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에 다녀왔다.
그 섬의 이름은 크리스천 아일랜드(Christian Island).
우연찮게 그섬을 발견했다.
발길닿는 대로 가보자고 나섰던 1박2일의 결혼 기념 여행에..
지도를 주의깊게 보다가 호숫가 곁에 있는 작은 섬을 손가락으로 집어냈다.
어떻게 나의 마음속 갈망을 적절히 표현했는지.
가는 길에 들렀던 "천국"같았던 호숫가 공원은 그저,
애피타이저로 생각했다.
무엇 하나 부족함이 없었던.
이불처럼 우리를 덮어준 소나무 그늘 아래,
책을 끼고 누워서 바라본, 호수와 하늘.
날은 최상이었고, 조용한 그곳에는 물소리와 바람소리만 친구처럼 곁에 있었다.
그렇게 하루의 거진 다를 보내고 크리스천 아일랜드로 떠나는 배가 있는 시더 포인트에 도착했다.
배를 타려는 차들이 줄서있다.
배편과 섬을 소개하는 책자를 구했다.
6시 배편이 있었고, 돌아오는 마지막 배는 10시 30분에 있었다.
그 섬이 크리스천 섬이라 불리게 된 연유가 그러했다.
때는 1600년경.
토박이들의 기독인 박해를 피해서 크리스천들이 이 섬에 몰려들었다..
그 해 여름 3,000명에 가까운 인구들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데,
혹독한 겨울을 나면서 기아와 병으로 많은 사람이 죽고 1,000명이 남았다는 이야기.
그런 역사적인 기록이 밝혀진 것은 20년도 안된 최근의 일이다.
그래서 그 섬의 옛이름이 없어지고, 크리스천섬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이런 이야기들이 섬에 관한 책자에 소개되어있다.
섬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정말 가슴이 두근거렸다.
캐나다땅에서 이렇게 역사적인 곳을 "발견"하다니!!
"중요한 업적은 항상 당신에게서 나오네"하면서 추켜주는 남편말에 고개를
주억거리며 무엇을 얻을지 가슴이 설렜다.
그런데 가만 보니, 그 섬에 들어가는 사람들이 인디언들(네이티브 사람들)이다.
그들의 삶의 터전인가 보다.
우리처럼 "관광"하는 사람은 없어보인다.
결혼 15주년 근사한 저녁을 해지는 것을 바라보면서 크리스천 아일랜드에서 하는거야, 우리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말을 나눴다.
차를 실은 배는 천천히 나아갔다.
차속에서 앉아서 배를 타서 그런지, 도무지 움직이는 것 같지 않다.
끊어준 배표를 보니, 물건의 도난, 훼손등에 우리는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박혀있다.
마치 딴나라를 들어오는 것 같다.
치안유지가 되어있지 않은, 얼굴넓적한 인디언들이 사는 원주민 마을에 들어오게 된 것을 배를 내리면서 알게 됐다.
선착장부터 포장되어있지 않은 휑한 모습을 하고 있다.
"분위기좋은 음식점"은 고사하고, 어디 한곳 쉴데가 없다.
작은 초등학교가 보이고, 교회가 보인다.
인디언들이 초라한 작은 집에 모여 불을 피워놓고, 핫도그를 구워먹고 있다.
그들이 힐끗힐끗 본다.
"잘 먹기 위해" 점심까지 굶었는데, 레스토랑이라고 쓰인데를 가보니, 어느곳에 문이 있는지도 모르겠고, 창이란 창은 모두 무쇠 철창이 둘러있다.
"도난"을 조심하라고 경고한 배표가 떠오른다.
식당 창문으로 몇사람이 앉아있는 것이 보이는데, 장사하는 것같지는 않다.
섬을 한바퀴 돌아보기로 한다.
비포장도로에서 먼지가 풀썩이며 올라온다.
가꾸지 않고 내버려둔 나무들이 하늘높은 줄 모르고 자라오르고,
어떤 것은 제풀에 지쳐서 쓰러져있다.
서쪽 비치에 가니,
한쪽에서 텐트를 치고 있고,
요란한 페인트 칠을 한 간이화장실이 있다.
남편의 인상이 흐려진다.
그 섬은 내가 자란 시골의 개발안된 갯벌을 보는 듯하다.
10시 30분 마지막 배를 타자던 우리의 계획을 전면 취소하고,
바로 뒷배를 타고 나오자고 한다.
나오는 길에 스넥바를 들려서 머핀과 음료수를 사서 요기를 한다.
시간표를 잘못봐서, 여차하면 7시30분 배를 놓칠뻔 했다.
우리차가 오르니, 배가 떠난다. 나가는 사람은 우리와 또 다른 한팀뿐이다.
우리는 꽁지가 빠지게 그 섬을 빠져나왔다.
겨우 1시간 간신히 그곳에 머울렀다.
"당신이 뭐 황태자라고.." 나보다 더 얼었던 것 같은 남편을 놀린다.
하지만, 그곳에서 우리는 이방인처럼 보였다.
자꾸 헛웃음이 나온다.
.
.
.
....크리스천....
나의 깊은 관심이다.
무언가 놀라운 깨달음이 부지불식간에 찾아오길 고대한다.
모든 일에 어떤 "계시"와 어떤 "은혜"가 숨어있나 촘촘히 보려한다.
....아일랜드...
환상을 간직한 문학의 다른 이름이다.
그리움과 자기만족이 있는.
절묘하게 만나, 나를 흥분시켰던 크리스천 아일랜드가 나에게 남긴 것은,
집어치우라는 것이다.
그렇게 몸을 깊이 담그지 않을것이면,
한번 힐끗 보는 것으로 값없이 주어지길 바라는 그런 얄팍함으로는
그 어떤 것도 돌아올 것이 없다는.
내 물건이 도난당하는 것 무섭고,
사람들의 낯선 표정이 두렵고,
마약과 술주정꾼으로 인디언들을 묶어놓으려는 그런 차별과,
내 한몸을 위해서는 안락한 배부름만 찾는다면,
크리스천도 아일랜드도 네게 줄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말이다.
크리스천 아일랜드 서쪽 비치에서
돌아오는 배속에서.. 해지고 있는 곳이 크리스천 아일랜드..
'여행을 떠나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다같은 호수의 동네 부루스 반도 (0) | 2006.08.10 |
---|---|
나이아가라를 다녀오다 (0) | 2005.11.23 |
가족 캠핑 (0) | 2005.08.16 |
2주간의 휴가..토론토에서 (0) | 2005.07.19 |
남는 이야기들.. 플로리다 여행 끝 (0) | 2005.01.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