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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책속으로

뿌리에 대하여

중고등학교 국어시간에 대강의 줄거리찾기를 잘해냈던 기억이 난다.
요즘 나를 보면서, 역시 나는 그 부분에 강점이 있는 것 같다. 최근 본 영화중에서도 주제별로 묶을 만한 것들이 발견됐다. 영화한편으로 끝내기 보다는 이렇게 서로 비교하면서 생각하면 이야기가 풍부해지고, 나름대로 보는 즐거움이 더해진다.
앞으로 거론할 영화는 대부분 뿌리에 대한 것이다. 크고 작은 뿌리들, 이민자(고향을 떠난자)로서의 삶은 언제 어느때나 <뿌리>라는 문제에 부딪는다. 어떻게 다른 뿌리와 함께 성장할까, 어떻게 내 뿌리를 잘 보존해서 번성하게 하느냐로 고민하는 여러분과 이 이야기들을 나누고자 한다.

**My big fat greek wedding**(나의 대단한 그리스 웨딩이야기)

미국에 이민온 그리스출신의 노처녀가 시집가는 이야기다.
그리스 집안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영화에 따르면, 그리스인들은 대가족 개념이 확고하고, 민족주의가 유별나서 집안 처녀들은 교육을 장려받지 못하고, 기본교육만 마친 다음 집안가업을 돕다가, 그리스 총각을 만나 결혼해서 자식을 낳아서, 교육시키는 것을 최상으로 여기게 된다.
여기엔 처녀 자신의 의지가 개입될 여지가 거진 없는 것으로, 혼기를 놓친 처녀들은 친척들의 집중화살을 받게된다. 또한 신랑감은 반드시 같은 민족사람으로 민족의 종교인 그리스정교회의 세례를 받은 사람이라야 하는 것이다.
이 영화는 약간 코믹하게 설정이 됐지만, 이민와서 사는 2세들의 고충을 그려볼 수 있기도 했다. 공부를 권장하지 않는 배경에서 토울라(Toula)는 식당에서 잠깐 눈을 마주친 잘생긴 남자에게 영감을 받았음인지, 공부에 도전한다. 칙칙한 옷을 입고 아버지 식당에서 쟁반들고 왔다갔다하던 그녀는 이제 공부하면서, 다른 사람처럼 새로운 직업도 얻고, 우연처럼 다시 그 남자를 만나면서 사랑을 키운다.
이 영화는 이 둘의 사랑이야기보다는 그리스집안과 서구의 전통적인 가정이 만나면서 겪는 애피소드에 촛점이 맞춰져있다.
애인이 된 두 남녀가 각자의 가정을 방문하는데, 그 판이한 분위기.
변호사를 하는 남자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너무 조심스러워서, 음식먹는 소리조차 자유롭게 내지못할 정도다. 그러나 그리스집안의 부모 상견례에는 외가쪽과 친가쪽의 모든 친척들이 몰려들어 그야말로, 잔칫집을 방불케하는 환영식.
아버지는 딸이 그리스 남자가 아닌 외간남자와 결혼한다는데 거의 자포자기가 되어있는데다가, <정 떨어지는> 매마른 사돈내외를 보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문화적 이질감을 느끼게 된다. 얼굴이 동그랗고, 매사에 낙천적인 그는 “그 사람들은 구워낸 토스트같은 사람들이다. 버터나 잼등 하나도 바르지 않은, 그렇게 정서가 매마른 그런 사람들”이라고 한숨짓는다.

여자를 사랑하는 남자가 <그리스정교회>의 세례를 받는등, 최선을 다해 결혼에 골인하게 된다. 결혼식장에서 여자의 아버지,,, 그가 매번 주장하는 말중에 모든 언어의 기원은 그리스어에서 왔다는 것인데, 그 어원을 설명하면서 “우리집의 라스트 네임(성)의 어원은 오렌지이고, 사위집안의 라스트 네임의 어원은 사과이다. 우리는 이렇게 다르지만, 한가지 우리는 모두 과일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고 지적한다.
생판 다른 문화지만 결과적으론 한가지로 통일될 수 있다는 말…
뿌리가 다르지만, 서로를 포용하다보면,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가게 된다는 것을 보여줬다.
그리고 한가지 보태고 싶은 것은 <잼을 바르지 않은 토우스터빵>도 배가 약간 고플때, 따뜻하게 구워 베어먹어보면, 까실까실한 맛을 즐길 수 있다는 것, 그걸 여자의 아버지에게 전해주고 싶다. 아마도 그 역시 딸을 사랑하는 사위를 맞아 이미 그걸 깨우쳤는지 모르겠지만.

**Sweet Home Alabama**(내 아름다운 고향 알라바마)

예쁘지도 않고, 섹시하지도 않은 그렇지만 당당함이 돋보이는 여자 주인공 리스 위터스푼(Reese Witherspoon)의 연기가 생각난다. 천방지축 뛰놀다가 고등학교때 결혼이란 걸 하게 된다. 그러곤 뉴욕으로의 가출. 그곳에서 패션디자이너로 성공하고, 뉴욕 여시장의 아들(정치인)의 여자친구가 된다.
맬라니로 불리는 그녀는 뉴욕시장의 아들과 결혼하기 위해, 7년전에 떠나온 고향으로 돌아간다. 이혼을 마무리짓기 위해.
그곳에서 전남편을 만나고, 동네친구들과 이웃들을 만난다. 새로운 삶을 살기에는 걸리적거리는 과거의 잔해들.
출신을 감추기 위해 개명도 했었고, 누추한 제집을 감추고, 친구의 대저택을 제집이라고 속이는등 좌충우돌하게 된다. 동네 사람들은 그런 맬라니에게 애정이 멀어져가고…맬라니는 치열하게 전남편과 싸워서 그렇게도 고대했던 이혼서류에 사인을 얻어내서 변호사에게 발송한다.

