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있는 곳이거나,
시야를 가리지않는 넓은 지평선에서는 하루도 빼놓지 않고 해가 진다.
아니 해지는 모습을 볼수 있다..(해는 어디서나 지는 것이지?)
해 지는 시간을 많은 사람들은 좋아하는 것 같다.
나도, 그 시간이면 온몸에 작은 경련이 인다.
오늘도 이 위대한 하루를 마감하는 퍼포몬스가 준비되고 있구나.
색의 현란함이 있지만, 소리는 없는.
우리 동네 근처에 있는 휴론 호수에도 영락없이 해가 진다.
가까운데 있는 그곳을, 제시간에 가본 적이 없다.
그래서 해가 뉘엿뉘엿해지기만 하면,
나는 또 일몰 향수에 시달리며, 마음은 호숫가를 서성인다.
어제같은,
아이들에게 무한 자유가 허락된 금요일 오후같은 날,
나도 "취미"를 살리기로 했다.
사진기를 급하게 챙긴다.
신문을 찾아서 해지는 시간을 확인하니,
빠르게 가면 간신히 그 몇분전에 닿을 것 같았다.
시장도 볼겸... 하면서 열심히 달렸는데, 내 오른쪽에 걸려있는 해가 마지막 정열을 내뿜고 있다.
포트 엘긴, CAW 비치로 들어갔다.
해가 아직 걸려있다.
모래사장으로 마구 걸으면서 사진기를 누르기 시작했다.
오늘도 구름 한점 없이 맑았다.
그런데, 해가 넘어갈때쯤이면 어디에서 모여들었는지, 수호천사같은 구름들이 깃털처럼 흩어져있다. 물들일 그 무엇이 부족해서, 매일 이렇게 엄숙한 예식에 몰려드는 것인지.
해지는 저쪽으로 몇명의 사람들이 모여있다. 오늘도 하루해를 온전히 보낸 그 느낌을 갖기 위해설까. 나는 물가에 살면 매일저녁 앞치마를 두르고, 이시간이면 이곳을 헤맬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지칠때까지. 그 해가 자연에게 주는 색의 변신들에 나를 맡기고 싶어서.
해가 물밑으로 넘어갔다. 아직도 잔영이 남아, 대지에 마지막 빛을 나눠준다.
물은 물대로 한줄로 늘어서서 결을 만든다.
선명한 줄들..
언젠가 해변가를 달리며, "저런 집에서 산다면..." 했더니 내 곁에 앉아있던 이가, "나는 사람들이 모여사는 동네가
좋은데,, 한다.
누구에게나 같은 양으로 유혹하지는 않는가 보다.
형편이 된다면, 나는 물가에 집을 사리라. 그래서, 냄새맡고, 발품을 나누고, 매일저녁 눈아프도록 해넘어가는 수평선을 바라보리라.
오늘 이렇게 싱거운 숙원사업 풀기를 했다.
춥지도 덥지도 않고, 맑아야 하며, 혼자여도 상관없고,
그런데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
오랜시간 끓인 장국이 아니라,
잠시간 데쳐낸 <순간 음식>같은 나들이었다.
생각없이 셔터기만 누른..
되돌아 나가다 잠시 앉아서, 유모차를 끌며 지나가는 젊은 부부를 바라본다.
그들앞에 펼쳐진 무한한 미래가, 마치 호수처럼 드넓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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