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사촌오빠 내외가 방문왔다.
이곳서 유학중인 오빠의 두 아들은 부모가 오자, 얼굴빛이 화안히 달라졌다. 부모 그늘이 그렇게
중요하다는 것을 그 아이들을 보면서 느낀다.
사촌오빠에 대해서는 따로 글 한편 적어낼 수가 있을 것인데, 오늘은 오빠와 다녔던 "구경거리"를 나열하고 싶다.
매년 여름이면 가족캠핑을 한다. 올해는 캠핑이라기 보다는 "가족 대연합 모임"이라고 이름붙이는 것이 나을 것 같다. 우리가 새집을 산 것을 계기로 우리집에서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미국의 동생가족, 스트렛 포드의 동생 가족, 토론토의 큰언니 가족과 엄마, 오웬사운드의 언니, 우리 가족과 사촌오빠 가족...
지금 헤아려보니, 23명쯤 되었던 것 같다.
*** 터버머리(Tobermory)
부르스 반도를 소개해놓은 책자. 인터넷으로 찾아가볼수 있겠다.
대연합 모임중에 하루 시간을 내서 "구경"을 하기로 했는데, 그곳이 터버머리(Tobermory)라는 곳이다. 우리가 살고있는 그레이 부루스는 삼면이 호수에 싸여 부루스 반도(Bruce Peninsula)라고 불리는 곳으로 터버모리는 북쪽 끝에 있다.
한국의 지도를 엎어놓은 것 같은 모습이다. 말하자면 북쪽이 호수에 싸여있고 남쪽으로는 대륙으로 넓게 퍼져있다.
사촌오빠는 이곳의 "호수"를 보고 감탄을 발하곤 했다. "이게 진짜 호수야?", "바다와 다른 게 뭐지? " "수평선 보기 힘든데, 가는 곳마다 섬 하나 없는 수평선이네"한다.
부루스 지역은 "물의 천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가 "더벅머리"라고 발음하면서 깔깔대는 그곳을 2시간 정도 걸려서 갔다. 그곳에 가면 부루스 반도 국립공원(Bruce Peninsula National Park)을 찾을 수 있다.
국립공원 안에는 캠핑사이트를 비롯해 여러 종류의 하이킹 코스가 만들어져 있는데, 부루스 트레일이 그중 유명한 것 같다. 숲과 바위들로 이뤄진 공원 곳곳을 가다 보면 마치 숨어있다가 툭 튀어나온 것과 같은 "물"을 만나게 되는데, 사이프러스 호수(Cyprus Lake)와 죠지안 베이(Georgian Bay)을 끼고 공원이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첫 하이킹 코스에 들어서면 울창한 나무들 사이에 폭신한 흑길을 만들어놓았다. 곳곳에 잘게 부순 나무를 뿌려놓기도 해서, 저절로 "여인의 젖가슴같은 따뜻한 길의 감촉"에 몸둘바를 모르게 된다.
숲 냄새가 흠씬한 이런 좋은 길도 어린아이들에게는 효험이 없는지, 이제 초등1학년인 여조카는 "이렇게 지루한 여행은 처음"이라며 툴툴대고 있었다.
그러나 숲에서 조금 벗어나는 가 싶더니, 가슴이 시원해지는 드넓은 호숫가가 눈앞에 펼쳐진다. 절편같은 바위를 조심스럽게 내려와서 물앞에 서니, 조카의 얼굴에 환희의 미소가 어린다.
타일처럼 판판한 바윗돌이 물바닥에 깔려있고, 먼지 한점 볼 수 없는 옥빛 물이다. 여기저기서 하이킹을 하다가 입고있던 옷을 벗고 수영들을 하기 시작한다. 우리 일행은 수영복을 가져오지 않아서, 침만 삼키며 물장난만 칠수밖에 없었다. 한발한발 발을 들여놓다가 조카 둘이 물에 빠졌고, 그들은 젖은채로 물을 튕겨내며 깔깔거린다.
조카들이 환성을 질러댄 죠지안 베이 물
이런 바윗돌을 탔습니다. 물색이 만족할만하게 나오지 않습니다.
그렇게 한바탕 물에서 놀다가 다시 갈길을 간다. 2살짜리부터 8순에 가까운 노인까지 일행의 구색도 다양한 우리팀이었는지라, 하이킹 코스를 그다지 길게 잡지 아니했지만 그래도 거진 2시간 되는 긴 길을 서로 손잡아 주면서 돌파했다.
*** 포트 엘긴 비치(Port Elgin Beach)
집에서 너무 가까운 곳이라 관광지라고 하기는 뭣하다는 생각이 드는 곳이지만, 객관적으로 평가해보니, 사람들에게 소개할만한 하다.
포트 엘긴은 페이슬리에서 20분 가면 나오고, 토론토에서 3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에 있다. 휴론 호수(Lake Huron)가 반도의 서쪽으로 길게 이어져있는데, 포트 엘긴은 그 중간쯤 있는 것 같다.
