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정체를 좀 드러내야지..”
“충분할 정도로 드러내고 있지. 감추고 있는 것 없는데?”
한국의 사촌오빠는 친척들간의 친목을 위해 카페를 개설했다. 어렸을때 같이 놀던 사촌들과 인터넷으로 만나게 되니, 그 시간적 공백을 글로 채우게 된다. 한국과 미국,그리고 캐나다에 떨어져있는 자매들도 이곳을 통해서 자주 만난다.
막내동생이 지적한 것은 사촌들이 나를 오해하지 않나 하는 것이었을 것이다. 아마도 나를 잘 포장하고 있었는지도. 내딴에는 윤을 내지 않는다고 했지만, 그러지만도 않았다는 것이 증명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제 그걸 여러분께 보이고 싶다.
<보고서>
정말 도움이 될 만한 좋은 상담가이네.
그러나 이 집은 무엇부터 손을 댈 수 있는지
손을 대면 그 상태로 있을법 한지 혼동이 되네.
위에 걸어놀 예쁜 커튼일랑 고사하고 집안을
통행할때 발고 차고 다녀야할 건더기들 또
그것들의 소속은 어디인지. 이 집 주부만
그 소속을 좀 알려나...
에구 머리아퍼. 이 집은 침대에 있던
이불도 이리 저리 끌려 다니는 아이들의
장난감이니까...
어려움중 의 하나는 너희집처럼 필요 적절한
곳에 붙박이 장 하나도 제대로 안 붙어있다는
거야. 이 집을 누가 꾸몄는지 나 한테 욕을
좀 먹는다.
그러나 민자가 너희집 같이 쓸모있는 집에서
산다 해도 사실은 그 정리 정돈을 기대할수
있을지 모르겠다. 어제 경미랑 그랬다.
민자는 아예 정리 정돈 하는쪽으로는
천부적으로 타고 나질 못한것 같다고.
나는 거의 포기되어 어떻게 도와야 할
것인가도 잊고 살지만 너라도 포기하지
말고 계속 도와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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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이 우리집에 대한 인테리어 상담을 자청하고 나선글에 대한 나와 같이 있는 언니가 답글형식으로 쓴 글이다.
나를 비하하려는 억하심정이야 없었을테니까, 우리집의 현실을 잘 드러낸 글이라고 볼 수 있다.
이렇게 국제적 망신을 당하는 중이며, 우리 자매들은 어떻게 하면 내집을 좀 꾸미는데 아이디어를 줄까 지금도 골머리를 앓고있는 지경이다.
사실, 이런 것들에 대한 내 반응은 그리 심각한 것은 아니다.
이렇게 보통이하의 살림솜씨라는 것이 슬프긴 하지만, 그래도 그게 다는 아니라는 생각도 있기 때문이다.
언니의 진단
<1>아이들이 너무 바쁘다. 아이들이 정리정돈하는 습관이 안되있다.
<2>집에 장이 부족하다.
<3>주부의 실력이 없다
내 변명
<1>우선 아이들이 놀면서 어지르는 것을 일일이 챙기며 눈에 띄게 어지르기전에 치울 시간적 여유가 없다.
<2> 필요하다면, 지금보다 조금 더 꾸밀 수 있다.
<3>지금도 스스로는 남부끄럽지 않다.
변명이 빈약하다.
어쨋든 이것이 나의 정체이다. 혹여 나를 만나지 못했던 사람이 나의 글에서 이쁜 모습만 발견할지 몰라서, 적나나하게 나를 드러내보인다.
그러곤 사람들에게 말할것이다. 정신없이 살림못하는 우리집에 놀러오십시오 라고.
예전에는 떳떳했는데, 지저분함으로 <공증>이 되고보니, 나도 이젠 그걸 인정해야 하나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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