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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나, 그리고 우리

몽상가들의 이야기

“아니, 그쪽말고,,, 이상하네. 내가 한번 드라이브한 적이 있는데, 찾을 수가 없어..”
궁시렁대는 아내쪽을 향해, 알고있으니 조금 참으라고 한 남편이 이리조리 차를 모니, 드디어 나왔다.
석양빛을 받고있는 호수를 낀 비치 도로가.
그 길을 토론토에서 연휴에 방문한 선배 부부와 두 언니와 함께 돌아본다.
“정말 전경이 좋다. 기가막혀. 해가 질때는 아주 고즈넉해지겠네.”
“산책하면 좋을 것 같애요. 아침에 일어나, 주섬주섬 줏어입고 한바퀴 돌면, 건강이 제절로 좋아질 것 같은데요..”
“바로 이런 집이야. 내가 꿈꾸던게..”
모두가 한마디씩 한다. 사람들을 데리고 이쪽저쪽 다니다가, 드디어 제격인 길을 찾은 것이다.

여름이면 자주 찾는 곳이지만, 이렇게 한적하고 조용한 곳에 서있는 별장들을 보니 욕심이 난다. 똑같이 생긴 집은 한곳도 없고, 펑퍼짐하게 주저앉은 것같은 집에서 부터 멋을 잔뜩낸 집까지, 아주 짧은 비치도로를 돌면서, 우리들의 상상은 걷잡을 수 없는 데까지 나아갔다.

“그러니까 말이야. 가족이 같이 공동투자해서 별장을 사놓는 거야. 쉼이 필요한 사람이 와서 푹 쉴 수 있게.”
“그래, 친구들이 방문와도 이렇게 물이 보이는 곳에서 대접하면 모두 다 좋아할껄?”
“아, 우리들도 끼어줄꺼죠?”
한술 뜨는 선배부부.
“그렇고 말고요. 맘만 변하지 마세요.”
낚시좋아하는 큰형부는 낚시터로 꼬시고, 미국에 있는 세째언니 부부에게는 저렴한 비용의 시설좋은 골프장으로 미끼를 던지고, 동생에게는 미국에서 방문와서 좁은 도시에서 아이들과 복닥이지 말고 편안하게 쉬었다 가라고 하고.
특별히 미국돈으로 하면 <껌값>에 불과할 집값과, 시카고에서 <고작> 10시간이면 올 수 있다는 점까지 침을 튀기면서 미국형제 꼬실 이야기들을 풀어내는 나의 모습..

관리자부터 돈을 걷어들이는 방법까지, 생각에 생각을 거듭한다.

그날 저녁, 선배가족을 보내고 두언니와 조금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우선 시장에 나온 집과 토지를 소개해놓은 작은책을 들고왔다.
주변의 동네부터 하나씩 샅샅이..살펴본다.
“언니, 이집! 부엌도 넓고 햇빛들어오는 방도 있고, 전체방이 5갠데? 그리고, 앞에 강도 있고… 근데, 이렇게나 싸..”
2권의 책을 훑으니, 대여섯집, 볼만한 곳이 나온다.

그 다음날, 교회갔다와서 다시한번 뭉쳤다. 남편을 꼬셔서 운전사로 앉히고, 크고 작은 마을들을 섭렵하기 시작했다.
역시 호수가에 인접해있는 도로에 들어서면, 마음이 다 시원해진다. 물이 사람에게 주는 편안한 마음은 어떤 큰집으로도 대체할 수 없다.
“바로 그거야, <베드 엔드 블랙패스트>를 한다는 거지.”
어떤 집앞에 붙어있는 작은 입간판을 보고, 이를 설명하자 언니들 입에서 터져나온 탄성.
아름다운 곳에 집을 구해놓고, 가족들이 번갈아가면서 휴양을 오고, 비어있을 때는 오고가는 관광객들에게 객실을 비워주고, 잠자리와 아침을 준비해주는 비지니스를 하자는 말이다.

“아침뿐이니? 맛있는 나물을 뜯어다 무쳐놓고, 불고기 먹음직스럽게 구워서 사람들에게 대접하는 거야.”
음식에 자신있는 큰언니의 덧붙임. "그러니까, 우리들의 집은 <베드(Bed) 엔드 푸드(Food)>로 하잔 거지?”
“그래, 예쁘게 꾸며놓고 도시생활에 지친사람들 심신을 달래주는 거야. 그러면서 관리비라도 만들고.”
이렇게 상상의 날개를 펼 즈음이면, <집관리의 어려움, 겨울에는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다>는 등, 남편의 제동에 다시 그런 쪽으로 의견이 분분해진다.


그러나 상상은 자유, <우리들의 집>에 온갖 솜씨를 발휘할 큰언니의 모습을 그려보는 것, 그것은 또다른 즐거움이다. 봄만 되면 뒷짐을 지고, 수풀우거진 곳에 돋아나있을 나물을 찾아 이리저리 어슬렁거리고, <터>를 발견하면 농부뺨치게 수확해다가, 예쁜 그릇에 보기좋게 음식을 담아 대접하며, 자랑스런 미소와 함께 <나물찬사>를 읊어댈 큰언니.

우리 가족이 갈고닦으며 정성을 들일 <물이 보이고 이웃과는 적당히 떨어져 외롭지도, 번거롭지도 않고, 쉴만한 나물그늘이 있으며, 가족들이 캠프화이어하면서 흥얼거릴만한 그러면서 값은 싼> 그런 장소가 나타날까? 아니, 그전에 가족들 입맞추는 것은 쉬운 일일까?

마지막으로 엊저녁에 들렀던 환상의 <비치 웨이>를 한바퀴 돌면서 혹 <세일>간판이 걸린 곳이 있나 확인해본 다음, 주머니에 돈은 있지만 나온 집이 없어서 사지못하는 사람들마냥 집으로 돌아왔다.


친근한 친구의 속삭임처럼 불어대는 산들바람을 맞으며 몽상가의 대장으로 긴 여행을 이끈 장본인인 나는 아직도 코에 바람이 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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