토론토등 도시 사람들에게 휴론 호수의 사블 비치(Sauble Beach)는 널리 알려졌는데, 그 약간 남쪽의 포트 엘긴은 낯선 곳이다. 그래도 포트 엘긴은 지역의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어서, 지난번 가족들과 비치에 갔을때는 제법 많은 사람들이 파라솔을 펴놓고 일광욕과, 수영을 즐기고 있었다.
제법 복잡거리지요?
포트 엘긴은 비치외에도 호숫가를 따라서 길이 나있고, 길옆에 모양좋은 별장들이 지어져있어서, 눈요기 드라이브하기에 적당한다.
시카고에서 온 동생은 포트 엘긴이 예전 어렸을적 자주 찾았던 만리포 해수욕장을 기억나게 한다고 신기해했다.
넓은 백사장, 완만한 경사, 모래놀이하기 좋은 고운 모래등이 사람을 끄는 매력인 것 같다. 포트 엘긴 사람들은 이 비치가 그저 지역사람들의 휴식처로만 자리매김하기를 바라는 것도 같다. 많은 사람들이 오면, 지역 경제는 활성화되겠지만, 호수관리에 애를 먹을 것이기 때문이다. 해가 갈수록 비치가 번잡해지는 것으로 봐서, 조만간에 더 많은 여름관광객을 몰고 올 것같기도 하다.
****나이아가라 폭포
사실, 와, 정말, 대단하군!!! 할 정도의 구경거리가 그렇게 많은 것은 아니다. 잠이 덜깨인 누군가가 있어 이곳에 세워놓는다면, 화들짝 일어나게 만드는 곳은 나이아가라가 할 수 있는 일이다.
이번 나이아가라행은 정말 무더운 한여름날이었다. 생전에 듣도보도 못했던 36도, 38도를 오르락 내리락 하는 불볕더위가 캐나다에도 찾아왔었고, 이날도 그중의 하루였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배타기"였다. 동굴속으로 들어가서, 폭포의 근처까지 가볼수도 있었지만, 우리는 배만 타기로 했다.
저 배를 우리도 탔지요.
물이 쏟아져 내리는 그곳
왼쪽에 보이는 폭포가 미국쪽 폭포, 그리고 오른쪽에 있는 것이 캐나다쪽 폭포.
배를 타는 줄이 한량없이 길어 더위에 그곳에 대 서있는 것이 고역일 것 같았지만, 한배에 타는 사람들의 숫자가 많아서인지, 줄은 조금씩 조금씩 줄어들었다. 막상 배탈때가 되니, 파란 롱 드레스같은 비옷을 준다. 아직도 기다릴 일이 한참인 것 같은데, 그 비옷을 입고보니, 바람도 통하지 않아 더욱 덥다. 팔을 걷어부치고, 롱드레스를 앞뒤로 묶어매서 미니스커트를 만들어 입고 배를 탔다. 모자는 쓰지도 않고 말이다.
나이아가라에 가면, 미국쪽 땅에 붙어있는 폭포가 있고, 캐나다쪽의 폭포가 있다. 미국쪽의 폭포는 돌이 튀어나와있고, 규모면에서 캐나다쪽보다 한수 떨어진다. 캐나다가 미국보다 여러가지 면에서 열세이지만, 폭포 하나는 자부심을 가질만하다.
어쨋든 미국쪽 폭포쪽으로 배가 이동한다. 그곳에선 사진도 찍을만하고, 제정신을 차릴만했다. 배가 머리를 돌려 캐나다쪽 폭포쪽으로 가니, 갑자기 물소리가 천지를 울리고, 그 물에서 떨어지는 파편들이 우박처럼, 옆에서 쳐들어오는 소낙비처럼 사정없이 쏟아진다.
그 순간이었다. 누구랄 것 없이, 모두의 입에서 함성이 쏟아진다. 마치 타잔이 질러대는 것같은, 그런 괴성이다. 그래도 그 소리는 물소리에 섞여서 다시 우리들의 머리위로 떨어진다. 사진을 찍을 여유가 있었는가? 없었다.
비모자를 쓰지않아서 머리는 홀라당 젖고, 물속에서 솟아나온 사람처럼 젖어간다. 눈을 뜰 수가 없다. 떨어지는 물에 배가 파선하지 않을 정도로 다가갔을텐데, 그 물을 속속들이 보고싶으나, 그 물살과 햇살 때문에 눈이 떠지지 않는다.
그날은 유난히 흑인들이 많았다. 배 난간에 기대섰다가 배 안쪽으로 들어오니, 그제서야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눈도 조금 뜰 수 있었다. 모두 원시적인 표정들이다. 천지간에 물과 우리만 있는 것 같은. 헤이 여보게 하면서, 흑인들의 어깨를 두드려보고도 싶은, 그런 동료의식도 싹튼다.