모든 거짓이 백일하에 밝혀진 다음에도 남자친구의 이해와 애정아래 그들의 결혼이 앨라바마에서 열리게 된다. 시장의 아들답게 가장 호화롭게.
그런데, 고향의 것들과 전남편의 애정을 다시한번 확인하게 되면서 결혼을 앞둔 맬라니의 마음이 흔들린다.
결혼식날, 신부입장중에, 갑자기 나타나는 사람… 바로 맬라니의 이혼소속을 담당했던 변호사.. 그는 맬라니에게 “남자의 사인은 있는데, 당신의 사인이 없어서 이혼이 성사되지 않았다”며 서류를 내민다.
마지막 선택앞에 선 맬라니… 남자의 사인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던 그녀는 비어있는 사인란에 펜을 들고 망서린다.
그녀가 마지막 말을 무어라 했는지 잊었는데, 뒷통수를 한대 맞은 듯한 표정을 짓던 신랑감, 악을 바락바락쓰는 시장(신랑의 엄마)을 한방 먹이고, 다시 제 고향과 옛사랑을 찾아간다는 내용을 담고있다.
이 영화 역시, “뿌리”를 거부하려던 성공한 여성을 통하여 결국 진정한 성공이 무엇인가를 보여준다. 무겁지 않은 주제, 코믹한 장면들, 그래도 끝까지 본 기쁨을 주는 영화였다.

**The Majestic**(더 매제스틱)

캐네디언으로 유명한 코메디언 짐 캐리 주연의 영화이다.
아이들과 같이 볼 영화를 고르다가, 집어든 이 영화를 본 것은 정말 대단한 수확이었단 생각이 든다. 짐 캐리를 좋아하지도 않을뿐 아니라, 사전에 어떤 영화에 대한 정보도 없이 좋은 영화를 스스로 찾아낸 것은 마치 돌멩이들이 섞인 야적장에서 보석을 건진 것 같은 기쁨을 준다.
이 영화도 뿌리에 대한 생각을 다시한번 하게 된다.
영화 극작가였던 그는 2차대전이 끝나고, 세계가 공산주의와 민주주의로 양분되어 분위기가 조금은 살벌하던 그런 시대에 공산주의자 회의에 참석했단 이유로 공산주의자로 몰리게 된다.
그런 그가 차를 운전하다가 미끄러져 강물에 빠져들어가 한 마을에 닿게 된다. 그곳이 세계2차대전에서 많은 젊은이들을 잃은 작은 마을 로우슨(LAWSON).
짐 캐리는 사고의 충격으로 예전기억을 잊어버리고..
전쟁때 실종된 루크라는 청년과 닮았던 그는 그 마을에서 살아돌아온 전쟁영웅 대접을 받게 된다. 루크의 여자친구와도 다시 사귀게 되고. 루크의 아버지와 함께 전쟁이후 문을 닫았던 영화관(더 매제스틱)을 일으켜 세우고.. 짐 캐리를 의심하던 사람들속에서 그렇게 정성을 들여 루크의 삶을 복원하는 중이었다.
그러나 짐 캐리가 제가 각본을 쓴 영화를 극장에 올리면서 기억을 서서이 회복하게 되고, 그것은 공산주의자 짐 캐리를 찾으러 다니던 CIA요원들이 짐 캐리의 신원을 확보하는 것과 거의 때를 같이 한다.
작은 마을의 일원이 되서 열심히 살던 짐 캐리는 동네 사람들앞에서 <공산주의자가 신분을 속이고, 전쟁영웅으로 거짓삶을 살다 잡혀가는> 신세를 연출하게 된다.
영화는 계속된다. 짐 캐리가 법정에 선다. 죄를 인정하면, 일정기간 감옥살이를 하고 그 다음에는 삶의 보장을 하게 해주겠단 상대편과 딜을 맺은 <인정서>를 낭독해야 하는 순간, 짐 캐리가 외친다.
<로우슨(LAWSON)의 젊은이들은 이렇게 작은 미국을 위해 생명을 바치지 않았다. 인간의 인권이 무시되고 작은 목소리조차 낼 수 없는 조국을 위해 사지에서 젊은 열정을 불태우진 않았다. 그들이 이런 조국이었다는 것을 알았다면, 그렇게 허망하게 목숨을 버리진 않았을 것이다. 이런 사람들이 앉아있는 조국이라는 미국을 부끄럽게 생각한다>는 요지의 글이었다.
전쟁영웅 <루크>로 살아내는 동안, 젊은이들이 모두 떠나서 노인들이 그들을 기리며 삶을 보내고 있는 작은 마을의 상실감을 대변해준 짐 캐리의 법정발언에 마을 사람들이 환호하고.
짐 캐리는 공산주의자의 누명을 벗고 자연인으로 돌아온다. 다시 로우슨으로 돌아와 문을 닫았던 <더 매제스틱> 극장문을 열고, 자신의 고향이 된 곳에서 새삶을 꾸린다는 내용이다.

참 따뜻한 영화였다. 설정은 조금 허황되지만, 전쟁에 젊은이들을 잃은 그 마을의 상실감을 이해할 것 같았고, 그 상실감 때문에 짐 캐리가 실제 그 젊은이가 아니라는 걸 알고도, 그를 대접했던 마을 사람들의 정서에도 동감할 수 있었다.

크게 웃으면 흰이가 어금니까지 드러나는 짐 캐리가 거미줄 쳐있던 극장을 고치는 모습이 눈에 그려진다. 코메디언의 드라마 성공작일른지 모른다. 쉽지 않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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