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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래 루미 미리.

학교폐쇄라니...

고사리같은 손으로 접시를 들고 차례를 기다리는 아이들을 본다.
지난 월요일은 부모들(아침식사 클럽, 칼럼5호 참조)이 준비한 크리스마스 아침식사의 날이었다.
나는 그전날 노래공연을 한 까닭인지(약간 흥분상태) 새벽에 깨어서는, 아예 잠을 안자다
아침일찍 학교로 갔다.
메뉴는 쏘세지, 스크램블 에그, 팬 케익, 과일, 치즈등이었다.
매일 아이들에게 아침을 제공하지만, 이렇게 대단한 메뉴로 아이들의 배를 불려놓으니
기분이 좋다.
아이들에게도 홍보를 하고, 학교측에도 약간의 아침 수업시간 지체에 대한 양해를 부탁해놓았었다.
그래도 학교강당에 몰려온 아이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나중에 유치원 아이들과 1,2학년등 저학년 학생들을 선생님이 데리고와서
1백여명이 넘는 아이들로 북적이는 풍성한 식탁을 마련할 수 있었다.

봉사나온 부모중에는 레스토랑에서 주방장으로 일하는 <사모니> 아빠도 있었고,
시의원으로 일하는 메리 커밍 할머니도 있었다.
부모들도 산타모자와 사슴 모양의 머리띠를 두르고, 아이들에게 서빙하고…
큰애는 그 전날 감기기운으로 끙끙대더니, 이날 아침이 되자,
씻은듯이 나아버렸다.
빅 아침식사를 놓칠수야 없지 않은가.

아이들의 식사가 끝나고, 참가자들이 남은 음식을 먹으며
하는 대화는 단연 <학교 폐쇄>에 대한 것이었다.
현실화된다고는 생각하기도 싫지만, 어쨋든 학교가
목하 검토중에 있는 중이었다.
한 부모는 가까운 데에 학교가 있으니, 이렇게 나와서 아이들도 보고,
봉사도 쉽게 하지만, 먼곳의 학교로 아이들이 통학해야한다면, 이런 일이 가능하겠는가 반문한다.

페이슬리(마을이름)의 위기이다.
몇가지 결격사항이 있으면, 교육청 관할하에 검토대상에 들어간다.
페이슬리는 학생의 감소, 건물의 노후화 등이 걸렸다.
엊저녁의 학부모 모임에서 안 것이지만, (이 교육청엔 초중등 48학교, 고등 11학교가 속해있다)
지난 95년부터 2005년까지를 볼때, 전체 학생수가 25%가 감소했다.
학교수는 그대로 있으면서 학생수가 감소했으니, 경비절감의 측면에서
학교폐쇄를 검토하게 되는 것이다.
작년에도 몇학교가 폐쇄당했다.
페이슬리는 이번 학기에 검토를 시작해, 반대의견, 교육위원들의 토의, 공청회 등을 거쳐
내년 6월에 결정이 나게 된다.
그전에 학교가 <안전>한지, 알게 될 수도 있다.

처음 이 소식을 들었을 때는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다.
캐나다 정부가 그렇게 돈이 없나?
마을에 하나밖에 없는 학교를 닫다니?
동네 사람마다 거품을 물고 말한다. 학교가 폐쇄되면, 지역경제에도 대단한 타격이 올 것이다.
젊은 가족들이 떠나고 들어오지 않을 것이며, 집값도 떨어지고 더 말해서 무엇하랴.

페이슬리 학교의 현주소는 이렇다.
학생이 현재 182명, 학교 정원의 65.88%를 채우고 있다.
인원은 계속 감소 추세,,,, 연구보고한 결과에 따르면, 2017년이 되면
55.14%로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건물은 1968년에 지어진 것으로 앞으로 20년간 3백만 달러의 보수비가 들 것이다.
이 같은 자료는 내가 교육청 웹사이트에 들어가서 훑어보니 나와있다.

여러가지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동네 도서관을 닫고, 학교 도서관을 같이 이용하는 방법,
주민들의 기금모금,
응급처치실로 한 공간 활용,
유아원을 학교안으로 옮기기,
다른 지역의 학생들 유치하기…

이 문제는 가까운 지역의 학교들과도 연관된다.
초등학교 둘과 고등학교 하나 있는 옆 마을에서 초등학교 하나를 포기하면,
우리 학교는 살아남을 가능성도 있다.

학부모들이 해야할 일은 여러가지 아이디어를 내놓는 것이다.
작년에 폐쇄직전에까지 갔던 한 학교는 부모들이 벌떼처럼 들고 일어서,
학교 건물 사용의 다양화, 학교가 반드시 이 지역에 있어야 하는 이유들을
제시해, 그 막힌 터널을 뚫고나올 수가 있었다.

말도 안되는 일이라고 “피켓” 들기만을 생각하던 나에게 이 문제는 도전을 준다.
방안을 찾아내는 것이다. 이웃들과 함께.
교육청의 고충도 함께 아파하고, 지역이 살아야 한다는 것.

우리 가게에서는 <네바다 복권>이란 걸 판다.
그 자리에서 오픈해서 바로 당첨사실을 알수 있다고 해서 <브레이크 오픈 티켓>이라고도 불리는데, 그 이익금의 상당부분이 비영리단체로 가게 된다.
대부분 복권회사에서 알아서 비영리단체를 정해주는데,
이번에 그것을 학교로 바꿀 생각이다.
교장하고 말하는 일이 남아있다. 그 이익금도 한달이면 600여불이 되므로,
조금 도움이 될 것 같다.

어쨋든 싸움이 시작되었다.
아이들의 꿈의 원천인 아름다운 학교가 <폐쇄>당하는 일이 없도록,
안돌아가는 머리를 돌려야 할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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