이날의 무더위가 우리를 더욱 신나게 했던 것 같다. 폭포비를 맞아도 시원하기만 했던 그 경험... 나이아가라에 가려면 여름을 추천해야할 것 같다. 겨울의 나이아가라는 배를 탈수도 없고, 너무 추워서 오래 머물수가 없다. 그러니, 아 대단하네!! 하면서 발길을 돌리게 된다.
*** 기타
오웬사운드(Owen sound)는 부루스 반도에 있는 중소 도시이다. 인구 2만명이 살고, 죠지안 베이 호수를 끼고 있다. 이곳을 삶의 기반으로 하고 있는 언니가 우리들을 안내했다. 작은 폭포 두어개가 있는데, 나이아가라에서 눈을 버린 우리들이기에 가지 않았다.
오웬사운드의 한곳.. 차를 물쪽으로 대니, 자갈호수가 나오네요. 동생과 두 조카가
물수제비를 뜨기위한 납작한 돌을 고르고 있습니다.
곳곳에 비치가 있고, 작은 공원들이 있다. 해리스톤 공원에 가면 카누와 카약, 그리고 페달 보트를 빌려 탈 수가 있다. 캠핑 사이트도 있고, 지난번에 갔을때는 흑인들의 모임이 있어서, 생음악을 공짜로 들을 수 있었다.
이 도시에 흑인수가 많지는 않은데, 흑인노예들이 미국에서 도망와서 둥지를 튼 역사가 있다는 것이 기념비에 새겨져있다. 아마도 그들의 후손이 그를 기념하는 날이었는가 보다.
뭔가 번쩍이게 볼만한 것은 없고, 그저 하루 흥흥거리며 돌아다닐 정도이다.
호숫가 전망좋은 곳에 있는 중국 뷔페 식당에서 저녁을 해결하고, 일몰을 보러 사우스 햄튼(Southampton)으로 달렸다. 이곳의 일몰이 장관이라는 정보를 갖고있는데, 역시 그날도 제대로 된 일몰을 감상할 수 없었다. 구름때문이었지.
사우스햄튼에서 건진 한장의 감추어진 일몰사진..
일몰이 얼마나 아름다울지, 그저 전설로나 갖고 있어야 할 것 같다.
시카고의 제부가 동생가족을 데리러 오면서, 그가 좋아하는 비치에 가서 하루를 보내기로 했다. 점심을 싸들고 갔는데, 아쉽게도 밥통을 집에 놓고와서, 반찬만 먹었다는 뒷소식... 김치 볶음밥마저 안해갔으면, 그야말로 멸치로 배를 채울 뻔했다.
인버휴론 비치(Inverhuron)는 그야말로 조용하기가 그지없는 곳이다. 비치를 좋아하는 제부는 이곳에만 오면, 캘리포니아 비치보다 더 좋다고, 칭찬이 대단하다. 캘리포니아 비치는 너무나 많은 사람들로 인해서 환경이 더럽기 그지 없다는 것이다.
인버휴론 비치에서 모래장난하는 이쁜 조카 지아.... 재밌니?
기회만 있으면 물구나무 서기를 하는 사촌오빠의 아들 재용이와
오빠 내외.
이번에 나도 인버휴론 비치에 반했다. 그날따라 바람이 있어서, 파도가 높았는데,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파도타기를 했다. 동생은 너무 뛰면서 놀아서인지, 어질어질하다고 했고, 우리 아이들도 집에 와서 침대에 누우니, 파도타듯이 일렁이는 것같다고 뒷말을 달기도 했다.
오랫동안 폐쇄되었다가 문을 연 이곳은 깊숙이 숨어있어서 아는 사람이 아니면 찾아오기 힘들다. 비치 사용료로 자동차 주차료도 내야 하니 작정한 사람이라야 하루 와서 놀다갈 것이다.
우리는 점심무렵에 도착해서 7시경까지 거진 7시간을 이곳에서 놀았다. 몇몇은 일몰까지 보고 가자고 했지만, 점점 기력이 달려서 돌아와야 했다. 아이들이 모래로 형상만들기 게임도 하고, 모래를 딥다 파서, 물줄기를 찾아내기도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모두 또 각자 한잠들 늘어지게 모래밭에서 자기도 했다.
비치에 놀러온 부부들은 손에 손을 잡고 호숫가를 걸어다니니, 나도 꼭 남편의 손을 잡고 걸아야 할 것처럼 생각되기도 하였다.
이 날은 2주가 넘게 우리집과 동생집, 엄마집을 돌며 친정나들이를 하던 동생네가 시카고로 떠나기 하루전날로, 비치 행보로 피날레를 장식했다. 온몸 구석구석을 태워야 한다며, 손을 깍지껴서 머리에 올리고 모래사장 이쪽저쪽 돌던 제부의 모습은 한동안 잊혀지지 않을것 같다.
부루스 반도(나이아가라는 제외) 수박 겉핥기가 되어버린 감이 없잖아 있다. 아직도 발견을 기다리는 자연이 내곁에 있으니, 계속해서 탐험을 하겠다고 마음속 약속을 하는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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