리에 앉아서 이야기하다 왔더니,
엉덩이뼈가 조금 아프려고 했다.
모두 같은 교회 친구들.
10년 이상의 세월을 외국에서 살아온 그녀들은,
나름대로 모두 한가닥씩 일을 하고 있다.
외국인 회사에서 간부 자리에 오른친구,
신학을 늦게 공부하고, 그를 위해 한국으로 공부하러 가는 친구,
교육청에서 이민자의 자녀와 부모를 도와주는 일을 하는 친구,
밥벌이가 시원찮은 남편 대신에 식당으로, 병원 비서로
일전선에 들어선 젊은 엄마...
참 신선하고 즐거운 날이었다.
그동안 못만난 토론토 지기들을 한두명 더 만나게 될지 기대를 해봐도 될른지.
남편과 큰애는 집을 지키며 둘만의 조용한 시간을 갖게 된다.
큰애의 가게 훈련이 무리없이 잘 이뤄지길 바래본다.
여름은 평범하지 않다.
일상을 탈출하여 도전과 모험을 갖는 기회가 된다.
가방을 꾸리고,
기다리지 말고,
찾아 떠나자.
무엇이든..
둘째가 한글공부할 동안
나는 무얼 하며 헤맬지,
나를 지켜보는 나를 보며 미소를 지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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